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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10월' 바닥없는 한국 증시 본문
코스피 지수가 나흘 연속 하락하며 2000선 붕괴를 목전에 뒀다. 10월 한 달 만에 상장기업 시가총액 250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미국 증시의 급락세 여파와 3분기 0.5%대 성장률 등 대내외 악재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4분기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 증시 바닥을 확인하는 하방 압력이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달간 300 빠진 코스피…상승일은 나흘에 불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0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300포인트(P)가 넘게 빠졌다. 이달 1일 종가 2338.88에서 26일 2027.15로 311.74P(13.33%) 내려 앉았다.
코스닥의 낙폭은 더 크다. 코스닥지수는 이 달에만 150P 빠졌다. 지난 1일까지 만해도 816.53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하던 코스닥은 연일 하락하며 663.07까지 내려왔다. 총 18.79%가 빠졌다.
10월 들어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 날은 단 나흘에 불과했다. 코스닥도 닷새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일마다 하락을 거듭했다.
하락 폭도 컸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1%이상 급락한 날만 7거래일에 이른다. 11일 4.44%, 23일 2.57% 연중 기록을 새로 쓰는 기록적 폭락을 거듭했다. 코스닥은 26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1%이상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달 초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하락 반전하기 시작한 국내 증시는 날을 거듭할수록 하락 폭을 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진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가능성은 외국인의 '셀 코리아'에 이어 사모펀드와 연기금까지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7918억원, 코스닥에서 7111억원을 순매도했다.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단번에 빠져 나갔다. 사모펀드와 연기금도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4537억원, 1506억원을 팔아치웠다. 2008년과 2011년 금융위기 당시 증시를 떠받치던 연기금마저도 일찌감치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뺐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기관의 매수세도 코스닥150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한 기계적 유동성 공급 활동일 뿐 지수 반등 기대에 따른 수급으로 여기기는 어렵다는 시선이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위기감이 증시 안팎으로 불거지자 한국거래소도 긴급 점검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기조와 달러화 강세, 무역 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 우려 등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이 불안 양상을 보이면 즉시 시장운영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바닥없는 국내 증시, 공포 심리에 2000선 아슬아슬
거래소 진단대로 세계 경제 둔화 우려로 인한 주요국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 증시 낙폭이 여타 증시에 비해 과도하다는 점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다른 국가의 증시가 오를 때는 못 따라가고,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국내 증시가 더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배수(PBR) 등은 금융위기 수준에 가까워지는 저평가 국면이지만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주된 이유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심리가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앞선 상태라 가치에 근거한 바닥 찾기 과정이 쉽지 않다”며 “현재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주요 밸류에이션 지표를 통해 바닥권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가매수보다 낙폭과대 주식에 주목해야
증권가는 당장의 저가 매수보다는 현금보유를 늘리고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하락 폭이 큰 기업을 주목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달 들어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다수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인해 급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일 이후 25일까지 11.54%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9000억원 이상을 쏟아냈다.
삼성전기와 셀트리온에도 각각 8494억원, 6123억원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졌다. 이 기간 삼성전기와 셀트리온 주가는 각각 15.58%, 19.01%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을 크게 웃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포스코, LG화학, LG생활건강 등에 1000억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졌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도 12% 가량이 빠졌다. 이 기간 외국인은 약 893억원의 순매도에 나섰다.
반면 경기방어주로 대표되는 소비재, 운송업종 등은 외국인 순매도 흐름에도 주가를 유지했다.
KT&G에는 1000억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도세가 쏟아졌지만, 주가는 0.49% 하락에 그쳤다. CJ대한통운 역시 500억원에 육박하는 외인 순매도에 불구하고 2.85% 주가가 상승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연말을 대비한 고배당주에 관심이 필요하며 중장기 관점에서 낙폭이 과도한 종목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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