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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크림 독립국' 인정 서명.. 美, 푸틴까지 제재 시사 본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크림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하루 전 주민투표를 단행해 '러시아와 즉시 합병' 지지율 96.8%를 이끌어냈던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러시아에 독립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조치이다. 리아노보스티 등은 푸틴 대통령이 명령에서 "16일 실시된 크림의 주민투표 결과를 고려해 크림공화국을 독립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크림공화국은 크림자치공화국의 새로운 이름이다. 푸틴은 18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8시) 상·하원 합동 국정연설을 통해 크림 사태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푸틴의 크림 독립 인정이 곧 크림의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크림을 합병하기 위해서는 먼저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와 상원에서 외국 영토 합병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하고, 이 법을 근거로 의회가 크림과의 합병을 승인해야 한다.
17일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의회 앞으로 보낸 성명에서 크림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독자적인 '로드맵'을 공개했다. 핵심은 ▲우크라이나 의회가 러시아계 등 소수민족의 권리와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새로운 연방헌법 제정 ▲러시아어를 제2 공식 언어로 지정 ▲정치적·군사적 영구 중립 원칙 천명 ▲지난 2월 21일 당시 우크라이나 여야가 합의한 내용 이행 등이다. 여기서 '영구 중립 원칙'이란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라는 의미이다. 2월 21일 합의란 서방의 중재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이 오는 9월까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을 실시하고 그 이후에 연말까지 조기 대선을 치르기로 한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일단 야누코비치를 복권시킨 다음에 대선을 치르라는 요구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러시아가 제시한 로드맵을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일축했다.
국제사회는 17일 발표한 2차 러시아 제재에 이어 3차 제재 조치를 준비 중이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다루는 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에서 어떤 개인이나 행위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이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푸틴 대통령을 제재 대상에 포함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일제히 해석했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 정권 지도자 11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O)을 발동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관을 포함한 러시아인 13명과 우크라이나인 8명 등 총 21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EU는 20∼21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도 17일 러시아 정부 관계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2차 제재 수위가 예상됐던 선에 머물렀다는 점에 일단 안도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의 손목을 찰싹 때리는 정도"란 비판도 제기했다
러시아 크림 병합조치 '속전속결' 추진
러시아가 크림자치공화국 합병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진행자) 오늘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러시아가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을 위한 조치들을 매우 신속하게 취하고 있군요?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18일) 크림자치공화국과 세바스토폴을 합병하는 조약에 서명한 데 이어, 오늘은 러시아 헌법재판소가 합병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만장일치로 승인했습니다. 이제 러시아 의회 상·하원의 비준 절차만이 남았는데요. 이번 주 안에 비준안을 처리하고,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속전속결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크림반도에서도 러시아로의 귀속을 위한 조치들이 착착 진행 중이라고요?
기자) 네. 크림자치공화국은 지난주말 러시아로의 귀속을 묻는 주민투표에서 97%의 찬성표가 나왔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도 독립을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현지 표준시를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 시간에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간으로 변경하고, 통화, 즉 돈도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에서 러시아 루블화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크림자치공화국의 독립 선언과 러시아로의 귀속이 불법이라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그런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우선 우크라이나 헌법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영토를 변경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자치공화국이 자체 주민투표만으로 러시아와 합병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죠.
진행자) 하지만 과거에도 한 국가의 특정 지역이 독립을 선언한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제법에서는 특정 지역이 중앙정부로부터 심각한 인권 탄압 등을 받는 경우에만 분리 독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크림자치공화국의 경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죠.
진행자) 하지만 크림자치공화국과 러시아가 합병을 강행하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겁니까?
기자) 유엔 안보리에서 지난주말 이를 막기 위한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유엔총회에서 별도의 결의안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구속력이 없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합병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강력한 추가 제재를 취할 거라고 경고하지 않았었습니까?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미 이번 주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고위 인사 몇몇에 대한 제재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에 대한 제재라서 상징성은 있어도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어제 전격적으로 크림자치공화국과의 합병을 선언했는데요. 이에 따라 말씀하신대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지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열쇠를 유럽이 쥐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미국보다는 유럽이 러시아와 더욱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담에서 주요 7개국, 유럽연합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데요, 여기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설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어떤 조치가 가능할까요?
기자) 러시아 정부의 무역이나 금융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타격이 클겁니다. 하지만 유럽에 돌아올 피해도 큰데요. 예를 들어 현재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제한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러시아에천연가스 수입의 40%를 의존하는 유럽 지역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또 유럽연합 차원의 제재를 취하려면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 그것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진행자) 크림자치공화국 현지에서는 크림 자경단이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점거했다는 소식도 있던데요?
기자) 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늘 무장하지 않은 자경단 수백명이 세바스토폴의 우크라이나 해군기지 정문을 부수고 영내로 진입했는데요. 우크라이나 군들의 저항이나 충돌은 없었다고 합니다. 자경단은 본부를 점거하고 러시아기를 게양했고, 우크라이나 군들은 기지를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한편 어제는 심페로폴의 우크라이나군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무장한 세력 사이에 총격이 벌어저 우크라이나 장교 한 명과 무장세력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날 총격을 벌인 무장세력이 크림공화국 자경단인지, 러시아 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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