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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큰 타격 줬던 트럼프 관세...이번엔 어떨까 본문
압축 공기가 '쉬익' 하고 뿜어져 나오자 부드러운 가죽이 형태를 갖췄다. 중국 동부 해안의 한 공장에서 미국 스타일의 카우보이 부츠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곧이어 또 한 켤레가 만들어진다. 조립 라인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재봉틀, 재단, 접합 등 작업 소리가 높은 천장에 울려 퍼진다.
"한때 우리는 연간 약 100만 켤레의 부츠를 팔기도 했었죠."
올해 45세인 펑 영업부장은 익명을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의 첫 임기 동안 잇따른 관세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이 촉발된 바 있다.
6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오면서 중국 기업들은 또 한 번의 격변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펑 부장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자신과 동료들, 그리고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해하고 있다.
다가오는 무역 전쟁
서방 시장은 중국의 야심을 경계하며 무역을 강력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둔화된 중국 경제가 수출 의존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후보시절 대선 캠페인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강력한 관세 부과를 공약했고, 취임 후에는 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10%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또한 미·중 무역 관계 전반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중국에 시간을 벌어주고, 미국에는 협상의 여지를 제공하는 조치다. 현 상황에서는 강도 높은 발언과 높아진 관세가 캐나다와 멕시코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향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정면 충돌을 잠시 미룬 듯 보이지만, 많은 이들은 결국 무역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을 떠나는 기업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나이키·아디다스·푸마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베트남으로 생산지를 옮겼다.
중국 기업들 또한 생산 기지를 이동하며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핵심 생산지로 남아 있다.
펑 부장은 자신이 일하는 공장의 사장도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로 생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을 옮기면 회사를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20년 넘게 함께한 직원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직원 대부분이 인근 난퉁 지역 출신으로,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일해왔다.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며 공장에서 일해온 펑 씨에게 이곳은 단순한 직장이 아닌 가족 같은 곳이다.
"우리 사장님은 직원들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요"
그는 현재 벌어지는 국제 정세를 잘 알고 있지만, 자신과 동료들은 그저 생계를 위해 일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아직도 2019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네 번째 관세 조치(15%)를 단행하면서 의류와 신발 같은 중국산 소비재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이후 주문량이 줄어들었고, 한때 500명이 넘던 직원 수도 이제 200명 남짓으로 감소했다. 펑 씨가 공장을 안내하며 보여준 것은 텅 빈 작업대들이었다.
그 주변에서는 노동자들이 가죽을 정해진 모양대로 잘라 재봉공에게 넘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수하면 값비싼 가죽이 버려지기 때문에 섬세한 작업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가죽은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공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몇몇 미국 바이어들은 중국에서 생산을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추가 관세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지를 옮긴다면 숙련된 노동자들을 잃게 된다. 부츠 한 켤레를 완성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릴 정도로 많은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죽을 펼쳐 다듬는 것부터 마감 광택을 내고 포장해 수출하는 과정까지 모든 작업이 정성을 요구한다.
이런 노동집약적 생산 방식과 탄탄한 공급망이야말로 중국을 세계 최대 제조 강국으로 만든 핵심 요인이었다. 그리고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상품을 검사하고 선적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됐고, 그 안에서 보람을 느꼈어요."
2015년부터 공장에서 일해 온 펑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불안하고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한때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상징했던 카우보이 부츠는 지난 10년 넘게 이곳에서 생산됐다. 이는 강소성 남부, 양쯔강을 따라 형성된 제조업 중심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섬유부터 전기차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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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들은 중국이 매년 미국으로 수출하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상품 중 일부다. 미국이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되면서 수출 규모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 그 흐름이 끊겼고, 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가 부과한 대중 관세 대부분을 유지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유럽연합(EU)도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전기차를 과잉 생산하고 있다며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역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해 왔다.
베이징은 이를 서방이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동시에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를 중국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여기고 있으며, 협상을 원하고 있다.
그가 무엇을 대가로 요구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1기 임기 초반, 트럼프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중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시 주석의 협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는 최근 "중국이 이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며 "중국이 멕시코와 캐나다로 펜타닐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차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혹은, 틱톡 매각 논란을 이용해 중국과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틱톡을 두고 미국 기업들 간 경쟁을 부추긴 바 있다. 틱톡의 소유권이나 핵심 기술을 미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가져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해당 기술 매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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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든 협상이 성사된다면 미중 관계를 재정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두 번째 '허니문'은커녕,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관계가 더욱 대립적인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기업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연례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태도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듯한 모습은 일부 안도감을 주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변함없다. 관세 위협을 통해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게 만들고,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공장을 이전하는 곳은 미국이 아니다.
새로운 생산 기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한 시간 거리.
사업가 황자오둥은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장을 세웠다.
이번이 그의 두 번째 캄보디아 공장으로, 두 곳을 합쳐 매달 50만 벌의 의류를 생산한다. 셔츠부터 속옷까지 다양한 제품이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한다. 행거에 걸린 면바지가 각 공정을 거치며 허리 밴드가 삽입되고 밑단 마감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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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 고객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황자오둥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바로 "어디서 만든 제품인가요?"에 대한 대답이다.
그는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한다. "중국산 아닙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해외로 공장을 옮기지 않으면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
관세 때문에 공급업체와 유통업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지 확실하지 않다.
황자오둥은 때로는 고객이 그 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월마트를 봅시다. 내가 월마트에 5달러(약 7288원)에 옷을 팔면, 월마트는 보통 3.5배의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만약 관세로 인해 가격이 오르면, 내가 그들에게 판매하는 가격도 6달러(약 8745원)로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소비자가 내야 할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그 부담은 공급업체가 지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만약 공장이 중국에 있었다면, 추가적인 10% 관세로 80만달러(약 11억6600만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건 제 순이익보다도 더 큰 금액입니다. 너무 큰 부담이죠. 그런 관세 하에서 중국에서 옷을 만드는 것은 지속 불가능합니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품목에 따라 다르다.
전기차에는 100%,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TV나 아이폰 같은 전자제품이 면제되어 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추진하는 10%의 일괄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장난감, 찻잔, 노트북 등 그 범위는 매우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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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오둥은 "이렇게 되면 더 많은 공장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는 여러 개의 새로운 작업장이 생겨났으며, 중국의 섬유 생산 중심지인 산동, 저장, 강소, 광동 등에서 온 중국 기업들이 겨울 재킷과 울옷을 만들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다.
리서치 앤 마켓의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의류 공장 중 약 90%는 현재 중국이 운영하거나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외국인 투자금의 절반은 중국에서 유입되며, 도로와 다리의 70%는 중국이 제공한 대출로 건설되었다고 중국 국영 매체가 보도했다.
식당과 상점의 많은 간판에는 크메르어와 함께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으며, '시진핑 대로'라는 링로드도 시 주석을 기리기 위해 명명되었다.
캄보디아는 중국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아니며, 중국은 시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며, 이 프로젝트는 무역과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베이징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중국 국영 매체는 중국의 수출입의 절반 이상이 일대일로 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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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의 세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조언하는 전문가인 케니 야오는 이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많은 중국 기업들은 그의 관세 부과 위협을 의심했다고 그는 BBC에 전했다. 지금은 공급망을 따라가며 다른 국가들에 세금을 부과할지 물어본다고 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야오는 중국 기업들이 더 먼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같은 곳이요. 어렵겠지만 아직 탐험하지 않은 지역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미국이 '자기 우선'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싱가포르 소재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을 제치고 주요 선택지가 되었다.
생산 자체는 해외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돈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황자오둥의 캄보디아 프놈펜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의 60%는 중국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들어진다.
수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태양광 패널부터 인공지능까지 고급 제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흑자는 수출이 거의 6% 증가하면서 9920억달러(약 1445조8400억 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중국 장쑤성과 프놈펜에서 불확실한 시기, 아니면 격변기를 대비하고 있다.
펑 부장은 미국과 중국이 "우호적이고 차분한" 대화를 통해 세금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하고 무역 전쟁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러 가기 전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이 제품 구매가 필요할 겁니다."
미중관계: 중국에 큰 타격 줬던 트럼프 관세...이번엔 어떨까 - BBC News 코리아
미중관계: 중국에 큰 타격 줬던 트럼프 관세...이번엔 어떨까 - BBC News 코리아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잇따른 관세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이 촉발된 바 있다. 6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오면서 중국 기업들은 또 한 번의 격변을 준비하고 있
www.b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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