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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탈북민 출신 하나센터장 첫 취임…“복지 사각지대 줄여나갈 것”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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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탈북민 출신 하나센터장 첫 취임…“복지 사각지대 줄여나갈 것”

CIA bear 허관(許灌) 2021. 8. 18. 22:13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김성남(왼쪽) 박사가 17일 경기서부하나센터장 임명장을 받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위탁을 받아 탈북민들의 사회 정착을 돕는 전문기관인 하나센터에 탈북민 출신의 첫 센터장이 나왔습니다. 사회복지학 박사인 김성남 신임 센터장이 그 주인공인데요, 김 센터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지역사회 정착 지원 전문기관인 경기서부하나센터장에 여성 탈북민 출신인 김성남 박사가 17일 취임했습니다.

하나센터는 통일부 위탁기관으로 한국 내 모두 25곳이 있습니다.

경기서부하나센터는 경기도 부천과 광명, 시흥, 안양, 과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탈북민 지원 기관장직을 탈북민이 맡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센터장은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북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있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 보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 가정이 너무나 많다”며 “탈북민에게 긴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 즉시 달려가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 센터장은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출생으로, 지난 2001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을 두고 홀로 탈북해 중국을 거쳐 2003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탈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중국 옌지에서 조선족의 신고로 체포돼 50여 일간 구류된 적도 있었고 수차례 강제북송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간호학교를 다녔던 김 센터장은 한국에 들어온 뒤 병원에 취업해 간호조무사로 일했습니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매년 1천만원, 미화로 약 8천500달러를 송금할 정도로 열심히 살면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 센터장은 정착 초기엔 “사는 게 너무 바빠 주변을 돌볼 여력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중 간간이 언론을 통해 한국사회 적응에 실패해 범죄나 도박에 연루된 탈북민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이들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남 센터장] “그 때 제 옆에 하나원에서부터 저를 안내해 준 분이 계시죠. 공부도 가르쳐주고. 그 분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었던 거에요. 그래서 그 분한테 옆에서 나도 뭔가 탈북민들한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사회복지 공부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이렇게 된 거에요.”

2008년 30대 초반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고 11년만인 2019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정부 지원과 각종 장학제도 덕에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며 하나센터와의 인연은 센터 개소 전 시범사업을 할 당시 자원봉사직인 정착 도우미 활동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탈북민 지원 연구기관인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혹은 탈북 후 제3국에서 경험한 인권 피해사례를 연구하는 데 주력해오다가 올해 1월 현장에서 탈북민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서부하나센터 사무국장으로 부임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센터는 통일부가 2009년 설립한 탈북민 지역 적응 기관으로, 하나센터 소속 사회복지사들과 전문상담사들은 지역 내 탈북민들에 대한 초기 집중교육과 사례관리, 취업,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 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 여파로 탈북민 수가 크게 줄면서 하나센터 업무의 초점이 초기 정착 지원에서 기존 탈북민들에 대한 각종 생활 지원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성남 센터장] “들어오는 탈북민이 줄었다고 해서 하나센터 일이 줄어든 게 아니에요. 이미 와 있는 탈북민, 보호기간이 5년이에요. 탈북민들이 하나센터에 찾아왔는데 5년이 됐다고 배제하고 10년이 됐다고 해서 생활이 나아지고 그렇진 않잔아요. 너무 온 지 오래돼서 해 줄 수 없어요, 돌아가세요 이렇게 할 순 없단 말이에요. 사례관리라는 것을 통해서 그 분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우리는 우선은 거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김 센터장은 한국 내에서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생활기반이 약한 탈북민들이 입는 타격이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직에 따른 생활고, 고령층 의료비 문제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하나센터도 할 일이 많아졌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성남 센터장] “탈북민들은 여기 기반이 약하고 뿌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의지할 데가 제한적이잖아요. 오랫동안 여기 뿌리가 있고 든든한 사람들도 충격이 큰데 이 사람들한테는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데 그렇게 얻어 맞으면 바로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크죠.”

김 센터장은 탈북민들의 지역사회 정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먼저 온 탈북민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록 조직화와 운영의 투명성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탈북민을 돕기 위한 탈북민 스스로의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겁니다.

김 센터장은 3만여 명의 한국 내 탈북민 가운데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만 67명일 정도로 탈북민들 사이에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남 센터장] “먼저 온 잘 정착한 탈북민들이 후에 온 탈북민들이 한국에 금방왔을 때 겪게 되는 시행착오 그 시간을 좀 단축해주고 개개인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한 사람이 정착하는 데 걸린 시간이 10년, 20년 걸렸다면 후에 오는 사람들한테는 그 시간을 최소한 반이라도, 30%라도 줄여줄 수 있는 경험들을 이미 다 갖고 있잖아요.”

김 센터장은 하나센터는 매우 제한된 자원과 인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의료시설, 경찰, 종교단체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없으면 탈북민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없다며 센터장으로서 이런 기관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