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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는 "아버지의 혼"(?)을 버릴까

CIA Bear 허관(許灌) 2006. 4. 24. 18:39
정몽구는 '아버지의 혼'(?)을 버릴까

1938년생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올해로 67세를 맞는다. 불과 3년 후면 고희(70세)이다. 그가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 구축에 들어간 모습이다. 최근 인사에서 장남 정의선씨를 기아차 사장으로 선임했고, 조만간 현대모비스 사장직도 맡기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2세 경영 승계 작업에 대해 소액주주와 외국인들도 아직까지 크게 태클을 걸고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다. 삼성그룹과 함께 유일하게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좋은 경영실적을 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영승계 과정에서 최근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최대 주주인 '엠코'라는 건설회사이다. 이 회사는 정 사장이 지난해 12월 자동차물류업체인 '글로비스'로부터 지분 25%를 매입, 최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주요 주주들은 정몽구 회장 10%, 글로비스 24.96%, 기아차 19.99%, 현대모비스 19.99% 등이다.

<엠코는 어떤 회사인가>

엠코는 2002년10월 건설·토목사업 면허를 취득,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자동차 공장과 연구소 건설·유지 보수사업을 전담해왔다. 매출액은 2002년 94억8082만원에서 작년 4138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엠코의 전신은 에이치랜드.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가 현대그룹과 결별을 준비하던 99년 10월에 설립한 회사. 2000년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현대건설과 등을 돌린 현대자동차는 건설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캐피탈 기획부장 출신인 장창기씨를 사장으로 앉히고 10억2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에이치랜드의 문을 열었다. 이후 에이치랜드는 현대자동차 관련사들의 건설과 토목관련 공사를 도맡아 진행했다.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환경조성작업과 남양연구소 건설을 담당했으며, 2000년 해외 공사업 자격을 따낸 뒤에는 현대자동차가 건설중인 미국 앨라배마 현지공장과 상하이 기아차 현지공장 건설 사업을 맡았다.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에이치랜드는 고속성장을 지속해 2000년에는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1년에는 매출액 16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에이치랜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총 매출액의 95% 이상을 차지했으며, 에이치랜드 임원 대부분은 현대정공과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출신들로 이루어져 현대차 위장계열사 의혹을 받았다.

이 엠코라는 회사가 최근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이 대주주가 되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주택사업을 확대하고, 2010년까지 10대 건설사 반열에 오르겠다는 비전도 선포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엠코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라는 탄탄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경우 기존 시장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과 3~4년만에 '넘버 10'에 들었던 전례도 있다. 이는 건설업의 특성이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브랜드 등 3가지가 좌우하는 속성에 기인한다. 이미 엠코는 기술력을 제외한 2가지는 톱 클래스 수준에서 출발하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기술력도 조만간 선발업체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돈의 힘으로 전문가들을 속속 스카우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계동의 현대자동차 사옥>
업계에서는 엠코가 현재 비상장 건설회사라는 점에서 2세 경영 승계에 따른 자금마련을 위한 회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엠코는 매년 3000억~4000억원의 공사물량을 모 기업으로부터 안정적, 배타적으로 확보하고 있다.(여기에서 얻어지는 수익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더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택,관급공사까지 진출한다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조기에 상당한 자본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은 뻔한 일이다.(건설업계 종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건설업은 회계가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엠코의 등장과 맞물려 있는 문제가 바로 현대건설의 향배이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치열했던 인생과 혼이 담긴 회사이다. 현대그룹의 모기업이다. 현대자동차도 바로 현대건설이 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 공사 등으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로 만들어진 회사이다. 현대그룹 임직원들은 현대건설을 가르켜 '어머니같은 회사'라고 말한다. 지금 범 현대가의 주요 경영진은 적어도 한두번은 다 현대건설을 거쳤기 때문이다. 지난 98~99년 이른바 '왕자의 난' 당시에도 사실 현대건설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최대의 관심사중 하나였다. 그만큼 현대건설의 주인이 바로 현대가의 법통을 잇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고 정몽헌 회장(MH)이나 정몽구 회장(MK)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현대건설은 무리한 대북사업 등으로 결국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이젠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독자 생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법통을 가진 회사인 만큼 언제가는 현대가에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현대건설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크게 3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인수하는 방안, 둘째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이 인수하는 방안, 셋째는 아예 제3자 매각을 통해 넘기는 방안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게 정몽구 회장의 인수이다. 왜냐하면, 현 회장의 현대그룹은 인수할 여력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한때 현대아산의 대북사업권을 3자에 매각해 인수대금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났다. 현 회장측도 "인수하고는 싶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능력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제3자 매각 역시 가능성이 떨어진다. 3자 매각이 가장 합리적이고 투명한 방안이긴 하지만, 현대건설의 덩치를 보나, 국민 정서상 과연 외국계나 다른 대기업이 인수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현대건설의 주가와 자본금 등을 고려하면 최소 8000억~1조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마련할 회사는 거의 없다. 특히, 외국계가 장래 수익성도 불투명한 건설회사에 투자하기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결국 정몽구 회장의 인수설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MK의 건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MK는 지난 1978년 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의 사장직을 맡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다. 이 당시 이른바 고위층 특혜분양 사건이 터지면서 MK(당시 40세)는 검찰에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이 사건 이후 MK가 언론 등 외부접촉을 꺼리고 있다는 후문도 있음)

그러나, MK가 왕회장의 혼이 담겨있고, 현대가의 법통을 잇는 데 필요한 현대건설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우선, MK가 당장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이미 현대차는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고 있고, 이들이 MK나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들은 "뭣하러 비젼도 없고, 수익성도 불투명한 회사를 인수하려 하느냐"며 반대할 게 뻔하다고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현대건설 직원들의 정서도 MK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왕자의 난 당시 현대건설 직원들은 심정적으로 MH편에 섰던 만큼 MK보다는 현 회장의 현대그룹에 인수되기를 내심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MK가 법통을 따지기보다 현실적인 경영측면을 감안할때, 굳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엠코를 통해 현대,기아차 브랜드를 활용한 각종 건설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K가 엠코를 현대건설 인수와 경영권 승계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징검다리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다. 엠코에 자신의 직계라인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인수대금을 마련하면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잡음도 줄이고, 단시일내에 조직의 동화를 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코는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출신들을 대거 스카우트해 핵심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로선 MK의 시선이 어디에 가 있고, 그의 머릿속에 어떤 계산식이 들어가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대건설 안팎에서는 적어도 올해 연말을 전후로 뭔가 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MK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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