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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노조위원장 출신 국방장관 내정 논란 본문
이스라엘의 새 내각이 내달초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아미르 페레츠 노동당 당수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이스라엘 정가가 시끄럽다.
이스라엘 최대 노조인 히스타드루트를 이끌어온 노동운동가 출신의 페레츠 당수는 정치 경력도 최저임금 인상, 연금제 전면 도입 등 주로 사회 분야에 몰려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장관직은 전통적으로 군 지휘관을 지낸 장성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마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의 핵 위협, 팔레스타인의 혼란 가능성,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의 부분철수 일정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그가 과연 국방장관직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겠냐는 불안의 눈길들이 꽂히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은 26일 페레츠 당수가 국방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 "그의 판단력과 책임감을 신뢰한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장성 출신인 노동당의 마탄 빌나이는 이날 "지금으로서는 페레츠가 국방장관직에 요구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를 익히는데 앞으로 1-2년은 걸릴 것"이라며 반대 여론몰이를 이어갔다.
이스라엘에게 필요한 것은 `민간인 국방장관'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간 하레츠의 국방 분석가인 레우벤 페다주르는 "오늘날까지 이스라엘의 모든 정책은 무력의 사용이라는 군사적 사고방식에 근거했다"면서 "페레츠가 군사적 관점으로만 그림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퇴역장성 단체인 `평화안보위원회'의 대니 로스차일드 회장도 "국방장관은 군을 감독하고, 방향을 정해주며, 명령받은 바를 이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면서 반드시 군 출신이 맡을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페레츠 당수는 보스 기질이 있고, 어떤 반대에도 맞설 것이며, 그의 `비둘기파'식 접근이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서 중화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페레츠 당수가 국방장관에 오르더라도 첫 민간인 출신은 아니다. 시몬 페레스, 모쉬 아렌스 전 국방장관도 민간인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군부와 단단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게 차이다.
페레츠 당수의 군 경력은 상대적으로 일천한게 사실이다. 그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일명 욤 키푸르 전쟁)때 낙하산 부대의 병기장교로서 지원업무를 맡았으며, 1974년 군차량 전복사고로 다리에 중상을 입어 2년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런 그가 이스라엘의 모든 군사기밀을 보고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한 신문에는 최근 샤울 모파즈 현 국방장관이 진땀을 흘리고 있는 페레츠 당수에게 핵가방을 넘기면서 "되도록이면 이것을 적게 사용하시오"라고 말하는 만평을 게재, 여론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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