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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칼럼:핵추진 잠수함 개발설과 한반도의 비핵화

CIA Bear 허관(許灌) 2006. 4. 22. 12:40

전성훈 칼럼: 핵추진 잠수함 개발설과 한반도의 비핵화

2006.04.21

이번 달 초 북한의 조선반핵평화위원회와 방송 매체들은 남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바탕으로 남한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들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북한이 보여준 반응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어떠한 타당성도 가질 수 없으며, 틈만 보이면 남한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이런 식의 태도로는 결코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선 우리는 핵추진 잠수함이 핵무기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잠수함을 움직이는 동력을 원자로를 통해서 확보하는 것입니다. 원자력발전소를 통해서 전력을 생산하듯이, 이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원자로를 잠수함에 탑재해서 잠수함을 움직이는 동력을 확보하는 개념입니다.

잠수함에 사용되는 원자로는 핵무기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입니다. 실제로 폭발해서 엄청난 인명을 살상하는 핵무기와 추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상식입니다. 따라서 남한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설혹 장래에 남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한다고 해도 이는 국제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고 놀랄 만 한 일도 아닙니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 즉 NPT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밖에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다른 국제법규들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한이 이제 독자적인 핵무장의 길로 나섰다는 북한의 주장은 전혀 타당치 못한 잘못된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미국이 비호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남한과 북한에 대해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남한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중요한 국가이익이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남한이 적대국의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의 핵으로 남한을 보호해 주겠다는 소위, 핵우산이 갖는 중요한 목적의 하나도 남한의 독자적인 핵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의 지원과 비호 아래 남한이 핵을 개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인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핵무기도 아닌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가지고 이렇게 상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기들의 핵 억제력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남한까지 부추겨서 북한을 반대하는 핵 공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핵 억제력을 갖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논리입니다.

북한이 이런 식의 자가당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면 할수록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과 의욕을 잃게 된다는 점을 북한당국은 직시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국제 협상무대에서 필요한 우군을 잃게 된다는 뜻입니다. 작년 9월에 개최된 4차 6자회담이 공동성명을 만들어낸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막무가내식의 논리를 펴면서 핵 억제력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당국은 남한이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놓치지 않고 비난공세를 퍼부어대는 자세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남한 주민들은 ‘사춘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한다’는 우리 속담을 떠 올릴 것이고, 그런 남한 주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북한에 대한 지원 의욕도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