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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시위: 벨라루스와 러시아 정부에 저항하는 두 여성 작가 본문
“왜 침묵하고 있는 겁니까?” 서한은 묻는다. "왜 이 자랑스런 국가가 망가지는 걸 보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겁니까? 우린 여전히 당신들의 형제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이웃 러시아의 문화 엘리트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그들의 영향력을 자기 나라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데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정부가 벨라루스의 권위주의적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셴코를 돕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는 성공하지 못했다.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몇 주에 걸쳐 발생한 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14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의 지원을 안고 돌아왔다. 또한15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과 시위가 걷잡을 수 없어지면 러시아 경찰력이 개입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벨라루스 역대 최대 규모 대통령 퇴진 시위...유럽 최장기 집권자 결국 물러나게 될까?
그러나 모두가 알렉시예비치의 청원을 외면하진 않았다.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작가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가 공개적으로 답장을 한 것이다. 그는 시위대를 찬미했으며 더 놀랍게도 벨라루스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언젠가 러시아에서도 벌어지리라고 말했다.
푸틴을 강력히 비판하며, 언론자유 운동가이기도 한 울리츠카야는 벨라루스의 시위와 그가 러시아의 미래에 대해 갖는 희망에 대해 BBC 러시아어 서비스와 이야기했다.
겁 없는 러시아 정부 비판가
울리츠카야(76)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러시아의 대표 작가다. 2002년 러시아 부커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시몬 드 보부아르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레종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그의 소설은 25개국 언어로 번역됐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야곱의 사다리’와 ‘녹색 텐트’다.
작가로서의 성공 뿐만 아니라 울리츠카야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러시아의 과거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스탈린주의도 아니고, 스탈린의 뒤를 이은 지도자들도 아니고, 소련 붕괴 이후의 정부도, 푸틴의 정부도 그에겐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는 보다 밝은 미래를 본다.
미래의 모범
울리츠카야는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벨라루스의 시위대는 이제 더는 “권력에 취하고 무지하며 편협한” 루카셴코 대통령을 감내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그는 벨라루스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 언젠가 러시아에서도 벌어지리라고 여긴다.
"그대에게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인사를 보냅니다. 그대에게 건강과 힘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그대가 무지하고 역겨운 정부 없는 나라에서 살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그런 나라에서 살길 바랍니다.” 그는 알렉시예비치에게 보낸 서한을 인용해 BBC에 말했다.
"최근 몇 주간 벨라루스에서 발생한 일들은 우리(러시아)의 미래의 모범입니다." 그는 말했다.
그는 “무능력한 독재자”에 대한 반발로 일어나 “통치자의 거처 바깥에서 수천 명이 모인 집회에서 상점의 창을 깨거나 차량을 불태우지 않은 평화로운 집회”를 한 시위대의 품위있는 행동을 찬양했다.
울리츠카야는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집회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고 말한다.
“대치 상태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체포가 발생한 것도 알고 멋진 리더들이 새로 등장했다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당신의 나라가 겪은 일이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불굴의 저항 세력
울리츠카야는 러시아에선 오랫동안 야권 세력이 결집력을 잃고 있었고 때문에 권위에 대해 제대로 도전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벨라루스의 야권 또한 오랫동안 같은 문제를 겪어왔으며 알렉산더 루카셴코의 26년 통치 기간 중 그를 몰아내고자 했던 시도는 여러 차례 실패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타입의 야권 세력이, 그것도 자발적으로 등장했다. 단일한 리더를 앞세우진 않았으나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보다 강한 생명력과 끈기를 갖고 있다.
그의 26년 집권에서 맞닥뜨린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벨라루스에 대한 기본 상식
- 벨라루스는 어디에 있나? 벨라루스의 동쪽에는 한때 벨라루스를 지배했던 러시아가 있고 남쪽에는 우크라이나가 있다. 북쪽과 서쪽에는 유럽연합 회원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가 있다.
- 벨라루스가 중요한 까닭은? 인구 950만의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서구와 러시아의 대결 사이에 낀 상태다. 러시아를 우방으로 둔 루카셴코 대통령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평을 듣곤 했다. 그는 26년째 권력을 잡고 있으며 국가경제의 대부분을 정부 소유로 하고 있고 검열과 경찰력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
- 현재 상황은? 현재 대대적인 야권 운동이 새로운 민주정부와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루카셴코의 지지자들은 그의 강력한 대응이 벨라루스를 안정시켰다고 말한다.
마지막 남은 자유로운 인사
알렉시예비치는 작가이자 탐사보도 기자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스위스 한림원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는 스톡홀름에서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그의 저작을 “우리 시대의 용기와 고통의 기념비”라고 일컬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살며 부정 의혹을 받는 8월 9일의 선거 이후 발생한 야권 집회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는 벨라루스 야권 조직 ‘조정위원회’ 인사 중 구금 또는 추방되지 않은 마지막 인사로서 온라인에 공개서한을 써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했다.
그의 야권 조직 동료들은 "모두 감옥에 가 있거나 국외로 추방됐다"고 그는 말했다.
8월말 알렉시예비치 본인도 벨라루스 당국의 심문을 받았지만 곧 풀려났다.
알렉시예비치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 벨을 누르고 있다고 말하자 서구 외교관들이 그의 집을 찾았다. 그들은 알렉시예비치의 곁에 머무른 후 SNS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체포나 괴롭힘이 저항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먼저 우리 나라를 점령했고 이제 우리 중 가장 훌륭한 이들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수백 명이 그들의 자리를 메울 것입니다.”
"루카셴코는 ‘거리와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거리는 매주 일요일, 그리고 매일마다 수십 만의 국민들이 나와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냥 ‘거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국민입니다."[BBC 뉴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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