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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찾아낸, 가장 감동적인 '6.25 전쟁' 사진은 본문
나는 미국 방문 기간 동안 가장 먼저 NARA(미국 국립문서보관청)에 출근하고, 가장 늦은 시각에 퇴근했다. 그러면서 하루에도 수천 장의 한국 관련 자료(주로 사진)을 검색·수집했다. 또한 방미 기간 중 두 차례나 버지니아 주 남쪽 노퍽의 맥아더기념관에도 들러 그곳 자료실의 사진도 수집했다. 거기에 수장된 자료들을 들출 때마다 수십 년 묵은 먼지를 마시는 고통도 있었지만, 지난 역사의 진실을 되새기는 기쁨도 있었다.
15, 16세의 어린 북한군 포로가 심문당하는 장면은 그가 교실에서 장난을 치다가 교무실로 불려 와서 담임선생에게 야단맞는 개구쟁이처럼 보였고, 포로수용소 천막 막사 앞에서 유엔군 포로감시병이 분무기로 이를 박멸하고자 포로들의 온몸에 DDT를 뿌리는 장면은 '믿거나 말거나'라는 TV프로그램을 보는 듯했다. 포로 중엔 여성 포로도 이따금 눈에 띄었다. 단발머리 앳된 소녀가 'PW'라고 쓴 낡은 군복을 입은 채 천막막사 앞에 서 있는 모습도 있었다.
국군·인민군·유엔군·중국군 가릴 것 없이 전사자들은 하나같이 가을 낙엽처럼 산야에 나뒹굴었고, 전주·진주·대전·함흥 등지의 끔찍한 민간인 학살자 시신 사진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철사로 꽁꽁 묶인 시신 사진을 볼 때는 묵념을 드렸다.
참혹한 학살 사진들은 대부분 설명란에 가해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었다. 이런 학살에는 양 진영 모두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전쟁은 멀쩡한 사람도 '야수'로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시신들의 영혼은 아직도 구천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사진더미 속에는 이따금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다. 전란으로 교실이 불타버려 운동장에서 수업을 듣는데 한 소녀가 벌거벗은 동생을 학교로 데려와 강의를 듣는 장면과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처마 아래에서 두 소년이 정답게 이야기하는 장면, 전란 중에도 설날을 맞아 한복으로 예쁘게 설빔을 차려 입은 소녀들이 동네 마당에서 널뛰기를 하는 장면 등이다.
사진 속 아이들은 남루한 차림이지만 밝은 표정과 해맑은 미소가 전란을 겪는 아이들의 모습 같지 않았다. 이처럼 고난 속에서도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전후 잿더미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을 것이다.
새삼 우리 겨레의 강인한 저력을 확인케 했다. 내가 본 사진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한 남정네가 시각장애인 아내를 지게에 지고 피란을 떠나는 장면이었다. 아름다운 사랑의 극치였다. 그 사진을 찾고는 성스러움에 한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장의 사진은 역사의 물줄기를 틀기도 한다. 내가 NARA에서 수집해 온 사진들이 6.25전쟁 비망록으로, 또한 조국의 평화 통일 길에 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
미국에서 찾아낸, 가장 감동적인 '6.25 전쟁' 사진은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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