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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막내’ 설훈은 왜 손학규 캠프로 본문

-미국 언론-/아시아뉴스

‘동교동 막내’ 설훈은 왜 손학규 캠프로

CIA Bear 허관(許灌) 2007. 8. 4. 21:19

지난달 24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에 합류한 설훈(薛勳·54)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家臣)그룹인 동교동계의 막내로 통한다.

설 전 의원은 “오래 전부터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동교동 선배들과 상의했지만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설상가손(薛上加孫·설훈에 손학규가 더해졌다)’이며, 손 전 지사가 공작정치의 유혹에 이끌려 있다는 증거”라며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설 전 의원과의 정치적 악연 때문이다. 15~16대 의원을 지낸 설 전 의원은 2002년 3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서울 가회동 ‘빌라 게이트’를 폭로했다. 이어 이 전 총재가 ‘최규선 게이트’의 주역인 최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설 전 의원의 연이은 네거티브(비방) 공세에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한나라당으로선 설 전 의원이 ‘대선의 공적(公敵)’이자 ‘공작정치의 대명사’인 셈이다.

1.2002년 대선때 이회창 후보 공격에 선봉 

설 전 의원은 30일 “20만달러 사건은 진실이며,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03년 재판 과정에서 그는 “당시 김현섭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했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확인 작업 없이,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민주당 기자실에서 폭로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현섭 비서관은 미국으로 도피했고, 그는 근거자료와 제보자를 밝히지 못해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를 놓고 청와대 등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당시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설 전 의원과 절친한 사이며, 김한정 청와대 제2부속실장은 그의 5촌 외조카다.

2. ‘20만달러 수수’ 허위유포 혐의로 유죄판결 

이는 그에게 정치적 시련의 시작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지만, 2002년 이후 계속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2004년 말 허위사실 유포죄로 국회의원 피선거권을 잃었고, ‘정치 낭인’의 인생유전을 겪었다.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동교동계에선 드문 영남(창원) 출신으로 촉망받는 차세대였다. 마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민주화청년연합(민청련) 결성을 주도하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5년간 옥살이를 했다. 1985년 김대중 총재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운이 닿지 않아 1996년에야 서울 도봉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DJ가 인간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비서이자 가신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3년 민주당 분당(分黨) 과정에선 민주당에 남았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직후 민주당 지도부에 탄핵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05년부터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명단에서 빠졌고, 올 2월에야 사면·복권됐다.

3. 형님이라 부르는 孫과 동교동 가교 역할? 

설 전 의원은 1970년대 학생 운동을 할 때부터 손 전 지사와 친분이 깊었다. 그는 기독교사회연구소에서 만난 손 전 지사를 ‘형’이라고 불렀다. 그는 작년 초 손 전 지사의 공관으로 찾아가 3시간 가량 술을 마시며 “형님, 한나라당에서 나오쇼. 그러면 돕겠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손 전 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캠프로 출근해서 뭐든 돕겠다”고 했다. 손 캠프에서 조직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이호웅 전 의원도 설 전 의원 합류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설 전 의원은 캠프 상견례에서 “손 전 지사가 본선 경쟁력이 제일 높지만, 경선에서 잘못될지 몰라 내가 끼어들었다”고 했다. 손 전 지사는 “설 전 의원은 씩씩하고 돌파력이 있으며, 선거경험이 풍부해 캠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4. 활동에 제약… 정치적 재기 성공 장담 못해 

설 전 의원의 ‘손 캠프’행(行)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설 전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지난달 말 권노갑 전 고문을 만났다. 설 전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가 손 전 지사와 동교동 간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 전 의원이 이번 손 캠프 합류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이 공격하고 있고, 범여권에서도 “DJ가 손 전 지사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며 경계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 활동 범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