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정치적 운명 걸린 '파티게이트'는 무엇인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공관과 정부청사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의혹과 관련한 경찰 조사 발표가 임박하면서 총리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총리의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만약 총리가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강한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의 임기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집권 2년 만에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영국을 이끌었으며, 최측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파티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현재 영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이로 인해 존슨 총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사퇴 위기에 직면해있다.

존슨 총리는 정확히 어떤 이유로 비난받는 걸까?

존슨 총리와 당시 그의 약혼자였던 캐리 시먼즈가 파티에 참석했다는 의혹 보도가 이어졌다

'파티게이트'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나 다른 정부 시설에서 최소 17번의 모임이 개최됐다.

파티가 열렸다고 보도된 기간에 영국은 다양한 수위의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실내 모임이 2인으로 제한됐고, 야외 행사에도 규제가 있었다.

2020년 5월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다우닝가 정원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술파티에 초대됐다. 참석자들은 각자 술을 가져왔다.

목격자들은 BBC에 존슨 총리와 당시 그의 약혼자였던 캐리 시먼즈가 실제 참석자 30여 명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총리는 파티에 25분간 머물렀다고 인정하면서도 "암묵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행사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생일 축하파티

그로부터 한 달 후, 다우닝가 총리실에서 존슨 총리의 생일파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직원들은 파티 시간이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런던에 가장 강한 수준의 규제가 도입되면서 보수당 당사 앞에서 열린 무허가 집회를 포함해 여러 축제나 행사가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해 4월 16일 정부 관계자들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두 곳에서 파티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은 당시 코로나19 규정에 따라 장례식장에서 혼자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당시 코로나19 규정에 따라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장에서 혼자 앉아야 했다

당시 영국은 크게 애도하며 조기를 게양했다. 존슨 총리는 4월 16일 개최된 것으로 알려진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반응은?

존슨 총리는 의혹과 관련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의회에서 총리를 지속해서 공격하고 있다.

이번 스캔들의 첫 번째 희생자는 알레그라 스트래턴 총리 공보비서였다.

지난해 12월 보도를 통해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실은 처음 일주일 동안은 어떠한 파티도 열지 않았다며 이를 부정했다. 하지만 스트래턴이 기자의 질문에 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업무 미팅이라 부르고, '치즈와 와인' 행사라고 말한다며 농담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스트래턴은 다음날 눈물 흘리며 보직에서 물러났다.

보수당은 이후 같은 달 보수당의 '텃밭'인 노스 슈롭셔에서 열린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민주당에 패했다. 존슨 내각을 둘러싼 논란이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크리스티안 웨이크퍼드 보수당 의원은 탈당 후 노동당에 입당했다. 다만 그는 파티게이트 이전에 노동당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 이름으로, 사퇴하시오'

보수당 안팎으로 많은 의원들이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부 장관을 지낸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1940년 당시 네빌 체임벌린 총리에게 제2차 세계대전 초반 전투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한 보수당 의원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한 일에 비해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있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사퇴하시오."

이제 모든 사람의 이목은 고위 공무원 수 그레이가 웨스트민스터에서 발표할 조사 결과에 집중돼 있다.

수 그레이는 누구인가?

수 그레이는 내각부 제2차관으로 사이먼 케이스 내각부 장관에게 보고한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정부가 정책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 그레이 내각부 제2차관이 '파티게이트' 내부조사를 이끌고 있다

원래 사건 조사를 맡은 사람은 케이스 장관이었으나 2020년 크리스마스 파티 중 하나가 그의 집무실에서 열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스스로 손을 떼고 그레이에게 권한을 넘겼다.

그레이는 모임의 성격과 목적, 그리고 누가 "당시 적용된 지침을 준수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보고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레이가 규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독립적인 조사가 아닌 내부 조사에 해당한다. 이는 권한을 정하는 총리실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그레이는 공정할 의무가 있다.

스타머 대표는 총리실에 보고서를 받자마자 전문을 대중에 공개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총리실은 전적으로 보고서 전문을 공개할 의사가 있으나, 현재 경찰이 의혹 당사자를 대상으로 동시에 진행 중인 수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무엇을 수사하나?

경찰이 얼마나 많은 모임을 수사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런던광역경찰청만이 "지난 2년간 다우닝가와 화이트홀에서 열린 여러 모임이 코로나19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에 따르면 경찰은 수 그레이 조사팀에서 제공한 정보와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수사를 시작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 비상법을 위반할 경우 벌금형에 처한다.

존슨 총리가 참석했다는 의혹을 받는 몇몇 파티들은 영국 내 코로나19 규제가 가장 강할 때 열렸다

2020년 여름, 런던경찰청은 코로나19 규정을 처음으로 위반한 사람들에게 벌금 100파운드(약 16만원)를 매겼다. 벌금을 2주 내 납부할 경우 금액은 50파운드로 낮아진다. 이후 규정을 또 위반할 경우 범칙금은 최대 3200파운드까지 증가할 수 있다.

존슨 총리는 경찰 수사를 환영한다며 "대중이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가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 사퇴할까?

영국이 그레이의 리포트와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슨 총리는 이전에 잘못된 행위나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버티면서 의원들에게 보고서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총리는 자신의 참모들의 행동에 대해 여왕에게 사과했다. 여왕은 남편의 장례식에서도 혼자 앉아 있을 정도로 코로나19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했다.

존슨 총리는 이전에도 다른 정치인이라면 피해 가지 못했을 스캔들을 버텨냈다. 오히려 연이은 실수가 그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했다.

런던광역경찰청은 '파티게이트' 관련 조사 결과를 정확히 언제 발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많은 사람은 존슨 총리가 파티게이트에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보고서 결과에 따라 존슨 총리가 스스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으며 사퇴해야 한다고 판단해 보수당 내 대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불신임투표가 치러질까?

여러 보수당 중진들은 존슨 총리가 총리직과 당대표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만약 총리가 자진해서 사임하지 않을 경우 불신임투표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존슨 총리가 비밀 투표로 진행되는 불신임투표에서 총리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수당으로부터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불신임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보수당 의원 중 최소 15%가 더 이상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야 한다.

현재 보수당 의원 수가 359명이기 때문에 54명 이상의 서한이 필요하다.

15% 정족수에 도달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불신임 서한이 도착했는지는 1922 위원회 의장인 그레이엄 브레이디만이 알고 있다. 1922 위원회는 보수당 평의원 협의회로, 주로 의사당 뒷줄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다.

정족수에 도달할 경우 의장은 총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불신임투표일을 결정한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2018년 12월 진행된 불신임투표 표결에서 승리했지만, 6개월 후 자진 사퇴했다.

영국 총리 정치적 운명 걸린 '파티게이트'는 무엇인가?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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