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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려면 '처녀 증명서'가 필요한 이란 여성들 본문

Guide Ear&Bird's Eye/이란

결혼하려면 '처녀 증명서'가 필요한 이란 여성들

CIA bear 허관(許灌) 2022. 8. 21. 19:23

이란에서는 여성의 혼인 전 처녀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있다. 아내가 될 여성에게 '처녀 증명서'를 요구하는 남성들도 있을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처녀성 검사를 인권 침해로 간주한다.

이란에서도 처녀성 검사 관행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처녀가 아닌데 나를 속여 결혼했군. 네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누구도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첫 관계 직후 매리엄이 남편에게 들은 말이었다.

매리엄은 자신이 성관계로 피를 흘리지 않았지만, 결코 이전에 성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며 남편을 설득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남편은 매리엄을 믿지 않았고 처녀 증명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사실 이란에선 놀라울 일이 아니다. 약혼 후 많은 여성이 병원을 찾아 처녀성 증명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WHO에 따르면 처녀성 검사엔 그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

매리엄의 증명서에는 매리엄의 처녀막은 "탄력적인" 유형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삽입 성교를 하더라도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매리엄은 "자존심이 상했다. 난 잘못한 게 없지만 남편은 계속 날 모욕했다"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약을 먹고 자살하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매리엄은 제때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전 그 어두웠던 날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당시 몸무게가 20kg나 빠졌습니다."

커지는 변화의 목소리

매리엄의 이야기는 많은 이란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다. 결혼 전 여성의 처녀성은 그 여성뿐만 아니라 그 여성의 가족에게도 매우 중요한 가치로, 문화적 보수주의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란 전역의 여성과 남성들이 처녀성 검사 관행을 끝내자는 운동에 나선 것이다.

작년 11월 올라온 온라인 청원은 1달 만에 거의 2만5000명이 서명했다. 이란에선 처음으로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처녀성 검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사건이었다.

한편 이란인 여성 네다는 "(처녀성 검사는) 사생활 침해이며 굴욕스럽다"고 지적했다.

수도 테헤란에 살던 네다는 17살 때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었다.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가족들이 이 일을 알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웠습니다."

보수적인 사회의 억압 속에서 여성들은 비싼 값을 내고 재생 수술을 받는다

그래서 네다는 자신의 처녀막을 다시 만들기로 결심했다.

엄밀히 말해 처녀막 재생 수술은 불법은 아니지만, 사회적 파장이 크기에 이에 동의하는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비밀리에 수술을 해준다는 개인 병원을 찾았다.

"저축한 돈을 다 썼을 뿐만 아니라 노트북, 휴대전화, 금 장신구도 내다 팔"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수술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서류에도 서명해야만 했다.

조산사가 진행하는 수술은 약 40분에 끝났지만, 네다가 회복하기까진 몇 주가 걸렸다.

"매우 고통스럽고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한다. 네다는 부모님께는 모든 사실을 숨겼다.

"매우 외로웠지만, 부모님이 아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고통보다 컸습니다."

그러나 네다의 이 모든 시련은 결국 헛수고로 돌아갔다.

1년 후 네다는 자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러나 성관계 후 피는 나오지 않았다. 수술이 실패한 것이다.

"제 남자친구는 제게 속아 결혼할 뻔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제게 거짓말쟁이라면서 떠나버렸습니다."

가족의 압박

WHO가 처녀성 검사를 비윤리적이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음에도, 여전히 인도네시아, 이라크, 터키 등 여러 국가에선 이뤄지고 있다.

이란의료기구(I.M.S.)는 법원 사건이나 강간 혐의와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처녀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처녀성 증명서를 요청하며 병원을 찾는 대부분 사람은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커플들이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종종 어머니와 함께 개인 병원을 찾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나 조산사가 검사한 뒤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여기엔 여성의 이름과 여성의 아버지 이름, 여성의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으며, 때론 여성의 사진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해당 증명서에는 여성의 처녀막 상태에 관한 설명과 "이 여성은 처녀인 것으로 보임"과 같은 문구가 포함되게 된다.

처녀성 증명서를 요청하며 병원을 찾는 대부분은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커플들이다

좀 더 보수적인 가정에서는 이러한 증명서에 어머니 등 증인 2명의 서명도 기재한다.

한편 수년간 처녀성 증명서를 발급해온 파리바 박사는 이것이 여성에게 굴욕스러운 관행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은 실제로 여성들을 돕는 일이라고 했다.

"여성들이 가족들로부터 받는 압박이 엄청납니다. 찾아온 커플을 위해 거짓말을 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결혼 전 이들이 성관계했다면, 이들의 가족 앞에서 여성이 처녀라고 말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에게 아내의 결혼 전 처녀성은 중요하다.

이란 남서부 시라즈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하는 남성 알리(34)는 "결혼 전 처녀성을 잃은 여성은 믿을 수 없다"면서 "다른 남성을 찾아 남편을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알리는 여성 10명과 성관계를 했다고 한다. "저항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렇듯 알리는 이란 사회에 이중잣대를 인정하면서도 전통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회 규범상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립니다."

많은 이란인이 알리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며, 지방이나 보수적인 지역에선 특히 더 그렇다.

처녀성 검사 관행에 반대하는 시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러한 사고가 문화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에, 정부와 의회가 관행을 전면 금지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미래의 희망

학대하는 남편과 살며 자살 기도도 했던 매리엄은 결혼 4년 만에 마침내 법적으로 이혼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주 전 다시 싱글이 된 매리엄은 "남자를 다시 믿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가 가까운 미래에 다시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수만 명의 여성과 함께 처녀 증명서 발급을 중단하라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매리엄은 가까운 시일 내에, 어쩌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언젠간 이란 여성들이 더 평등하게 대우받는 날이 오리라고 믿고 있었다.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제가 겪었던 일을 미래의 소녀들이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혼하려면 '처녀 증명서'가 필요한 이란 여성들 - BBC News 코리아

 

결혼하려면 '처녀 증명서'가 필요한 이란 여성들 - BBC News 코리아

이란에서 공개적으로 처녀성 검사 관행을 없애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