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법 위반으로 체포된 여성이 사망한 후, 격화된 시위의 최전선에서 여성 시위대가 히잡을 불태웠다.
5일 연속 이어진 시위는 여러 마을과 도시로 확산됐다.
3일 동안 의식불명이던 마흐사 아미니는 16일(현지 시간) 병원에서 사망했다.
테헤란 북부 사리에서 여성들이 항의 시위 중 히잡에 불을 붙이자 많은 군중이 환호했다.
지난주 이란의 도덕경찰(morality police)은 아미니를 체포했다. 여성이 머리를 히잡으로, 팔·다리를 헐렁한 옷으로 가리도록 의무화한 법규를 위반한 혐의다.
아미니는 조사 도중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나다 알나시프 유엔(UN) 인권최고대표 대행은 경찰이 아미니의 머리를 봉으로 구타한 뒤 경찰 차량에 처박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가 문제였다고 해명했지만, 유족은 아미니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22세의 아미니는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 출신이다. 19일 이 지역에서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3명이 숨졌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보좌관은 19일 유족을 만나 "짓밟힌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관계 당국이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잘랄 라시디 쿠치 고위 의원은 경찰의 "실수"로 이란에 "손실과 피해"만 발생했다며, 공개적으로 도덕경찰을 비판했다.
이란의 히잡법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이란 정부는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과 헐렁한 옷으로 온몸을 가리도록 하는 복장 규정을 의무화했다.
도덕경찰의 공식 명칭은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로, 주요 임무는 여성이 이란 정부의 해석에 따라 "적절한" 의복을 착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도덕경찰은 여성을 잡아 세워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보이는지, 바지와 겉옷이 너무 짧거나 꽉 끼는지, 화장이 너무 짙은지 검사할 수 있다.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벌금형, 징역형, 채찍형이 선고될 수 있다.
2014년 이란 여성들은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라는 이름의 온라인 시위 캠페인에서 히잡법에 반하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적으로 올렸다. 그 영향은 이후 "하얀 수요일(White Wednesdays)", "혁명 거리의 소녀들(Girls of Revolution Street)" 등의 운동으로 이어졌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헹가우(Hengaw)'는 쿠르드족 지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조직으로, 이란 쿠르디스탄주의 주도 사케즈 및 사난다즈에서 17일과 18일 경찰이 시위대 진압 중 실탄, 고무탄, 최루탄을 발사해 38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헹가우'는 항의가 격화되는 가운데 19일 보안군과 충돌한 남성 시위 참가자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각각 사케즈, 디반다레, 데골란에서 사망했다. 디반다레 마을의 2번째 남성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으나, 친족들은 남성이 병원에 있으며 위독하다고 밝혔다.
온라인에는 여성들이 테헤란에서 히잡을 벗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이 문구는 최고지도자를 향해 자주 외치는 구호다. 다른 이들은 "정의, 자유, 히잡 의무화 반대"를 외쳤다. 이란 북부 길란에서도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19일 밤 이란 북부 라슈트에서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BBC 페르시아에 사진을 보냈다. 경찰 진압대가 봉과 호스로 구타해 멍이 든 사진이다.
"(경찰이) 계속 최루탄을 쐈어요. 눈이 불타는 것 같았죠. 도망가려 해도 궁지에 몰고 구타했습니다. 저를 창녀라고 부르며 몸 팔러 거리에 나왔냐고 하더군요."
이란 중부 이스파한에서 시위에 참가한 또 다른 여성은 BBC의 알리 하메다니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늘을 향해 히잡을 흔드는 동안 다른 남성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어요. 연대를 확인해 기뻤습니다. 전 세계가 지지해 주면 좋겠어요."
모센 만수리 테헤란 주지사는 20일 트위터에 "불안을 조장하는 주제를 내세워 철저히 계획된 시위"라는 글을 올렸고, 국영 TV는 쿠르드 분리주의자와 반기득권 세력이 아미니의 죽음을 "구실"로 삼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