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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망자 신원확인에 도움 주는 안면인식 기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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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망자 신원확인에 도움 주는 안면인식 기술

CIA Bear 허관(許灌) 2022. 4. 14. 11:26

논란이 많은 안면인식 기술 기업 '클리어뷰 AI'사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부에 자사 기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BBC는 1000건이 넘는 사례에서 해당 안면인식 기술이 신원 확인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전달받았다.

이 기사에는 보기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설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 남성이 머리를 숙인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움직임은 없었다. 캘빈 클라인 속옷을 제외하고 걸치고 있는 옷 또한 없었다. 눈 주변은 멍이 든 것처럼 보였다.

이 남성의 시신은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서 전투가 벌어진 후 발견됐다. BBC는 현장을 담은 사진을 확인했으나, 이 남성이 어쩌다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남성의 두부 외상은 명확했다. 왼쪽 어깨에는 문신이 보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을 파악할 길이 없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안면인식 기술이다.

클리어뷰 AI사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논란이 많은 안면인식 기술 업체일 것이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SNS 플랫폼에서 사진 수십억 장을 긁어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클리어뷰의 창업자이자 CEO인 호안 톤-탓은 이를 '얼굴을 위한 검색 엔진'이라고 부른다.

"작동 원리는 구글과 비슷합니다. 단어나 글을 넣어 검색하는 대신, 얼굴 사진을 넣는 것입니다."

클리어뷰사는 지금껏 여러 법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트위터는 각종 이미지를 수집해온 클리어뷰사에 정지 명령 서한을 보냈다. 영국 정보위원회(ICO)는 심지어 클리어뷰사가 사용자들에게 이들의 사진이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이제 이토록 강력한 기술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번 전쟁에서 활용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클리어뷰 AI사의 창업자이자 CEO인 호안 톤-탓

물론 분별 있게 사용하지만, 미국 법 집행 기관 또한 클리어뷰사의 기술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톤-탓 CEO는 미국 정부 기관 3200곳이 자사 기술을 구매하거나 시험해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톤-탓 CEO는 안면인식 기술의 또 다른 응용법을 생각해냈다.

"전쟁 포로가 되거나 도망치는 사람들의 사진을 봤습니다. 잠재적으로 우리 기술이 이들의 신원 확인과 검증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톤-탓 CEO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 아이디어를 재빨리 제안했고, 우크라이나는 받아들였다.

먼저 하르키우에서 사망한 남성의 얼굴을 촬영했다. 머리를 위로 향하고 움푹 들어간 눈은 카메라를 응시하게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클리어뷰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올려 분석했다. 그러자 사망한 남성과 매우 닮은 인물들의 사진 몇 장이 검색됐다.

이 중 더운 날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 속 남성은 상의를 벗고 있었다. 왼쪽 어깨에는 문신이 보였다.

사진 속 문신의 모양은 시신의 문신과 일치했다. 사망자의 이름을 찾은 것이다.

사실 안면인식 기술이 사망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안면인식을 위해 클리어뷰사 말고도 여러 플랫폼을 이용한다.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의 아리크 톨러 연구 책임자는 "이러한 기술을 몇 년간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벨링캣은 2019년 시리아에서 죄수를 고문하고 살인하는 장면을 촬영한 러시아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했다. 이 또한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된 첫 번째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앞선 그 어떤 전쟁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톨러 책임자에 따르면 벨링캣이 사용한 안면인식 플랫폼은 러시아의 '파인드클론'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특히 사망한 러시아군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한다.

클리어뷰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적군 용의자 식별을 위해 검문소에서 자사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리어뷰사와 마찬가지로 파인드클론은 러시아 SNS 페이지 등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인터넷 이미지를 검색해 분석한다.

한편 SNS 계정이 없는 사람의 정보도 찾을 수 있다.

톨러 책임자는 "SNS 계정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의 아내나 여자친구는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 마을 규모는 작지만, 대규모 군부대가 있는 곳에 사는 주민이 SNS 계정을 운영하고, 또 이 사람의 친구 중에 군인이 많을 수도 있다"면서 파인드클론이 어떻게 조사에 이용되는지 설명했다.

이 설명이 바로 안면인식 기술의 힘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SNS 계정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사람도, 인터넷에서 자신의 사진을 깨끗이 지워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올린 사진에 함께 있거나,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찍은 사진 속 배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심지어 인터넷상에 거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군인이나 보안 요원들도 여전히 추적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확성의 문제

그러나 안면인식 기술은 항상 정확한 것만은 아니며, 이 같은 오류가 전쟁 시기에는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클리어뷰사의 기술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신 신원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적군 용의자를 식별하기 위해 검문소에서도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클리어뷰사의 설명이다.

클리어뷰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여주면서 자사 플랫폼이 '비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익명을 요구한 어떤 우크라이나 관료는 이메일에 "이 기술을 통해 체포한 용의자들의 신원을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또한 해당 이메일에는 "클리어뷰사의 기술을 사용해 1000건이 넘는 분석을 실시해 정확하게 검증 및 식별해냈다"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보안장비 및 기술 감시 기관인 IPVM의 안면인식 전문가인 코너 힐리는 "이 기술의 정확성은 100%가 아니라는 것, 즉 아군인지 적군인지 결정할 때 완벽히 정확하지 않다는 걸 우크라이나군이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석 결과에 따라 투옥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등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기술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런 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기술입니다."

더 심각한 경고를 내놓는 전문가도 있었다. 미국의 감시 단체인 S.T.O.P의 앨버트 폭스 칸은 이를 두고 "현재 진행형인 인권 유린의 대재앙"이라고 언급했다.

칸은 포브스지와 인터뷰에서 "평시에 안면인식 기술에 오류가 발생하면 무고한 사람이 체포되고, 전시에 오류가 발생한다면 무고한 사람이 총살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BC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클리어뷰사의 기술 사용과 관련해 의견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톤-탓 CEO는 실험을 통해 클리어뷰사의 기술이 99% 이상 정확하다고 밝혀냈다면서, 기술의 정확성을 옹호했다.

그러나 사진의 품질, 머리의 위치 또는 마스크 착용 등으로 얼굴이 가려지는지에 따라 정확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클리어뷰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생활 보호 문제에 휘말렸다. 클리어뷰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기업 플랫폼에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사진들을 가져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SNS 기업, 아니 그 누구에게도 사진을 이용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 또한 이 데이터베이스에 사진이 등록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클리어뷰사에 사진을 사용해도 된다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클리어뷰사는 지난해 사용자들의 SNS에서 사전 허락 없이 사진을 수집해 결국 영국 정보위원회(ICO)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대해 톤-탓 CEO는 안면인식 기술의 합법성과 관련해 여전히 논란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클리어뷰사의 기술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기업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명 안면인식 기술은 '디스토피아적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BBC는 중국 당국이 이러한 기술을 사용해 언론인을 겨냥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톤-탓 CEO는 클리어뷰사는 이러한 사용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리어뷰사는 이러한 권위주의 정부와 협업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와도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리어뷰사의 기술은 군사적 맥락에서 이미 사용된 사례가 있다. 클리어뷰사는 작년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맺어 증강현실(AR) 안경 개발에 기술을 지원했다. 군사 계약을 맺어 안면인식 AI를 개발하는 기업 또한 이들뿐만은 아니다.

이에 더해 사생활 보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당장 전쟁을 치르는 지금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유용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만, 평화가 다시 찾아온 후에도 이 기술을 순순히 넘겨줄지를 걱정한다.

힐리는 "전시에 도입된 기술이 평시에도 계속 사용된 예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러한 전례를 따르지 않길 바랍니다."

우크라이나 사망자 신원확인에 도움 주는 안면인식 기술 - BBC News 코리아

 

우크라이나 사망자 신원확인에 도움 주는 안면인식 기술 - BBC News 코리아

BBC는 1000건이 넘는 사례에서 해당 안면인식 기술이 신원 확인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전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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