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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정치세력을 이끌 킹메이커 ‘이인제’의 선택은? 본문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는 6선의 중진 의원이며 대권 3수생이다. 1997년 대선은 그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의 분기점이었다. 국민신당을 창당해 단기필마로 대선에 도전한 그는 1.6%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1997년 대선에서 492만표의 득표력(19.2%)으로 김대중 정권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3후보가 대권향방의 물줄기를 바꾼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이제 대권 4선 도전이 아닌 ‘제3후보론’으로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있다.
이인제, 제3정치세력의 구심점 역할 자처
이인제 대표는 지난 5월 28일 선진통일당 대표로 선출된 후 행한 수락 연설에서 “저는 험난한 정치 역정을 견디며 과오도 많고 흠도 많은 사람”이라며 대선 3수생인 자신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지금 이번 대선에 나갈 뜻이 전혀 없다”면서 “(양대 정당의) 두 후보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여론이 반드시 제3의 후보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며 제3정치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했다.
7월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중앙당에서 대선후보 기획단을 발족시킬 것이고, 양대 세력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엘리트집단을 연대해서 이제 국민과 함께 제3의 리그를 만들어서 제3의 후보를 만들겠다”면서 “이번 대선을 3파전으로 끌고나가게 될 것인데 시점은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이 될 것이다. 이 한 달간 우리가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 사무처장회의에서 “지금은 대선정국이다, 그래서 모든 매체들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대 리그에만 집중되어 있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당 안에서는 리그를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고 현재 선진당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이 대표는 ‘뿌리 당원’, ‘주권 당원’ 운동에 대해선 “우선 10만 명이 되면 당을 어떤 세력도 공격할 수 없고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발전하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우리 당이 완전히 새로운 설계도를 가지고 이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선정국에서 또 다음 지방선거, 총선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가야 될 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유로 말한다면 물이 들어올 수 있는 때가 바로 그 때다, 우리가 물이 들어오더라도 배를 띄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물이 다시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그러니 우리 당이 국민과 함께 강력한 제3후보를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주시기 바란다”고 밝혀 선진당의 대선목표가 ‘제3정치세력화’임을 재차 강조했다.
선진당 내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인제 대표의 구상은 새누리-민주 양대 리그로 집중된 현 대선정국을 해체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뿌리 당원, 주권 당원 운동 전개로 세력 확산시킨 후, 독자적인 후보를 내세워 제3의 리그를 만들어 선진당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대 정당후보에 실망한 부동층 30~40% 흡수 자신
이인제 대표는 지난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12월 대선과 관련, “그 어느 때보다 굉장히 격렬한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8월 말, 늦어도 9월 초면 양당 후보가 결정 되고 한 달 정도면 치열한 검증이 끝난다”면서 “이들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이 한 군데로 모아지는 10월 초부터 우리 당과 범국민적인 후보를 추대하고자하는 여러 세력들과 함께 제3세력 결집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며 제3세력 출현 시점을 예측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맹목적으로 밀어주는 지역표에 보수·진보의 대립으로 (후보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30~40%씩 공짜로 지지 확보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나머지 30% 안팎의 대안을 찾은 국민들의 에너지가 분명히 결집하게 돼 있는데... 올 대선판을 3파전으로 바꿔 놓는 일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27일 대전에서 개최한 당 연찬회에서도 “10월쯤 되면 양대 정당 후보에 대해 실망하는 국민들의 40%가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민주 양당은 영·호남 지역패권, 냉전 이데올로기, ‘보수다, 진보다’(라고 하면서) 깔고 앉아서 막대기를 후보로 내세워도 30~40% 맹목적 지지를 갖고 있는 세력”이라며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기득권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과 함께 우리 당의 후보를 만들어내야 하고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제3후보 지지층에 대해 “현재 새누리, 민주 양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90%이지만, 8~9월에 후보를 확정하고 검증 기간을 거치면 실망한 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하면서 10월 말쯤엔 양당 지지율 합계가 60%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때 제3후보 지지층은 최대 40%이며 이런 현상은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2007년 대선에서 고건으로 반복됐다”고 밝혀 부동층 흡수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국 이인제 대표의 복안은 양대 정당 후보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동층을 40% 안팎이라고 분석하고, 이들의 지지를 모아 제3의 후보를 만들어 이번 대선을 3파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뭉게구름, 정운찬은 대선 태풍의 눈?
이 대표는 안철수 원장에 대해 뭉게구름과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지난 6월 모 언론사가 안 원장이 이 대표가 주장한 제3후보에 가장 가깝지 않냐는 질문을 하자 이 대표는 “안 원장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본질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환멸이 투영된 것”이라며 “본인이 국가경영에 대한 의지와 목표가 있다면 당을 만들던지, 정치적 실체로 변신해 검증도 받고 그래야지, 8개월 동안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처럼 비를 내린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큰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하늘에 구름이 생기지만, 구름이 없어지는 것도 눈 깜짝할 사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인제 대표는 잠재적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정운찬 전 총리에게 많은 정성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가 선진당의 기반인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표와 성완종 원내대표 등 선진당 지도부가 지난달 19일 정운찬 전 총리가 설립한 동반성장연구소 출범식에 대거 참석하면서 (이 대표가) 정 전 총리에 대한 영입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축사를 통해 “대선에서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거대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 제3의 태풍이 나와야 한다”며 “정 전 총리가 태풍의 눈이 돼 주길 바란다”고 말해 공개적으로 정 전 총리의 (대선 출마)의사를 타진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정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다면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고, 당도 정 전 총리 같은 인재 정도면 대선 후보로 내세우기에 손색이 없지 않겠나”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도 “양극화 해소와 1%보다 99%를 위한 동반성장을 통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다”며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면 주어진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뜻을 같이한다면 누구라도 함께하겠다”고 밝혀 대권도전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정 전 총리에게 대선출마를 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한데 대해 “이 대표와 사전에 논의한 게 아니다”며 “‘이 대표가 호감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이해했다”고 설명해 이-정 연대설에 대한 지나친 억측을 사전에 차단했다.
하지만 이-정 연대 성사 가능성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녹록치 않다. 한 정치 전문가는 “비록 정 전 총리가 이 대표 동향인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입설이 나오고 있지만, 선진당이 4·11 총선에서 원내 5석 확보에 그치며 충청권 기반마저 새누리당에게 빼앗긴 상황이라 (정 전 총리의)입당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정치권에선 이인제 대표가 그리고 있는 대선 밑그림의 주인공이 누가될지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인제 대표가 다소 회의적이지만 박근혜 대표와 지지율 1위 경쟁중인 안철수 원장을 선택할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 대선태풍의 눈이 되어달라고 주문했던 정운찬 전 총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3후보 득표력과 충청권 표심이 대권 향방 갈라
이인제 선진당 대표가 현재의 대선 양강구도를 해체시켜 제3후보를 내세워 대선 3파전으로 이끌겠다는 근거는 지난 25년간 대선결과에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대선의 공통된 특징은 항상 등장한 제3후보들과 충청권 표심의 향방에 따라 대권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무당파 지지를 기반으로 한 제3후보들은 대략 15~20% 가량 득표율로 양대 정당 후보들을 위협하며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비록 자신들이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특정 후보가 1등이 안 되게 하거나, 1등이 되게 만드는’ 역할로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놨다.
제3후보의 파괴력을 확실히 보여준 것은 이인제 선진당 대표가 나온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이었다. 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던 이 선거에서 이인제 후보가 얻은 492만 표의 득표력(19.2%)이 대권 향방의 결정타가 됐고, 그 결과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에게 불과 39만 표(1.6%) 차이로 석패했다. 당시 이인제 후보가 여당인 한나라당의 홈그라운드인 부산·경남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점도 이회창 후보 패배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제3후보의 역할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양당 경쟁 구도 속에 국민통합21을 창당해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후보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등에 업고 한때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릴 정도로 여야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후 정 후보는 노 후보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켰고 결국 노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결국 노무현 후보에게 져 중도탈락한 정 후보의 지지자 중 상당수가 노 후보에게 표를 던져 참여정부출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처럼 대권향방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제3후보 지지층은 우선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전통적 무당파를 들 수 있다. 지역적으론 YS와 DJ라는 확실한 지역 맹주가 존재했던 영·호남을 제외한 수도권, 충청권 등 정치적 중립지대 유권자가 속한다. 그리고 이 대표 말대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면서 양당에서 이탈한 유권자들이 가세한다.
또 다른 대선결과 관측에 중요한 바로미터는 이인제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 표심이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충청권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권을 쟁취한다는 대선 법칙이 존재한다. 1992년 14대 대선결과, 충청권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20여만 표 차이로 김대중 후보에게 승리해 대권을 쟁취했다. 이후 충청권의 표심은 대선 승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지난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전국적 표차인 39만557표보다도 더 많은 40만 8319표의 표차를 충청권에서 얻으며 대권 4수의 한을 풀었다.
16대 대선에서도 충청권은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에서만 이회창 후보를 25만6286표로 따돌렸다. 전국적 표차인 57만980표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전국적으로 531여만 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지만 충청권의 표심도 이명박 후보에게 쏠렸다.
그리고 이번 4·11 총선에서 5석밖에 못 얻었지만 선진당은 충남 22만5299표, 충북 14만1275표, 대전 2만3582표를 득표해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지지세를 가지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런 결과를 볼 때, 앞으로 5개월여 남은 대통령선거에서도 풍향계가 될 제3후보의 득표력과 충청권의 표심이 어떻게 흐르느냐에 따라 대선의 승패도 좌우될 전망”이라며 “따라서 이인제 대표가 만들고자 하는 제3정치세력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대권주자 아닌 킹메이커로서 대선 역할 자임해
- 40% 부동층 흡수로 대선 3파전 구도 형성기대
- 안철수와 정운찬을 아우른 대선 밑그림 그리는 중
- 제3후보와 충청권 표심이 대권 방향 결정타 역할
'-미국 언론- > 아시아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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