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붕괴와 국가위기
존경하는 국회의장,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항해하고 있는 21세기의 바다는 그 어느 시대보다 변화의
폭과 속도가 빠르기만 합니다. 언제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고 변화를 선점하는 자에게는 무한한
성공이 보장되지만, 변화를 거부하거나 변화를 선점할 비전이 없는 자에게는 오직 고립과 멸망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경제부총리,
부총리께서는 70년대부터 경제관료로 일해 왔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빛과 그림자를 속속들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폭발했을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당시 부총리께서는 위기가 현실화되기 이전에 위기의 징후를 분명히
파악하고 계셨습니까.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므로 위기의 발생은 없다고 장담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습니까.
본 의원이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가적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던 부총리께서는 97년 위기가 진행될 당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상태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의 파탄이야말로 IMF위기의 근본원인이었다는 판단에 동의하십니까.
부총리도 아시는 것처럼
1988년 노태우 정권이 출범할 때만 해도 한국경제는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야 극한대결로 인한 정국불안, 대통령 권력의 부패,
재벌의 비대화와 노동시장의 무질서 등이 이른바 고비용 저효율 이라는 한국병을 만들어 내지 않았습니까. 이 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문민정부가 96년 마지막으로 내놓은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의 개혁법안은 1년 가까이 표류하다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개혁의 틀과 수단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 뒤 김영삼 정권은 97년 1월 한보사태가 터지고 대통령의 아들과 측근들의 비리가
터지면서 리더십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문명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는 위기가 1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국가는 표류하고 있었고, 정부는 경고음 한번 울리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의 정부 5년은 IMF위기가 가져다 준 벅찬 과제들과 씨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땀과 눈물 그리고 고통의 대부분은
국민들의 몫이었습니다. 특히 서민과 중산층들이 희생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저는 이 미증유의 국난이 노태우, 김영삼 두 대통령의
실패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저 자신 그 실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인의 한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실패는 한 개인이나 그 소속 정파만의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불행으로 치닫는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한 것입니다.
그런데 IMF위기의 악몽을 잊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또다시 임기가 반년 이상 남아있는 대통령의 실패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현행 헌법 하에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세 명의 대통령들을 예외
없이 권력의 부패와 리더십의 붕괴로 몰아 넣은 것일까요. 한마디로 대답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 12월 우리는 또 한 사람의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이번 대통령만큼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부패로부터 자유롭고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생의 정치를
통하여 임기가 끝나는 날 까지 책임 있게 국가를 지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또다시 대통령의 실패가 국가의 재앙을 불러오는 일이 없도록
그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하여 권력구조의 틀을 바꾸어야 합니다.
헌법개정은
오직 국민의 주권적 결단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이 바로 권력구조를 개편하여 성공하는 대통령의 시대를 열어갈 때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는 먼 과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경험하였고, 또 지금 겪고 있는
진실을 외면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의원님들이 여와 야의 경험을 모두 하셨습니다. 대통령은 독점적 권력을 다 소화하지도
못한 채 끝내 부패의 늪에 빠져 식물 대통령이 되어 버리고, 국회는 민생은 외면한 채 오직 정권을 방어하고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극한 투쟁의
장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오늘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지금의 이 권력구조 하에서 다음 대통령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앞의 세 대통령보다 더 참담한 실패를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또 한번의 대통령의 실패가 몰고 올 국가적 재앙을
생각할 때 온 몸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야 의원 여러분, 하루 속히 국회 안에 헌법개정 추진기구를
설치합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21세기 새로운 정치의 출발이 새로운 권력구조의 틀에서 이루어지도록
합시다.
우리가 쉬지 않고 정치개혁을 부르짖지만 권력구조의 틀을 바꾸는 일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개혁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 부총리께 몇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최근 미국 투자자의 신뢰상실로 미 증시에 대공황이 닥쳐오고, 미국의
신경제가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화에 대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총리,
미국으로부터 몰려오는 이 파고를 우리 경제가 이겨낼 수 있습니까. 예상되는 충격은 무엇이며,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까.
부총리께서는 97년의 위기가 어느 날 갑자기 터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위기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총리,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국가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모순은 무엇입니까.
국가재정의 건전성은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확대된 복지수요, 촉진되는 인구의 노령화가 국가재정의 장래를
극히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도 재정개혁에 실패하고 있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합니다. 부총리,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의 제조업 투자를 기피하여 장차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리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 원인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 그리고 아직도 투쟁적인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입니다.
부총리, 정부가 그토록 강조한 4대 분야 개혁 중
공공분야의 개혁과 노동시장의 개혁에 관하여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재정의 장래에 관하여 솔직한 전망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요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주 5일 근무제는 너무나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부총리의 솔직한 답변을 구합니다. 주 5일 근무제를 노동시장의 개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노조가 요구하기 때문에 그 요구를 들어주려는 것입니까. 주 5일 근무제란 결국 법정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고, 그 결과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하여는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총리, 그렇다면 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리 근로자들이 가능하면 토요일은 일하지 않고 쉬는 것입니까, 아니면 일은 하되
지금보다 4시간 분의 초과근무수당에 해당하는 소득을 더 얻도록 하는 것입니까. 또 우리 근로자들이 현재 소득의 여유가 있는데 여가시간이
부족해서 불만스러워합니까, 아니면 소득이 모자라 고통스러워합니까.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 입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정부, 학교 그리고 금융분야에서부터라도 먼저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분야에서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더라도 공공, 금융분야는 맨 마지막으로 따라가는 것이 순리가 아닌지 부총리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부총리, 나라의
장래를 위해 대통령에게 진실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노조 지도자들도 설득해야 합니다.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아야 더 많은 고용과 소득이 창출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싱가폴은 GDP 24,000$인데 주 44시간 근로제이고,
대만은 GDP 14,000$인데 2년 전 주 42시간으로 단축하였을 뿐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6월 29일
월드컵 축제의 열기가 고조되고 우리 대표팀이 터키와의 3,4 위 전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에 서해에서 북의 선제공격으로 우리 장병 5명이 사망,
실종되고 20 여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적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지난 4년여 동안 국민의 정부가 안팎의 오해와 비판을 무릅쓰고 북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아 왔는데 이날 우리에게 돌아 온 것은 북한 해군의 함포사격과 우리 장병들의 희생이었습니다.
이날
벌어진 북한 도발의 진실은 무엇이며, 정부의 인식과 대책은 무엇인지 국민들은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정부는 이에 관한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숨김없이 말해야 합니다. 국방부 장관, 이날의 도발은 끝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도발의 전주곡입니까. 이날 우리 군이 취한 대응조치에
관하여 논란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 구체적인 작전에 관하여 간섭하고 나서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날 북의 불법도발에 맞서 대응할 때 군의 지휘관들이 정치적 판단을 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다시 말하면,
우리 영해를 침범하여 선제 함포사격을 가하고, 우리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적 경비정을 공격할 때 적의 대규모 반격이나 남북관계의 악화를 우려하여
공격의 강도나 수위를 조절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장관은 이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이날의 작전 진행과정에서 대통령,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함대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작전지휘계통 이외의 어떤 정치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간섭을 받은 일이 없는지 이 점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군은 외적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신성한 주권과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 위협이
북으로부터 오든 제 3국으로부터 오든, 아니면 테러집단으로부터 오든 오직 군사적 판단만으로 강력한 응징에 나서야 합니다. 서투른 정치적
고려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정치적 접근과 판단은 결코 군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국방부장관, 우리의 대북
햇볕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북은 끊임없이 군사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우리의 의지를 시험해 온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들에게 분명하지 못한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본 의원은 판단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기본가치, 대한민국의 신성한 주권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우리의 분명한 힘과 의지를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북의 군사적 도발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도 북은 장관의 강력한 대북 억지 결의를 호전적인
망발이라고 비난하고, 8월로 예정된 침몰 고속정 인양작업의 사전통보를 요구하며, NLL을 무효화시키려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장관, 우리 장병 한 명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속정 인양작업을
예정대로 반드시 실시할 것인지, 해상군사분계선인 NLL을 확고히 사수하고 인양작업 시 발생할지 모르는 북의 군사도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방부장관, 다른 분야에서는 타협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국방과 안보에서는 단 한치의 양보도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선전이나 수사도 요란하고, 평화의 북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도 합니다.
국방과 안보가 여기에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진정한 평화는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심이나 구걸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장관, 햇볕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북이 증강한 재래식 군사력의 내용과 휴전선 가까이 전진 배치시킨
내용을 국민 앞에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획득한 달러를 가지고 군사력을 증강시켰다는 의혹이 안팎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 관하여 국방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주셔야 합니다.
통일부장관,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사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아야만 길이 열립니다. 이 시대 우리
국민 가운데 평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냉전시대를 거쳐온 역대 정권들도 평화의 숨구멍을 찾아 나서지 않았습니까. 72년의
남북공동성명, 88년의 북방정책, 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채택, 93년 문민정부 초기의 과감한 대북 지원과 남북정상회담합의가 그러한
노력들이었습니다. 혹시 장관께서 이 정권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러한 착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냉전을 해체하고 평화를 키워나갈 궁극적인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이른바 햇볕정책의 "햇볕"은 우리의 경제적인 힘과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융합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장관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지난 서해도발사태 이후 대북 정책을
놓고 국민들 사이에 논의가 분분합니다. 장관께서는 하루빨리 원칙을 분명히 하고, 상식 선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 놓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부장관께 묻겠습니다.
북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도발을 자행했는지 그 동기를 파악한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특히 미국이 평양에 특사 파견을 제의한 상태에서 북은 함포사격으로 응답하였고, 미국의 제의는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특사가
평양에 갔다면 북미 사이에 어떤 의제들이 토의될 예정이었습니까.
이번 서해 도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군사도발이 자행되더라도 이 사업은 계속되는 것입니까. 남북관계의 발전에 있어 군사 안보분야가 어떻게 되더라도 민간분야의
교류협력사업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까. 도대체 정부의 입장과 원칙은 무엇입니까.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상식을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금강산 관광사업에는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장관, 우리가 그토록 성의를 다해 대북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돌아 온 것은 함포사격과 장병들의 희생이라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교훈을 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할 때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7월 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에서 우리가 먼저 남북간 외무장관 회담을 제의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입니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안될
일입니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무력도발의 포연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회담을
제의한다면, 정부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 그것은 비굴하고 부도덕한 대화의 구걸로 밖에는 비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점에 관하여 통일부장관과
외교통상부장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들어 북한을 탈출한 난민들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누구인지, 왜 탈출하고 있는지, 그 규모는 얼마이며 앞으로 탈출사태가 계속되는 것인지, 대한민국에 안착되기
전까지 중국이나 제 3국에서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지, 북에 강제 송환되면 또 어떻게 되는지, 그들을 우리 국민으로 따뜻하게 맞아들일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리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알 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문제가 북한, 중국 등과의
관계에서 매우 민감하였기 때문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또 조용하게 대처해 온 점을 이해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이미 국제적인 문제로
크게 부각되었고, 미국에서는 지난 6월 상, 하원에서 탈북자들의 보호를 위한 강력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탈북자들의 미국 정착을 위한 입법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통일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이제 우리의 외교 역량을 동원하여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정부의 판단은 어떤 것입니까. 탈북자들은 우리 국민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할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이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난민지위 인정과 법적 보호, 탈북자들의
강제송환 금지 그리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활동보장 등을 위한 외교협상이 즉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독일의 예와 같이 협상은
비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공자께서 국가 경영에는 국가를 지킬
군대, 백성을 먹일 식량 그리고 위정자와 백성간의 신뢰라는 세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다 버리더라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신뢰이며 이것이 붕괴한다면 그 나라는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정자의 거짓말과 부패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맙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공자의 말씀대로 안보의 위기도, 경제의 위기도 아닌 바로
신뢰의 위기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렇습니다. 부패보다 더 큰 국가의 적은 없습니다.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의
지평을 열었는데도 권력의 부패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장관, 저는 며칠 전
헌법학을 가르쳐 주신 은사 교수님의 컬럼을 우연히 읽은 적이 있습니다. 노 교수님께서는 이번 정권에서 저질러진 부패를 대통령의 임기 안에 모두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셨습니다. 저의 평소 생각과 똑 같았습니다.
장관, 우리 사회를 신뢰의 위기로부터 구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여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과거청산 문제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이 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모든 의혹사건들을 말끔히
해결할 의지를 갖고 계신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 사건 수사과정에서 도피한 최성규 총경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한민국의 총경이 뉴욕 공항의 특별 출구를 유유히 빠져나갈 힘이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입니다. 그곳에 나가있는 우리
외교역량 가운데 누군가가 그의 도피를 도운 것이 분명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최성규 총경이 도대체 무슨 비밀을 그리 많이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위엄과 법질서의 권위를 송두리째 짓밟는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앞의
질문들에 대하여 책임 있는 관계 장관들의 답변을 요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불과 5년 전 우리를 엄습했던 국가적 재앙인 IMF 위기를 상기하며 질문을 드렸습니다. 태양의 열기 속에 태풍의 에너지가 모이고 있듯이 힘겹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정치, 안보, 경제 과정에 어떤 위기의 싹이 자라고 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문제를 찾아냈을 때 우리는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위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마치 표류하는 배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최선의 길은 정확한 항로를 따라 항해하는 것이겠지만, 차선의 길은 그릇된 항로를 따라 항해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잘못을 발견하고 항로를 바로잡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표류하는 배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 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난파와 죽음뿐일 것입니다.
분명히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가 그 위기의 근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이 권력구조를 지금 바로 고쳐야 합니다. 세 명의 실패한
대통령이 모자라 또 한 명의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이 실패하는 순간 국가는 표류하기 시작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재앙뿐입니다.
저는 오늘 경제와 안보에 관하여도 기대보다는 걱정을 앞세워 접근하고 질문을 드렸습니다. 너무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요인들이 정세를 급변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향한 나라 안팎의 정세가 우리의 소박한 열망과는 달리 너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화가 단순한 선의나 지원만으로 뿌리를 내릴 수 없으며, 통일이 감성과 열정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서해도발이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21세기는 분명 우리에게 번영과 통일의 위대한 시대를 창조할 기회를 열어주고 있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위기의 극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국민의 힘과 지혜를 결집시킬
정치적 리더십이 건재할 때에만 위기의 극복은 가능합니다.
대통령이 부패의 늪에 빠지지 않고 국가를 지도해 나갈 수 있는, 그리고
제왕적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대결의 정치를 끝낼 권력 분점의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들어 더 이상 정치적 리더십이 붕괴되는 사태를 막아내야
합니다.
이제 행동할 때입니다. 이제 결단할 순간입니다.
건강한 정치적 리더십을 건설하여 국민의 위대한 힘과 지혜를
모아 민족의 통일과 국가의 번영이라는 우리의 꿈을 반드시 실현 시켜야 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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