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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기자가 전한 '10년전 그날의 부시' 본문

Guide Ear&Bird's Eye/테러단체,간첩등 수집.조사연구

백악관 출입기자가 전한 '10년전 그날의 부시'

CIA Bear 허관(許灌) 2011. 9. 11. 19:41

"연설 계획도 없었던 부시 당시 대통령이 9·11테러 현장을 살펴본 뒤 그 자리에서 바로 확성기를 잡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플로리다주(州)의 한 초등학교에서 9·11 테러 보고를 받았던 첫 순간부터 그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까지의 비화를 11일(현지시각) 당시 부시를 취재했던 로이터 통신 기자들이 공개했다.

◇ 에어포스 원이 테러 직후 향한 곳은? = 10년 전 9월11일.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부시의 귀에 앤드루 카드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9·11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보고를 받고 초등학교를 급히 빠져나온 부시는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위해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부시와 함께 있던 기자단도 서둘러 에어포스 원에 올라탔다. 보안팀이 탐지견을 동원해 비행기에 올라타는 기자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수색을 펼쳤다.
 평소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한 백악관 관계자는 급박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에어포스 원 탑승자의 인원을 점검하며 "모두 탄 것이 맞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에어포스 원이 이륙했고, 탑승했던 기자들은 창 밖을 바라보다가 낯선 풍경에 깜짝 놀랐다. 플로리다를 떠난 비행기는 워싱턴 D.C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루이지애나의 박스데일 공군기지. 꽃다발을 든 환영단 대신 군인들이 '윙팁(날개 끝) 대열'로 에어포스 원을 둘러쌌다.

   부시는 이곳에서 첫 번째 연설을 했다. 그의 위치가 노출될 것을 염려한 당국자들이 기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고, 연설은 창문 한 개 없는 밀폐된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 부시 "테러범, 미국의 목소리 듣게 될 것" = 2001년 9월14일. 부시를 태운 헬기가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붕괴현장으로 향했다.

   헬기가 그라운드 제로에 도착하기 수 마일 전부터 붕괴된 건물 더미에서 그을린 냄새가 코를 찔렀고, 현장에서 비롯된 검은 연기는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휘감고 있었다.

   지상에서 부시가 본 테러 현장은 더욱 끔찍했다. 인근 도로는 두꺼운 잿더미가 뽀얗게 쌓여 있었고, 한때 뉴욕의 자랑이었던 WTC 건물은 이제 흉측한 모습의 대들보만 앙상하게 남았다.

   루디 줄리아니 당시 뉴욕 시장과 현장을 둘러보던 부시를 향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를 외쳤다.

   그 순간 부시가 소방차 위로 올라가 한 손은 소방대원의 어깨 위에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확성기를 잡은 채 "당신들이 뭐라고 하는지 내가 들었다. 그리고 이 건물을 무너뜨린 그들도 조만간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스티브 할런드 로이터 기자는 이날 계획에도 없었던 부시의 짤막한 연설이 그의 나머지 재임기간의 운명을 결정지었다고 전했다.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