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디 한번 ‘시끄러운 남자'와 사는 아내 얘기를 들어보자 .
정치인 아내 10 년차 , 이쯤 되니 정치라는 동네는 싫으나 좋으나 아군 아니면 적군으로 편갈라 살게 마련이라는 진리도
깨달았다 .
“처음엔 누가 욕하면 덜컥 겁부터 나고 속상했어요 . 가만히 보니까 ( 남편의 ) 반대쪽 사람들은 아무리
남편이 잘해도 의심하고 욕부터 하데요 . 요즘엔 ‘남편이 한 것 중엔 나쁜 건 없지 않았나 , 시간 흐르면 다 해결된다'고 여기게 됐어요 . ”
시간이 가르쳐준 지혜다 . 덕분에 맷집도 세졌다 . 그래도 ‘저격수' ‘폭로 전문가' 같은 말을 남편이 듣고 다니는
것은 정말 싫다 .
“저격수는 원래 한 발에 탁 쏘아 죽이는 것이라면서요 ? 남편은 그러지도 못하는데요 , 뭘… . ”
이씨는 “아이들도 저도 그 말을 참 싫어한다”며 “뭐든지 하나를 해도 확실히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라 그런 말을 듣게 된 것 같다”고 했다
.
동창 모임에 가면 또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과 사느냐”고들 묻는다 . 하기야 검사시절 조직폭력 , 슬롯머신
수사를 담당한 홍 의원이 TV 드라마 ‘모래시계'의 스타 검사로 이름을 날릴 때부터 듣던 얘기다 . 홍 의원은 수사 검사로 유명했지만 검찰
조직에서 미운털이 박혔고 쓴소리와 폭로 때문에 정치권에 와서도 욕을 먹었다
…( 중 략 )…
남편이 이런 말을 듣는 데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 이씨에게 “정치는 타협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남편이 꼿꼿하게 원칙을 내세워서 그렇지 , 상임위 같은 데서 같이 일해본 분들은 타협도 잘하는 양반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 남편 편을 우선
들고 보긴 했지만 이씨는 “사람 성격이 그리 쉽게 변하진 못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 이씨는 홍 의원에게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어주라”고 늘
당부한다 . 아내의 이런 말을 들으면 홍 의원은 “내가 좀 심했재이 ? ”라고 인정한단다 .
●● ‘정치인 아내'의 선거전 노하우
1996 년 남편이 “신한국당에 입당한다”고 할 때만 해도 이씨는 남편을 뜯어말렸다 . 그는 “검사의 아내일 땐 참
좋았다”며 “집 나서면서 옷차림 한번 더 챙기지 않아도 됐었다”고 한다
…( 중략 )…
평소에도 “정윤희같이 예쁜 내 아내”라고 아부하는 ‘닭살 부부'지만 선거를 치를 때 일심동체를 재확인한다
. 홍 의원은 “내 떨어지면 너도 안되잖아 . 그러니까 열심히 하재이 ~ ”라고 한다 . 이씨는 “친구들이 ‘너 이렇게 죽도록 일해도 남편이 안
알아줄 걸 ? ' 하며 놀린다”라며 “하긴 이 양반은 선거 때만 고마워하는 것 같다”고 은근슬쩍 남편 흉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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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에 대해서
…( 중략 )…
그는 “정치는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줄이고 국민을 편히 먹고 살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 “여당이 그걸 해야 하고
야당이 제대로 감시해야 하는데 그걸 다들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 ” 이씨는 “누가 하든 입으로 정치하지 말고 사회의 그늘을 잘
보듬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 그는 지역구 내 치매노인 복지관 등을 다니고 10 년째 제천교도소 소년원 아이들을 돕고 있다 .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에서 정치인에게 돈 주고 나중에 문제 터지길 반복하잖아요 . 기업들이 그럴 돈
있으면 대신 노인 , 보육 , 장애인 등 분야별로 사업을 책임져 맡으면 어떨까요 . 그러면 사회가 훨씬 윤택해질 텐데요 . ”
가족 스토리
홍 의원 부부의 연애 스토리는 이름나 있다 .
1976 년 한 꾀죄죄한 얼굴의 고려대 법대생이 용돈을 찾기 위해 국민은행
안암동 지점에 갔다 . 창구에 있던 한 여행원이 눈에 들어왔다 . 이 대학생은 국민은행에 근무하는 대학 선배의 도움을 받아 이 아가씨와 첫
만남을 가졌고 “나하고 앞으로 살 생각있으면 다음주 수요일까지 도서관 4 층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 그런데 정말 빨간 코트를 입은 그 아가씨가
도서관 밑에 와 있는 게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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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1982 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이씨와 결혼했다 . 검사생활 11 년 동안 이삿짐만 10 번 넘게 꾸려야
했다 . 홍 의원을 모델로 한 드라마 ‘ 모래
시계 ' 방영 땐 이씨에게 과거를 추궁 당하기도 했다 . “대학시절에 드라마 속의 고현정
같은 사람이 정말 있었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이씨는 “내가 그때 뭘 따졌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을 땐 “아내를 죽이겠다” “아들을 납치하겠다”는 협박 전화들이 집으로 걸려오기도 했었다 . “돈
벌려고 공무원 그만둔 것도 아니고 쫓겨나듯 나왔는데 그런 일까지 있으니 참 힘들었어요 . 동사무소 가서 지역의료보험 신청하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 ”
…( 중략 )…
군 복무를 마치고 중앙대 법대에 복학한 큰 아들은 인터넷 매체를 챙기고 아버지에게 조언도 하는 지원군이다 . 어려서부터
담임교사가 “혹시 ~ ” 하고 아버지 이름을 물으면 “동명이인”이라고 답하던 둘째 아들은 최근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
“요즘 보면 옳은 것이라면 시끄럽더라도 밀고 나가야하는 것 아닌가 해요 . 사실 정치를 어떻게 시끄럽지
않게 할 수 있겠어요 . ” 남편이 시끄러운 게 싫다더니 , 찰떡궁합 닮은꼴 부부 맞았다 .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 (coby072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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