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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탄생한 케이팝 걸그룹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AI로 탄생한 케이팝 걸그룹

CIA Bear 허관(許灌) 2022. 12. 18. 01:44

'이터니티'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된 케이팝 그룹이다. 모든 멤버는 가상인간이다.

케이팝 걸그룹 '이터니티'는 2021년 데뷔 싱글 '아임 리얼' 발매 후 온라인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노래하고 춤추고 팬들과 소통하지만, 다른 아이돌과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11명의 멤버 모두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초현실적 아바타다.

'이터니티'를 제작한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는 "이터니티와 함께 새 사업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케이팝 스타들은 인간으로서 신체적 한계, 심지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버추얼 아티스트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케이팝은 지난 10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강력한 문화적 파도를 일으켰다. 귀에 잘 꽂히는 멜로디, 최첨단 제작 환경, 착착 감기는 안무로 글로벌 주류 문화가 됐다. 이제는 한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고 영향력 있는 수출 상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고의 케이팝 스타, 그들의 충성도 높은 팬덤, 그 성공을 기회로 삼으려는 사업가들은 모두 더 미래를 내다본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아바타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아이돌들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블랙핑크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난다

이터니티 멤버의 가상 얼굴은 딥러닝 기업 펄스나인이 제작했다. 펄스나인은 상상을 기반으로 101가지 얼굴을 만들고 귀여움, 섹시함, 청순함, 이지적 매력에 따라 4분류로 나눴다.

이후 팬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얼굴에 투표하도록 요청했다. 그런 다음 펄스나인 사내 디자이너가 팬의 선호에 따라 우승한 얼굴을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실시간 대화, 영상 촬영, 온라인 팬미팅을 진행할 때는 아바타의 얼굴을 펄스나인이 계약한 익명의 가수, 배우, 댄서에게 합성한다.

딥페이크 필터처럼 기술을 적용해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박지은 CEO는 BBC 올해의 여성 100인 팀에 "가상 캐릭터는 완벽할 수 있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기술이 널리 알려지면서 무단으로 타인의 사진을 조작하거나 위험한 허위 정보 생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본인의 얼굴이 포르노 영상에 합성됐다는 여성들의 신고가 접수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딥페이크 자료가 SNS에서 확산됐다.

박지은 CEO는 "항상 이 아이돌이 가상의 인물임을 명확히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한, 펄스나인은 아바타를 제작할 때 유럽연합(EU)의 윤리적 AI 가이드라인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테크기업 사업가 박지은 CEO는 이터니니와 같은 가상의 캐릭터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박지은 CEO는 제작자가 각 아바타를 제어할 수 있는 가상 아이돌 그룹에 또 다른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진짜 인간인 케이팝 스타에 대한 스캔들은 관심을 모을 수 있지만, 사업상 리스크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신기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면 업계 요구에 따르려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시달리는 케이팝 가수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케이팝은 연애 스캔들부터 악성 댓글, 체형 비난, 아이돌의 극단적인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또한 젊은 케이팝 스타들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한국에서 정신 건강과 사이버 폭력에 대한 논의에 불이 지펴졌다. 많은 사람들은 이로 인해 팬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2019년에는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는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인 거짓 루머에 몸과 마음이 아파서" 연예계 활동을 잠시 쉰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와 친했던 또 다른 케이팝 아이돌 구하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구하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자친구에게 불법촬영 영상으로 협박을 당했다. 이후 정의를 위해 싸웠지만 온라인에서 잔인한 공격을 받았다.

경쟁자인가 지원군인가

24시간 내내 훈련하고, 공연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인간 스타에게 가상 세계 아바타의 도움은 잠시 숨돌릴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

한예원(19)은 예스아이엠(YES I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신인 걸그룹 미미로즈에서 리드보컬을 맡았다.

4년 가까운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언젠가 빛을 볼 기회를 기다리며 매달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많은 아이돌 지망생 중 한 명이었다. 평가에서 충분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연습생은 나가야 했다.

한예원은 "데뷔를 못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고 말한다.

한예원은 케이팝 걸그룹 미미로즈의 리드보컬이다

케이팝 스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년 새로운 그룹이 데뷔하기 때문에 주목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예원은 "아침 10시쯤 나와서 한 시간 동안 목을 풀었다. 그다음 노래를 2~3시간, 춤을 3~4시간 연습하고 운동을 2시간 했다"고 말한다.

"총 12시간 넘게 연습했어요. 실력이 부족하면 더 오래 있어야 하고요."

팬들이 진정성을 알아봐 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업계에 범람하는 가상 아바타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최근 기술이 많이 발전하다 보니 가상 캐릭터가 사람 아이돌을 대신할까봐 두려워요."

얼굴은 AI 기술로 만든다

그러나 새로운 아바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한 케이팝 그룹도 있는 것처럼, 사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전리서치의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인간·아바타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5275억8000만달러(약 69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케이팝 대형 소속사 중 최소 4곳이 아이돌 관련 가상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며, 2022년 최고의 수익을 올린 케이팝 아이돌 중 5그룹이 이런 추세에 동참했다.

가상 아바타를 활용하면, 실제 아이돌에게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시간대와 언어 장벽을 넘어 팬과 소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걸그룹 에스파는 4명의 인간 멤버(카리나·윈터·지젤·닝닝)와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ae-카리나·ae-윈터·ae-지젤·ae-닝닝)로 구성된다. 아바타 멤버는 팬과 함께 가상 세계에서 소통하고 여러 플랫폼을 오갈 수 있다.

실제 멤버 4명과 아바타 멤버 4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에스파

차트 1위를 달리는 걸그룹 블랙핑크는 가상 아바타의 도움으로 MTV 어워드가 2022년 신설한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상'을 수상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전 세계 1500만 명 이상이 인기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M)에서 블랙핑크 아바타의 실시간 인게임 콘서트를 시청했다.

케이팝 그룹 빌리의 멤버 문수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콘서트와 팬미팅을 취소해야 했다. 대신 소속사에서는 가상 팬미팅을 위해 멤버의 아바타를 만들었다.

문수아는 "처음 해봐서 서툴렀다"고 말했다.

걸그룹 빌리는 팬데믹 기간에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그런데 갈수록 가상 세계에 적응하면서 팬분들과 대화하다 보니 익숙해졌어요.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수아는 빌리의 아바타가 아주 생생해서 감탄했지만 그래도 팬들과 직접 만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위협으로 느끼지는 않아요. 아바타를 보면서 스킬을 더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를 대체할 만한 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바타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저작권 문제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빌보드의 제프 벤저민 케이팝 칼럼니스트는 BBC 올해의 여성 100인 팀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세계의 아티스트, 가상 아바타, 아이돌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아티스트가 본인의 이미지를 직접 통제하지 못하고, 오남용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판단은 시기 상조'

공대에 재학중인 이지수 씨(19)는 케이팝 팬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걸그룹 빌리가 2019년 데뷔했을 때부터 열렬한 팬이었다.

이지수 씨는 "팬들을 향한 사랑이 대단하다. 우리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수 씨는 팬 앨범과 굿즈를 수집하며 온라인과 가상 세계에서 빌리와 소통한다.

"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감정을 빌리를 통해 느낀다"고 말하며 "그 감정을 빌리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팬 활동을 한다.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빌리는 가상 세계에서 팬미팅을 열었다

그러나 가상 세계는 케이팝 스타와 팬 모두에게 불편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사이버 괴롭힘·폭력을 방지하는 규정이 없거나 거의 시행되지 않는 것이다. 케이팝 업계는 온라인 공격과 인기 스타에 대한 루머로 몸살을 앓았다.

이지수 씨는 "온라인에서 빌리에 대한 악플을 볼 때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모욕하는 거라 스트레스를 받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아동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김정유 씨는 가상 기술과 AI 캐릭터의 부상이 젊은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시기 상조라고 말한다.

또한, "진짜 문제는 우리가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밖에서는 못하는 일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케이팝 산업은 대중이 원하는 것에 민감히 반응한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이 여기에 부응하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수 씨는 2019년 데뷔부터 빌리의 열성 팬이 됐다

제프 벤저민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압박이 있다"며, "아이돌이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팬들의 반짝이는 우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상황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들의 정신 건강과 과중한 스케줄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 전반이 변화 중이라는 것이다.

"아티스트도 본인의 정신 건강 상태를 공개하고 있으며, 실제로 팬들과 더 깊은 관계를 쌓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케이팝 산업에서 버추얼 아이돌이 일시적 유행일지 음악 산업의 미래일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현재로서 이지수 씨와 같은 팬에게는 정말 쉬운 선택이다.

"누군가 저한테 '메타버스에서 빌리를 100분 볼지, 현실에서 10분 볼지 묻는다면, 현실에서 10분 보겠다고 할 거예요."

또한, "인간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과 가상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많은 팬들이 인간 케이팝 스타를 포기하고 아바타에 빠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AI로 탄생한 케이팝 걸그룹 - BBC News 코리아

 

AI로 탄생한 케이팝 걸그룹 - BBC News 코리아

'이터니티'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된 케이팝 그룹이다. 11명 멤버는 모두 가상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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