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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지도부 일원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던 장가오리(張高麗·75)와 쇼팽 콩쿠르 우승 경력의 정상급 피아니스트 리윈디(李雲迪·39)의 사건 본문

同一介中華(中國)/북경정부-中華人民共和國(中國)

중국 최고 지도부 일원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던 장가오리(張高麗·75)와 쇼팽 콩쿠르 우승 경력의 정상급 피아니스트 리윈디(李雲迪·39)의 사건

CIA Bear 허관(許灌) 2021. 11. 6. 14:24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

최근 보름 사이 중국에서는 두 유명인의 성(性) 관련 문제가 잇달아 불거졌다.

3년여 전까지 부총리로서 중국 최고 지도부 일원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던 장가오리(張高麗·75)와 쇼팽 콩쿠르 우승 경력의 정상급 피아니스트 리윈디(李雲迪·39)의 사건이다.

전자는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장가오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과 함께 다년간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지난 2일 SNS를 통해 주장하면서 불거졌고, 후자는 지난달 하순 주민 신고에 의해 리윈디의 성매수가 드러난 사건이다.

둘 다 성 문제와 관련해 공인으로서 지탄받아야 마땅한 행동을 한 혐의를 받았는데 중국 사회의 후속 대응은 자못 달랐다.

장가오리 건에 대해 중국의 정부, 정부의 통제력 하에 있는 언론과 인터넷 대기업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며 전직 최고위급 인사의 위신을 결과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피해를 고발한 펑솨이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은 검색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중국 네티즌들은 '방화벽'을 돌파하는 우회 경로로 외신을 보지 않는 한 이 일을 알기 어렵게 돼 있다. 매체들의 침묵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3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때 관련 질문과 답변(외교와 무관한 사안이라는 취지)이 있었지만 외교부 홈페이지의 질의응답 전문 서비스에 그 내용은 빠졌다 .

리윈디 사건은 완전히 달랐다. 체포사실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거의 모든 매체들이 사건을 보도했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평론을 싣는 온라인 매체인 런민왕핑(人民網評)은 "흑백 건반에 황색(음란을 은유)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준엄하게 꾸짖었다.

리윈디는 최근 중국의 문화계 '홍색 정풍' 바람 속에 예술가로서 재기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진 듯 보인다.

장가오리 사건에 정적 견제 목적의 정치 공작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일부 외신에 의해 제기되는 가운데, 그 사건에 어떤 외부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 어떻게 귀결될지 등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두 사람은 문제가 드러난 뒤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현격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 사람이 중국 사회의 '성역'에 몸담았던 인물이라는 팩트 말고는 이런 차이를 설명할 다른 것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공산당 내부의 치열한 경쟁과 견제를 뚫고 최고 지도부에 입성한 이후 장가오리는 당 내부의 감시는 받았을지언정 당 밖의 감시로부터는 거의 자유를 누렸을 것이고 공직을 떠난 이후로도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정치체제간의 우열을 떠나, 이런저런 욕구 앞에 취약한 인간에게 권력을 주되, 그 권력자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외부 시스템'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권력자의 선함과 능력, 권부 안의 정화 시스템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와 시원하게 되는 일이라곤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권력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는 사회 중 어느 쪽의 리스크가 더 클지는 베이징 특파원 생활 내내 화두가 될 것 같다.

피아니스트 리윈디

hcho@yna.co.kr

中6중전회 직전 터진 거물급 미투, '장쩌민계'에 최후일격?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

중국 직전 최고지도부(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이었던 장가오리(75·張高麗) 전 부총리의 성폭행 의혹 사건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인 펑솨이(35·彭帥)는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장 전 부총리가 2018년 은퇴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장 전 부총리는 톈진(天津)시 당 서기로 재직했던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뒤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2012년 11월)하고는 연락을 하지 않다가 은퇴 후 어느 날 연락을 해왔다고 펑솨이는 썼다.

베이징(北京)에서 함께 테니스를 친 뒤 장 전 부총리와 그의 아내와 함께 장 전 부총리 집에 갔다가 그곳에서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펑솨이의 주장이다

한때 여자 테니스 복식 부문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스포츠 스타가 중국에서 '성역'에 가까운 정치국 상무위원회 출신 인사로부터 자신이 당한 피해를 SNS를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했다는 점이 우선 충격적이었다. 중국에서 고위직 인사에 대한 '미투'(Me Too·피해자가 직접 나서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극히 드물었기에 이번 사건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사건은 3일 외신 보도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취급되고 있다. 4일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관련 게시물을 찾을 수 없고, 펑솨이가 폭로 수단으로 사용한 그의 웨이보 계정은 현재 검색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이대로 중국에서 추가 파장 없이 묻힐지는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펑솨이가 폭로에 나서기까지의 과정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가을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요한 정치 일정이 개막하기 직전 사건이 터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펑솨이의 2009년 경기 모습

관측통들은 사건이 불거진 시기가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8∼11일) 직전이라는 점과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현 중국 최고지도자의 '정적' 그룹으로 불리는 '장쩌민(江澤民·전 국가주석)파'의 요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 진장(晉江)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장 전 부총리는 광둥(廣東)성의 마오밍(茂名)석유공업공사에서 근무하다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인 리창춘(李長春) 전 정치국 상무위원에 의해 발탁돼 출세가도를 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창춘은 1998년 광둥성 서기 부임 후 장가오리를 중용해 개혁개방의 핵심 도시인 선전(深)시를 맡겼다. 장쩌민도 2000년 광둥에서 '3개 대표론'을 발표하며 장가오리 당시 선전시 서기의 '선전모델'을 극찬하고는 그를 산둥(山東)성장으로 발탁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장 전 부총리의 추문은 중국의 지도급 인사들이 총집합하는 6중 전회를 앞두고 장쩌민계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상하이방'과 상당부분 겹치는 '장쩌민파'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이 시 주석 집권 이후 개인 비리로 처벌받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결국 이번 사건은 내년 가을 당 대회에서 재편될 권력 구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해 보인다.

외신들도 이번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저우융캉이 몰락할때 성추문이 먼저 터졌다고 소개하며 이번 장가오리 사건의 정치적 파장과 배경에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장가오리 본인의 정치적 배후가 어떻든 간에 그가 시진핑 집권 1기(2013∼2017년) 최고지도부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시 주석으로서도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는다.

이런 가운데, 장가오리 전 부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기 직전인 2007∼2012년 당 서기로 재직했던 톈진(天津)시에서 불거진 시 정부 고위인사 또는 기업인의 비위 사건 8건이 3일 국가 최고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국가감찰위원회(감찰위) 홈페이지에 올라와 눈길을 끈다.

톈진시 기율위·감찰위원회가 '중앙 규정의 정신을 위반한 전형적인 8개 사례를 통보'하는 형식으로 올라온 사건들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걸쳐 있어 장 전 부총리의 톈진 재임기와는 겹치지 않는다.

그러나 장 전 부총리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부터 최근까지 불거진 문제들을 거론한 만큼 장 전 부총리와 가까운 인물들이 연루된 사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배경과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https://youtu.be/_Bl1Vtvi7Wg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당대회 참석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

photo@yna.co.kr

"건반에 황색은 없다"…中 피아노천재 성매매에 대륙 떠들썩

2015년 8월 미국 LA 공연후 인사하는 리윈디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리윈디(李雲迪·39)의 성매매 사건이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뛰어난 실력과 원만한 성품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리윈디가 성매매 혐의로 경찰의 행정 구류 처분을 받은 사실이 21일 알려지자 일부 관영 매체들은 미리 준비한 듯 곧바로 논평을 올리며 문화계에 경종을 울렸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평론을 싣는 온라인 매체인 런민왕핑(人民網評)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21일 올린 글에서 "흑백 건반에 황색(음란을 은유)을 용납할 수 없다"며 "어떤 오점이든 아름다운 선율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어렵게 얻은 예술의 길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은 잘못이고 위법은 위법일 뿐이다. 표백할 수 없고, 어떤 핑계도 찾을 수 없다"며 "유명인으로서 더욱 더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엄격히 자신을 속박해 규범과 '한계선'을 넘지 말고 도덕과 법률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윈디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제2의 리윈디가 없기를 바란다"며 끝을 맺었다.

또 다른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도 21일 밤 온라인판에 실은 평론에서 "스타는 반드시 돈과 인기가 부여하는 다른 유혹에 장기적으로 저항해야 한다"며 "스타가 되는 것은 욕망과 싸우는 '고행'으로 여겨야 한다"고 썼다.

최근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성범죄), 자오웨이(趙薇·탈세), 정솽(鄭爽·탈세) 등 중국 문화예술계 톱스타들이 각종 범법행위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이번에 클래식 스타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이른바 '문화계 정풍운동'의 확산 추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계는 '리윈디 지우기'에 나섰다.

중국음악가협회는 21일 리윈디의 회원 자격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리윈디의 모교인 쓰촨(四川)음악학원은 '리윈디 피아노 스튜디오'의 표지판을 철거했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