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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심판, 홍장원 '체포조 메모' 놓고 치열 공방 본문
4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는 이른바 '체포조 명단'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로 듣고 받아 적었다는 '체포조 명단' 메모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것이다.
앞서 홍 전 차장은 검찰에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53분쯤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심판에서는 윤 대통령이 누구를 잡아들이라고 지시한 것인지를 놓고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정치인 체포 지시' 있었나 없었나
청구인(국회) 측은 홍 전 차장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테니 방첩사 지원해. 자금,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냐고 질의했다.
이에 홍장원 전 차장은 "그렇게 기억한다"며 "당시 통화 내용으로 보면 그 말씀하시고 대상자를 규정하지 않아서 뭔가를 잡아야 한다고만 생각했고, 누구를 잡아야 한다고까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홍 전 차장은 직접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으며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막 쓴 메모를 보고 보좌관이 옮겨 적었다. 흘려 쓴 것은 당시 사령관이 저한테 얘기한 부분을 잊지 않기 위해 추가로 위에 덧붙인 것"이라며 "그때 밤에 서서 막 메모하는 데 14명이든 16명이든 다 적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 적다보니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뒤에 있는 부분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다"고 했다.
'간첩 잡아들이라 한 것'
반면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홍 전 차장이 받아적었다는 체포 명단 작성 의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히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홍 전 차장에게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제공했을 때는 14명인지 16명인지 특정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처음부터 똑바로 받아 적었으면 아주 정확하게 딱 떨어졌을 텐데, 중간에 제가 적으며 감정적인 부분도 있고, 정확하지 않은 부분을 나중에 복기하다 보니까 무리가 있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대통령으로서 제가 한 말씀 드릴 기회를 달라"고 발언권을 신청한 뒤 홍 전 차장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홍 전 차장의 체포조 메모에 대해 "(지난해) 12월 6일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넘어가면서부터 탄핵이니 내란이니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된 거라고 저는 본다"며 "6일 아침 기사부터 이런 체포 얘기, '대통령이 한동훈을 잡아넣어라고 했었다'는 기사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 지원'을 요청했다는 홍 전 차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검거는커녕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며 "방첩사령관이 이를 모를 리 없고 저건(체포 메모)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것은 계엄과 무관하다며 "간첩 업무와 관련해 국정원은 정보가 많으니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모 정확히 기재못해 죄송'
홍 전 차장의 '체포조 메모'와 관련해 헌법재판관의 날카로운 직접 신문이 이어졌다.
정형식 재판관은 체포 명단 메모에 적힌 '검거 요청'이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검거를 요청했다는 것은 검찰 조사에서도 말 안 한 것 같은데 여인형이 검거를 요청했나"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홍 전 차장은 "위치를 추적해달라는 것 자체가 체포 대상자의 검거를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 재판관은 "검거해달라고 여인형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왜 국정원이 체포하러 다니나. 국정원에 체포할 인력이 있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국정원이 수사권이 없으니 체포할 권한이 없다. 경찰의 체포에 공조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말했고, 정 재판관은 "그러면 '검거 지원'이라고 적는 게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홍 전 차장은 "깊은 생각을 하고 적은 게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갈겨 놓은 것이라 합리적이지 않은 건 인정한다"고 했다.
정 재판관은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불러준 뒤 방첩사에 감금한다는 계획까지 얘기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방첩사령관은 정보를 민감하게 보존하는 사람인데 쉽게 얘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공문서를 작성한 게 아니지 않느냐. 간단한 메모를 작성했다"고 항변했고, 정 재판관은 "그럼 메모는 왜 작성해놨느냐"고 반문했다.
이 질문에 홍 전 차장은 "제가 나름대로 그 상황을 기억하기 위해서 메모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정 재판관은 "그럼 정확하게 기재를 해야죠"라고 질타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정확하게 기재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尹탄핵소추 촉발시킨 홍장원 메모, 헌재서도 신빙성 논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작성했다는 이른바 ‘체포 명단’ 메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정치인 등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듣고 수첩에 받아 적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에서 이 메모는 자기 보좌관이 옮겨 적은 것에 일부 내용을 자필로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작성한 메모란 것이다. 여 전 사령관도 변호인을 통해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체포’란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향후 헌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메모의 작성 경위와 신빙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의 홍 전 차장 메모엔 체포 대상 명단과 함께 ‘검거 요청(위치 추적)’ ‘축차(逐次)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 감금 조사’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체포 대상자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됐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당일인 작년 12월 3일 오후 11시 6분쯤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한 직후 메모를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앞서 그날 오후 10시 53분 윤 대통령과의 비화폰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는 말을 들은 뒤, 윤 대통령 지시를 확인하고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고 했다. 이렇게 연결된 통화에서 여 전 사령관이 “체포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며 명단을 불러줘 수첩에 받아 적었다는 게 홍 전 차장 주장이다.
그런데 홍 전 차장이 검찰에 제출한 메모는 자필로 받아 적은 원본이 아닌 보좌관에게 옮겨 적게 한 메모였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헌재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 전 사령관이) 명단을 불러줬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며 “사무실에 와서 보니 (왼손잡이 글씨라) 내가 봐도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正書)를 시켰다”고 했다. 그는 “보좌관 글씨와 흘려 쓴 내 글씨가 섞여 있다”고 했다. 메모에 적힌 체포 대상자 명단은 보좌관이 작성했고, 그 아래에 적힌 ‘검거 요청’ 같은 문구는 자기가 추가로 적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처음 받아 적은 메모는 구겨서 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작년 12월 12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 메모와 관련해 “홍 전 차장이 여 사령관과 통화할 때 목소리를 크게 하니까 현장에서 보좌관이 받아 적은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그다음 날엔 “홍 전 차장이 쓴 메모를 나에게 줬다”며 “그(통화) 순간 작성한 수기(手記) 메모는 저거밖에 없다. 이 메모가 유일한 (정치인 체포 지시의) 물증”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4일 헌재에서 “메모가 박 의원에게 넘어가면서 탄핵부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4일 탄핵 심판 변론에서 홍 전 차장 메모의 ‘검거 요청’ 부분과 관련해 수차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이 정치인 등을 검거할 권한이나 조직이 없는 국정원에 검거를 요청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 재판관은 “(검거 요청이 아닌)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놓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하자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을 인정한다”고 했다. 정 재판관은 “방첩사령관이 ‘위치 추적을 좀 도와주시오’ 이렇게만 하면 되지 1·2조(체포 순서조)와 검거 뒤 방첩사 구금 시설 감금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굳이 왜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여 전 사령관 변호인단도 6일 입장문을 내고 “당시 1·2차 순차 검거 계획은 없었고 여 전 사령관은 국정원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런 요청을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방첩사에는 구금 시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경찰과 국회 봉쇄를 하고 있는데’라고 언급했다고 하여 방첩사 요원이 국회에 나가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방첩사 병력이 국회로 최초 출발한 시각은 12월 4일 0시 25분이고 평균 1시로 여 전 사령관이 2시간 후에 벌어질 일을 홍 전 차장에게 미리 말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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