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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동원령' 피해서 한국 올 수 있을까 본문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 전 발표된 우크라이나 전쟁 동원령을 피해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1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9월 21일부터 10월 5일 사이 요트를 타고 온 러시아인 23명이 포항·속초 등지에서 입항을 시도했다.
요트는 총 5척으로, 이 중 4척에 탑승한 23명이 입국 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국 입국 기록이 있었던 2명을 제외한 21명은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고 관련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입국 금지 조치 됐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관광'이 목적이라고 밝혔으며, 별도 난민 신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4월 1일부터 한-러 사증면제협정이 재개돼 러시아인은 비자 없이 한국 입국이 가능하지만, 미리 전자여행허가(K-ETA)를 받아야 한다
'동원령 피해 숲속으로도 도망…한국 오기 쉽진 않아'
최근 상황을 미루어 봤을 때 러시아 사람들이 동원령을 피해 한국에 오는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한국이 러시아 동부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무비자 협정을 체결해 별도 비자 발급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안호영 의원은 "이번 (입항) 사례를 보면 러시아 탈출이 급증할 경우 한국이 사실상 '중간 기착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교와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 6년째 거주 중인 모델 아샤는 BBC 코리아에 한국 입국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아샤는 "최근 한 지인도 남동생을 한국으로 보내고 싶어 했는데, 입국 절차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며 "또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는 몽골이나 카자흐스탄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비행기 값을 비롯해서 돈도 많이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입국한다고 해도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더 어렵다.
러시아 출신 귀화자인 일리야 벨랴코프 수원대 외국어학부 교수는 "한국은 난민을 많이 받는 나라가 아니기도 하고, 사실상 난민에 관한 법률이나 시스템, 제도가 엄중한 편"이라며 "실제로 많이 경험해봐서 아는데, 인도적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사례는 총 2341건이지만 인정된 경우는 72건에 그쳤다.
러시아에서는 여건상 해외로 도피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동원령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러시아에 있는 제 친한 친구 남편은 숲으로 도망가버렸어요. 친구를 비롯한 가족들도 그가 어디 있는지 몰라요. 동원령이 내려졌을 즈음 떠났으니 벌써 2주 정도 돌아오지 않고 있죠."
그러면서 아샤는 "애초에 구금될 생각으로 반대 집회에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전쟁에 동원되는 것보단 감옥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체포되면 살 수는 있으니까요."
'난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어 본국에 있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난민은 아니지만, 비인도적 처우 및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으면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도적 체류자의 경우 난민보다 취업이나 결혼 등 제약사항이 더 많다.
아샤는 "(동원령 때문에) 도망가는 사람들은 전쟁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며 "전쟁을 멈추면 좋겠다는 의미로라도 한국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인 조영관 변호사는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하고 심사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난민 협약을 비준한 국가이기 때문에 난민 신청자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협약상 난민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난민 심사를 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봤더니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게 올바른 판단이냐 아니냐는 또 비판의 여지를 남길 수 있겠지만, 애초에 (난민 신청) 제도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가해국이라는 점에서도 난민 또는 인도적 체류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리야는 "이번처럼 동원령 피하려고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주긴 어려울 것 같다"며 "규모로 봤을 때도 그렇고, 러시아는 가해국이기도 해서 피해국이자 공격받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도덕, 윤리 등의 차원에서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가해국이든 피해국이든 전쟁에 국민을 동원한다는 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가장 강제력 있는 조치"라며 "난민 심사 때 상당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주요 사유로 보는데, (여기에) 충분히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측면에서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것이 세계대전 등 전쟁 확산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난민 협약 취지에도 맞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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