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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민들의 '할 수 있다' 정신 본문

Guide Ear&Bird's Eye/홍콩

홍콩 주민들의 '할 수 있다' 정신

CIA bear 허관(許灌) 2022. 5. 23. 23:19

740만 홍콩 주민 중 많은 이들이 험난한 역경에 굴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이뤄내겠다는 집단적 결의, 즉 "사자산 정신"이 홍콩의 DNA라고 말한다

많은 집단들이 특정한 가치를 집단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영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악물고 독일의 집중 폭격을 견뎌낸 투지, 즉 "블리츠 정신"을 자랑한다. 미국인들은 개인의 성취를 약속한 "아메리칸 드림"을 열망한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740만 홍콩 주민 중 많은 이들이 험난한 역경에 굴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이뤄내겠다는 집단적 결의, 즉 "사자산 정신"이 홍콩의 DNA라고 말한다.

현재 고령 홍콩 주민 중 상당수는 1930~1960년대에 이곳에 왔다.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이다. 중국 본토의 혼란을 피해 오다 보니, 그들은 난민 신세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단 한 세대 만에 홍콩을 국제 금융의 중심으로 만들었고, 그 원동력을 회복력과 근면함이라고 설명한다.

홍콩 공공 주택 단지에서 만난 찬은 "그때는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야 했어요. 아이들도 굶주렸을 거고요. 미래를 위해 모두가 열심히 일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일하는 또 다른 홍콩 주민 브라이오니 하디-웡은 "사자산 정신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일반적인 믿음"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1960년대에 중국에서 홍콩으로 왔다. "부모님 세대 대부분은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사다리를 오를 기회가 생긴다고 믿었죠."

495m 높이의 사자산은 웅크린 사자를 닮은 거대한 화강암으로 덮여 있다

하디-웡은 리카싱을 예로 들었다. 리카싱은 1940년대에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왔다. 그러다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열다섯 살 때부터 하루 16시간씩 플라스틱 무역 회사에서 일을 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리카싱은 홍콩 내 최대 부자로 알려져 있다. 홍콩의 1인당 GDP가 독일과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취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리카싱의 재산은 350억달러에 달한다. 하디-웡은 "리카싱은 기성세대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1997년부터 중국의 특별 행정 구역이 된 홍콩은 세 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홍콩섬, 빅토리아항 바로 건너편의 구룡반도, 구룡반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시골 지역 신계다.

구룡은 광둥어로 "9마리 용"을 뜻한다. 13세기 중국 황제와 구룡반도와 신계에 걸쳐 퍼져 있는 8개의 언덕을 9마리 용이라고 칭한 것이다. 사자산은 이 여덟 개 언덕 중 하나다. 해발 495m 정상에는 웅크린 사자를 닮은 화강암 바위가 있다.

과거 중국에서 홍콩으로 온 이들의 삶은 고달팠다. 그럼에도 1945년부터 1951년 사이 홍콩 인구는 6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늘어났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유입되다 보니 집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수십만 명이 구룡 언덕에 불법 가건물을 짓고 살았다. 환경은 비위생적이었고, 기아와 영양실조, 질병과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저임금 및 노동착취도 다반사였다.

사자산 정신은 홍콩을 국제 금융의 중심지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정신이다

주민들은 버려진 나무와 폐자재를 모아 불법 가건물을 짓고, 야외에서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화재에 취약했다. 1953년 크리스마스에는 구룡의 석 킵 메이 가건물촌에서 큰 불이 나, 하룻밤 새 5만3000여명이 집을 잃었다.

이후 홍콩 정부가 나서 대피소를 짓고 식량과 생필품을 분배했다.

그리고 불법 가건물 지역을 정리하기 위한 계획에 들어갔다.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당시 홍콩 전체 인구의 약 45%에 달하는 180만명을 위해 1972년까지 저렴한 주택을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신계에 신도시가 들어섰고, 사자산 바로 아래에 있는 웡타이신, 쯔완산, 왕타우홈 등 구룡 지역에 많은 고층 건물들이 세워졌다.

그런데 당시 구룡 지역에 사는 가난한 이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가 제작됐다. '사자산하(Below the Lion Rock)'라는 다섯 개의 시리즈 드라마가 1974년부터 국영 채널 RTHK에서 방영된 것이다.

이 드라마는 노점상과 공무원, 기자, 소방수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부패와 마약, 도박 중독, 전과자 및 장애인들의 삶 등 다양한 시대상을 보여줬다. 당대의 험난한 사회-정치적 현실을 다루다 보니, 드라마는 삶이 고달픈 이들과 노동계급으로부터 커다란 반향을 얻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홍콩을 연구하는 헬레나 우의 2020년 저서 "행오버 애프터 핸드오버: 홍콩의 장소와 사물, 문화 아이콘"에 따르면, "당시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홍콩 주민은 단 1%뿐"이라고 한다.

한때 불법 가건물이 즐비했던 구룡은 이제 많은 사람들과 네온 불빛으로 가득하다

이 드라마는 1979년 당대 인기 가수인 나문이 부른 동명의 부른 주제곡 덕에 더욱 큰 인기를 얻었다. 그 가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의 꿈을 추구하자. 모든 갈등은 제쳐두자.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 두려움과 용맹함. 이 땅의 끝에서 우리가 함께 할 때, 우리는 함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가 쓴 홍콩의 이야기처럼.

워낙 큰 인기를 얻었다보니, 홍콩의 비공식적 국가로 여겨질 정도. 그런데 이 노래에 표현된 사자산 정신은 21세기에도 이어졌다.

홍콩 대학 홍콩학 강사인 매기 렁은 "이 노래는 2002년 당시 재정부 장관이었던 안토니 렁이 예산 연설에서 이 노래를 인용했고, 이를 통해 홍콩의 집단적 의식의 한 부분을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홍콩은 재정 위기와 전염병 사스의 확산으로 도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다. 재정 계획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당부하면서 "장관은 노래 가사를 사용해 끈기와 성실로 일궈낸 홍콩의 경제적 성공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홍콩의 사기를 높일 필요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은 이 노래를 사용했다. 2002년 당시 중국의 총리였던 주룽지는 홍콩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연설에서 '사자산하'의 가사를 사용했다. 2013년에는 홍콩에서 정치적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이 선율을 공동체 결속 캠페인 "홍콩 우리의 집"에 사용했다.

2019년에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횃불과 랜턴, 레이저 펜을 사용해 사자산을 밝혔다

사자산 정신은 보편적 참정권을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2014년 우산 혁명 때에도 극적으로 표출됐다. 그리고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 때도 수천 명이 사자산 정상에 모여, 횃불 시위를 벌였다.

렁은 "2014년 우산 혁명 당시엔 거대한 현수막이 걸렸고 2019년 시위 때는 반짝이는 인간 사슬이 맺어졌다"며 "이런 것이 사자산의 상징적 의미"라고 말했다.

2014년의 비디오 영상에서는 한 익명의 청년이 "사자산 정신은 단지 경제적 성취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것,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는 강인함이 진정한 사자산 정신입니다."

최근 수십 년간 홍콩에선 중산층이 성장했고 많은 젊은이들이 고등교육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사자산 정신도 진화했다. 하디-웡은 "사회-경제적 상황이 바뀌었기에, 1970년대의 사자산 정신은 더 이상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의 젊은 성인들 중 옛날의 사자산하 드라마를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핵심 개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사자산하' 가사의 본질은 삶에는 항상 어려움이 있겠지만 홍콩 주민들이 서로의 차이를 밀어내고 서로를 지지한다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연대의식이 시대 변화에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디-웡은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던 의사와 변호사 같은 직업은 더 이상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직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9년 사회 운동 이후, 사자산 정신은 보다 큰 사회적 맥락에서 작용하고 있어요.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과 요구를 제시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 노력할 때 사자산 정신이 등장하는 것이죠."

홍콩 주민들의 '할 수 있다' 정신 - BBC News 코리아

 

홍콩 주민들의 '할 수 있다' 정신 - BBC News 코리아

740만 홍콩 주민 중 많은 이들이 '사자산 정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사자산 정신이란 이겨낼 수 없을 듯한 역경에 맞서 삶을 개척하는 집단적 투지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