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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김정일의 비자금 본문

Guide Ear&Bird's Eye/북한[PRK]

김정일의 비자금

CIA Bear 허관(許灌) 2010. 2. 2. 22:52

 

 2006년 4월 25일 미 상원에서 열린 북한의 불법활동에 관한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들이 북한이 만든 '가짜 말버러 담배', '가짜 비아그라'라고 제시한 증거물. 증언자들은 북한에서 일본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앞에서 이 같은 가짜 담배, 가짜 비아그라를 발견했다며 북한이 가짜 담배로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5억2천만~7억2천만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의 비자금이 외국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2000년도 김정일이 약 43억 달러 상당의 외화를 스위스 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히면서부터입니다. 이전부터 김정일의 비자금과 관련한 소문은 많았지만 스위스 은행의 철저한 비밀 유지 정책으로 구체적인 내역을 추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당시 CIA의 발표가 나오자 언론들은 미 정보 당국이 스위스에서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해 오다 1990년대 말 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의 실질적인 부인 고영희의 여동생 고영숙 부부로부터 김정일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해 이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국제 언론들은 앞다퉈 김정일의 비자금과 관련한 특집기사를 내보냈고 2006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여전히 약 40억 달러상당의 비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숨겨 놓고 있다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의 비자금이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추락했고 수많은 주민들은 기아로 굶어 죽었으며 지금도 뙈기밭을 일구거나 장사를 통해 근근히 먹고 사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외화 보유고는 바닥을 치고 있어 식량이나 비료, 에너지를 외부에서 사올 형편도 못됩니다. 이런 와중에 김정일이 무려 4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외국의 은행에 은닉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며 의문점도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해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들과 달리 최고 지도자의 비자금 확보를 위해 불법 행위를 마다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의 불법 활동을 추적했던 데이비드 애서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선임 자문관은 앞서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북한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마약 밀매와 위조지폐 유통, 가짜 담배, 무기 판매 등 불법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애셔: 20년 넘게 북한 정권은 돈벌이를 위해 다양한 불법 활동을 했습니다. 미국의 달러를 위조하고 가짜 담배를 파는 행위와 함께 보험 사기, 돈세탁, 은행 사기, 마약 밀매 등이 그 예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2007년 내놓은 북한 마약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의 주도로 마약 재배를 하고 있으며 해외에 주재한 북한 외교관들이 이 마약을 밀매해 연간 최고 약 5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된 건수만 지난 30년 동안 이후 20개 나라에서 50건에 이르고 있다며, 극심한 식량난에도 일부 경작지가 마약 재배를 위해 사용된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함경남도 갑산군에 살았다는 탈북자 김 씨는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회견에서 인근 농장에서 농작물 대신 아편을 생산하기 위해 양귀비를 대량 재배했다고 말했습니다. 양귀비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는 농장에서 채취한 양귀비를 몰래 팔기도 했으며 마약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또 외화 벌이를 위해 위조지폐도 생산해 왔습니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외교관과 무역상 등 관리들이 위조지폐를 불법 유통시키가 적발된 사건만 모두 13건으로 액수로는 약 5백 만 달러에 이릅니다. 실례로 1998년 4월 북한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겸 김정일 비자금 담당 서기였던 길재경이 러시아에서 위조달러 3만 달러를 환전하려다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위폐 제조를 통해 버는 외화는 연간 미화 1500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의 비자금 마련을 위한 외화벌이에 무기 판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1980년대 말 이란에 이라크에 스커드 미사일을 대량으로 수출하면서 많은 외화를 벌었습니다. 북한은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제 3세계 나라들에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를 꾸준히 수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회조사국은 지난해 작성한 ‘2001-2008 재래식 무기의 개발도상국 이전’ 보고서에서 북한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개발도상국에 수출한 재래식 무기 규모가 6억 달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란과 시리아에 핵 기술을 몰래 수출함으로써 수억 달러를 벌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북한은 가짜 담배의 유통과 북한 주민들의 ‘충성의 외화벌이’를 통해 수집한 사금이나 송이버섯의 수출을 통해서도 외화를 벌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무역관리로 일했던 탈북자 김태산씨는 김정일은 스위스 은행에 감춰놓은 비자금은 측근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면서 해가 가도 나아지지 않는 인민경제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김태산: 그 돈이 쓰이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김정일이 그 많은 외화를 앞으로 어디에 쓰려고 잠재워 놨는지는 누구도 모르는데 그 돈을 꺼내 쓰는 데는 하나도 없습니다. 인민경제는 파탄이 아니라 내년이면 다 죽게 생겼는데 자기는 인민의 지도자라고 하지만 지 살 궁리만 하는 독재자입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홍콩과 싱가폴 은행 등에 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일의 비자금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해당 정부에 편지를 보내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아시아 인권(Human Rights in Asia)’은 북한 주민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김정일의 비자금을 차단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