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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현장] 네팔, 산에서 내려온 공산정권 본문

-미국 언론-/한국 언론

[지구촌 현장] 네팔, 산에서 내려온 공산정권

CIA bear 허관(許灌) 2008. 4. 27. 20:21

 

<앵커 멘트>

히말라야 자락의 군주제 국가 네팔이 오랜 정치적 혼란 끝에 공화제 국가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산악의 게릴라에서 현실 정치 세계로 뛰어든 뒤, 최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한 네팔공산당이 그 주역인데요.

네팔 최초의 공화정이자, 공산정권의 등장으로 안으로는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밖으로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지역 정세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재강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네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실시된 지 보름... 수도 카트만두는 여느 때처럼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마오쩌뚱주의 공산당이 압승한 지난 선거의 결과로 나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이지, 시민들은 기대와 우려 속에 새 정권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수만(시민) :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분명히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인터뷰> 프라자왈리(시민) : "공산당이든 국민회의당이든 누가 집권해도 똑같을 것입니다."

지난 10일 실시된 총선거의 결과는 국내외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습니다. 네팔공산당은, 중도우파 정당인 국민회의당, 온건 좌파인 마르크스레닌 공산당 등 유력 정당들을 크게 누르고 240개 직접 선거구의 절반인 120석을 차지했습니다.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335석의 비례대표 의석도 30% 정도를 차지해 확실한 제1당이 됐습니다.

<인터뷰> 쿤다 딕시트(네팔타임스 편집국장) : "빈곤층이 구제정책을 보고 투표했습니다. 잘하지 못하면 경제가 어려울 것입니다."

마오주의 네팔공산당은 재작년 평화협정 조인과 함께 현실 정치권에 뛰어들기 전까지, 무장투쟁을 벌여왔습니다. 이들이 '프라찬다'라는 사령관 아래서 게릴라전을 편 10년간, 정부군과 반군 등 만3천 명이 희생됐습니다.

반군은 재작년 11월 평화협정과 함께 과도 의회에 참여하면서 정권 장악의 수단으로 무력 대신 선거를 선택했습니다. 한 때 반군의 수괴에서 국가수반의 자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프라찬다를 그의 집에서 만났습니다. 네팔의 미래를 책임진 지도자로서, 그의 관심은 이제 이념이 아니라 경제 재건입니다.

<인터뷰> 프라찬다(네팔공산당 당수) : "혼합경제를 도입해 국내외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또 한국의 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은 열망을 드러냈습니다.

<인터뷰> 프라찬다(네팔공산당 당수) :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고 한국기업의 투자를 환영합니다. 우리도 경제기적을 만들고 싶습니다."

머지않아 601명으로 구성되는 제헌의회가 출범하고 새 헌법을 제정하게 되면 240년 된 군주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이미 실권을 잃은 데다 자신을 추종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국왕에게 남은 선택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직위를 박탈당하는 것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국왕이 사라지는 것은 네팔 국민들에게 복잡한 정서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국왕은 대대로 힌두신 비슈누의 환생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래서 현 국왕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지만, 오랜 세월 신적인 존재로 자리잡아온 왕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네팔인들은 적잖은 정신적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사미르(시민) : "우리는 왕을 신의 환생으로 숭배합니다. 그런데 시절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팔 경제계는 희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산업 국유화와 같은 극단적 정책 대신,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심지어 자신들을 여전히 테러단체로 분류해놓은 미국과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쿠마르 조시(네팔상공회의소 회장) : "공산당은 공약을 통해 네팔인과 경제인들에게 잘 할수 있다는 확신을 줬습니다."

네팔공산당의 집권은 지역 정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힌두교도가 절대 다수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오랜 맹방 관계를 갖고 있는 이웃 인도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습니다.

네팔공산당은 인도 내 최대 테러단체인 극좌 반군 낙살라이트의 우호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또 다른 대국 중국은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맞게 됐습니다. 네팔공산당은 이 같은 미묘한 정세를 고려해, 인도와 중국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터뷰> 프라찬다(네팔공산당 당수) : "중국 인도와 등거리를 유지할 것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두 대국과 좋은 관계를 가질 것입니다."

네팔인들은 무장봉기의 주역이었던 공산당을 새로운 국가 건설의 주역으로 선택했습니다.

국민을 굶주림에서 탈출시키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명령이 네팔공산당에게 떨어진 것입니다. 총을 내려놓은 공산당이 과연 밥과 평화를 가져올 것인지, 공산주의가 소멸돼가는 21세기, 네팔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공산주의 정치 실험을 네팔인들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http://news.kbs.co.kr/article/world/200804/20080427/155066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