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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합의 절반의 성공 본문
191개국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18일(현지시간) 도출한 '코펜하겐 협정'은 정치적 선언에 그칠 것이라는 애초 예상보다 일부 진전됐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간극을 좁히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양측을 가로막는 벽을 완전히 허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당사국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하고 지구의 허파인 숲 보전 방안에 대한 의견 접근도 이뤘다.
하지만 각국이 지켜야 할 구속력 있는 합의를 제시하지 못한 채 내년 말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제16차 총회에서 구속력 있는 감축안을 마련하기로 한 점은 이번 회의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발도상국과 빈국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를 확정했지만 그 규모를 둘러싸고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견이 좁혀질지도 미지수다.
◇ 성과 =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관련,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공유 비전에 합의를 이룬 점은 이번 회의의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군소도서개도국연합(AOSIS)이 주장한 1.5도 이내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과 시급성에는 공감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서는 범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음에도 기준연도(1990년, 2005년, 현재)를 놓고 이견이 커 구체적인 시한은 못박지 않았다.
정부 대표단 관계자는 "이번 총회가 기대와 달리 정치적 선언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을 환기시킨 점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번 총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 문제 역시 총론에 합의한 것도 긍정적이다.
선진국은 개도국과 빈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10~2012년 300억달러를 긴급히 지원하기로 약속하고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2012년까지의 긴급자금 300억달러는 유럽연합(EU)이 106억달러, 일본이 110억달러, 미국이 36억달러를 각각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도국은 그동안 선진국이 매년 2천억~3천억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터라 지원 규모를 둘러싸고 이견이 쉽게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지구의 허파인 숲 보전 방안에 합의한 것도 나름의 성과다.
숲을 비롯해 기후변화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탄 토양 및 습지와 같은 자연지형을 보전하는 개도국에 선진국이 보상해주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토탄(土炭) 또는 이탄(泥炭)이란 화본과식물이나 수목질의 유체가 분지에 두껍게 퇴적해 생물화학적인 변화를 받아서 분해되거나 변질된 것으로, 석탄의 한 종류이지만 지표에서 분해작용을 받아서 일반적으로 석탄과 구별된다.
◇ 남은 쟁점 = 이번 총회는 그러나 2020년부터 2050년까지의 범 세계적인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 목표의 수준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이 마련한 합의안에 대해서는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내년 말까지 마련하기로 하고, 결정을 유보하는 선에서 끝냈다.
합의안은 또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인 선진국과 자발적 감축국인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선진국만 2020년)를 내년 1월 말까지 제시하도록 했으나 역시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결국 코펜하겐 총회의 가장 큰 목표였던 교통의정서 이후의 체제, 즉 2013년 이후의 선진국 감축 목표 제시 시한을 내년 1월까지 미루고 법적인 구속력 부여 시점도 내년 말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차기총회로 미뤄 알맹이가 빠졌다는 분석이 많다.
교토 의정서는 2008~2012년 선진국이 1990년에 비해 평균 5.2% 감축하도록 못박았었다.
그간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 대비 16~23%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반면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1990년 기준으로 감축치를 약 40%로 늘려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왔다.
최종적인 감축 목표가 정해진 다음에는 국가별로 배출량을 할당하는 절차가 이어지는데 이를 놓고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또 한차례 격론과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 지원 규모가 정해지기는 했지만 개도국이 너무 적다며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다, 선진국이나 선발 개도국 중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낼 것인지 등 분담을 놓고서도 진통이 불가피하다.
개도국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검증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합의안은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2년마다 유엔에 보고하도록 하고 선진국이 요구하는 투명성 부합을 위해 '국제적인 확인(international checks)' 절차를 밟되 주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절충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확인 절차에 대해 개도국이 쉽게 수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여서 그 방식을 놓고도 한바탕 공방이 예상된다.
그동안 선진국은 제3의 국제기구를 만들어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왔으나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은 자율적으로 감축 목표를 준수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등 이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 총회는 19일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을 공식 인정하기로 한 뒤 막을 내렸다.
총회 의장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코펜하겐 벨라 센터에서 밤샘 회의를 진행한 끝에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완성된 코펜하겐 협정에 '유의(take note)'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협정이 일부 국가의 반대로 총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이 협정을 회의의 공식적인 합의 문서로 인정, 법적 효력이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합의 내용이 실행에 옮겨지도록 한 것으로 간주된다.
앞서 라스무센 총리는 기한을 연장하면서 밤샘 회의까지 벌였으나 첨예한 의견대립 양상이 계속되자 오전 7시(현지시각) 정회를 선포하고 대안을 검토한 끝에 '어정쩡하지만 일정한 성과를 확보한' 타협안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이 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193개 당사국이 모두 찬성해야 가능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가 기후변화 대응 문제의 '본질적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뒤 그러나 기대했던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공식적으로 회의 마지막 날이었던 18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미국, 현재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 그리고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교토 의정서를 대체할, 법적 구속력 있는 전 세계적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내년 말까지 마련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제시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 초안은 ▲지구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내로 제한하고 ▲선진국은 내년 1월 말까지 2020년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개도국은 내년 1월 말까지 실행방안을 담은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국내의 자체적 측정ㆍ보고ㆍ평가(MRV)를 거쳐 2년마다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선진국은 2010~2012년 총 300억달러를 개도국에 긴급 지원하고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정했으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내년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 일본, 아프리카연맹, 소도서개도국연합(AOSIS) 등 대다수 회원국은 5개국 초안이 미흡하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베네수엘라, 수단, 투발루 등 일부 국가들은 "전 세계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고 구속력도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교토 의정서는 2008~2012년 선진국이 1990년에 비해 온실가스를 평균 5.2% 감축하도록 못박았었다.
특히 수단의 루뭄바 디-아핑 대표는 그러나 이 초안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에 비유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유럽에서 600만명을 소각로로 몰아 놓은 것과 같은 가치에 근거한 해결책"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아프리카 주민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홍수, 가뭄, 산사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합의가 "유례없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국제적 협력의 새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면서 "오랜 과정을 거쳐 여기에 이르렀지만 앞으로 더 긴 여정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당초 코펜하겐에 9시간 동안 머물 예정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5개국 합의가 가시화하자 체류 시간을 6시간 연장하며 열정적으로 협상을 벌였다. 그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4개국의 별도 회담장에 초대받지 않은 채 찾아가 합의를 설득하기도 했다.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내키지 않지만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복잡한 심경이지만 전진을 위한 첫 발걸음"이라면서 "앞으로 더 먼 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EU의 목표에 명백히 미달하는 것으로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으나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 초안이 보편적 지지를 얻었다"면서 "1년 전만 해도 이런 정도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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