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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전조 있었다'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이태원 사고 '전조 있었다'

CIA Bear 허관(許灌) 2022. 10. 31. 19:06

압사사고 발생 하루 전인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사진작가 구기섭 씨가 촬영한 사고 지점 일대의 모습

사진작가 구기섭 씨(32세)는 이태원 압사사고가 발생하기 꼭 하루 전인 28일 금요일 밤 10시 30분께 이태원에 도착했다.

구 씨는 29일 토요일 새벽 4시께까지 이태원에서 사진을 찍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보냈다. 이태원 지하철역 1번 출구로 이어지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 있는 부근이었는데, 구 씨가 떠난지 약 18시간 만에 바로 같은 지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구 씨는 본인이 해당 지점에 있던 당시부터 이미 사건의 전조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구 씨는 BBC 코리아에 "T자 교차로 존에 사람들이 몰리는 탓에 저도 두세 번 (사람들 틈에) 꼈다가 터지듯 빠졌다"면서 "발이 여러번 밟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금요일 밤이 아닌 토요일 밤에 갔더라면 시간대와 장소, 현상이 모두 같아서 죽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사고지점은 할로윈 축제 분위기 즐기려는 사람들 몰리는 곳'

구씨는 BBC 코리아에 사고가 난 골목이 할로윈 축제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모여들 수 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네온 사인 불빛이 만드는 조명 아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것이다.

구 씨는 "그 주변이 네온 라이트도 예쁘고 해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면서 "그 쪽이 메인 스트리트 바로 뒤편이기도 했고 (골목 사이 사이) 빈 공간들이 많아서 거서 코스튬 플레이 하시는 분들이 (행인과) 사진 찍어주고 포즈 취해주고 하는 곳이라 할로윈을 즐기려면 딴 데 갈 필요 없이 올 수 밖에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압사사고 발생 하루 전인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사진작가 구기섭 씨가 촬영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모습

구 씨는 사고 당일인 토요일 밤 트위터로 사고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고 당시 상황과 전날인 금요일 밤의 상황이 여러 면에서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구 씨는 "큰 도로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부분 우측 통행을 하고 서로 마주치지 않지만 유일하게 마주쳐 혼잡해지는 지점이 바로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라며 "T자 구역과 그 아래 교차로까지 포함해 (세 구간에서 사람들이) 서로 우측 통행을 하면 6개의 지점이 모이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구 씨는 "거기에서 좌회전 하려는 사람, 우회전 하려는 사람, 직진하려는 사람 다 뭉치면서 항상 사람들이 뭉쳐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가 딱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느낀 것도 이 교차 지점에서 사람들이 뭉치면서 뒤에서 점점 압박이 가해졌을 때인데, '가슴이 답답하다,' '사람들이 오네' 정도만 느끼다가 어느 순간 한 쪽으로 그 압력이 분출되면서 마치 폭발하듯이 그 쪽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가게됐다"면서 "그런 걸 몇 번이나 봤다"고 덧붙였다.

경찰 인력 있었지만 실질적 안전 통제 못 이뤄져

압사사고 발생 후, 경비인력이 부족해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경찰청은 30일 입장을 내고 올해 예년보다 더 많은 대비 경력을 동원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 씨는 현장에 경찰 인력이 있기는 했지만 실질적 안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구 씨는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을) 몇 명 보기는 봤는데 봐도 그 사람이 코스튬 플레이어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너무 사람이 많으니까 경찰들이 어떤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면서 경찰 인력에 몰린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위터에는 사고 초기 경찰이 와도 사람들이 통제에 따르지 않아 경찰이 스피커폰을 통해 실제상황이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압사사고 발생 하루 전인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사진작가 구기섭 씨가 촬영한 사고 지점 일대의 모습

구 씨는 또 "성추행범이 있다든지 해서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면 경찰 개입이 있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동을 할 수 있게 통제를 해줬어야 하는데 그런 개입이 없었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0미터 갈 것을 500미터 가야 하는 등 돌아가게 되더라도 일방향으로 통행하게 통제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사람이 몰려 막히는 지점이 안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군가 넘어지면 사람이 다칠 것 같았다'

구 씨는 사람들이 몰려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떠밀려 내려왔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튕겨나와서 본인이 균형을 잡고 서면 되지만, 넘어지고 나서 뒤에서 계속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하면 사람들이 관성 때문에 우르르 튕겨나오다가 그 위로 그대로 넘어지고 쓰러지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사고가 난 곳이 경사진 골목이라는 점이 피해를 더 키웠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여성들이 압사사고에 많이 희생됐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154명 가운데 98명이 여성이다.

한편 사고 지점 말고도 이태원 곳곳에서 비슷하게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다.

사고 당일인 29일 밤 10시 40분께 이태원역 내부 모습

사고 당일 밤 10시 40분쯤 이태원역에 도착한 34세 직장인 박 모 씨는 당시 "이태원역 안에서도 사람이 너무 꽉차서 출구로 나가는 데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며 "역 안에서도 계단에서 누군가 넘어지면 사람들이 크게 다칠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한 순간에 혼돈에 빠진 축제 현장

3년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가운데 열린 이태원 할로윈 축제는 압사사고로 순식간에 혼돈에 빠졌다.

박 씨는 "제가 개찰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 몇 분이 지하철역 안으로 뛰어들어오셔서 사람들을 밀치고 역에 비치되어 있던 심장제세동기를 다 꺼내서 들고 나가셨다"면서 "당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연유만 궁금해하다가 4번 출구로 나오고 나니 이미 사고가 났던 해밀턴 호텔 옆부터 앰뷸런스와 소봉차가 도로를 채우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구조대원분들이 이미 피해자분들을 꺼내고 있는 작업 중이었고 이미 피해자 몇 분들은 보도쪽에 눕혀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이후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이태원소방서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사람이 많아 앞으로 나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친구들과 합류하고부터도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해 생사를 확인하느라 혼돈에 빠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일단 카카오톡은 일시적으로 마비가 온것인지 카카오톡이 가지 않아서 실제로 전화를 돌려서 생사를 확인했다"며 "이태원에 나오지 않고 자는 친구들도 있었기때문에 통화가 안되는 일이 많아서 걱정으로 저희는 거의 패닉이 왔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후 다른 친구들과도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가족, 친구와 끝내 연락이 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태원 사고 '전조 있었다' - BBC News 코리아

 

이태원 사고 '전조 있었다' - BBC News 코리아

"만약 금요일 밤이 아닌 토요일 밤에 갔더라면 시간대와 장소, 현상이 모두 같아서 죽었을지 모른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