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북, 통미통남의 기회 살려야”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신안보연구실장 본문
Guide Ear&Bird's Eye/통일부 정책모니터링조사 패널(수집)
“북, 통미통남의 기회 살려야”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신안보연구실장
CIA Bear 허관(許灌) 2007. 6. 27. 04:51“북, 통미통남의 기회 살려야” |
[2·13합의 이행과 한반도평화체제①] BDA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
북핵 6자회담 2·13 합의 이행의 발목을 잡아온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송금문제가 해결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전격적인 방북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북핵사찰 착수는 2·13 합의 이행의 중요한 첫 단추로 평가된다. 이제 영변 핵시설 폐쇄를 넘어 다음단계 이행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차례이다. 바로 2·13 합의에서 명시한 동북아 냉전구조 해체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이다. 6·25 전쟁이 종료된 지 50년이 훨씬 지났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는 아직 종전선언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불완전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9·19 공동선언과 2·13 합의로 이어지는 일련의 성과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역사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북핵폐기와 종전선언을 통해 한국전쟁 이래 50년 넘게 계속돼온 냉전구도를 벗어나 한반도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바뀌는 큰 변화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국정브리핑>은 이에 BDA 해결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2·13 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대한 전망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
마카오의 BDA은행에 묶여있던 북한자금 2500만 달러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경유하여 모스크바의 러시아중앙은행을 거쳐 하바로프스크 달콤방크의 북한계좌에 전액 입금된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이 돈은 북한 은행으로 이체될 수 있다. 이처럼 BDA문제가 풀리게 된 것은 불법자금의 송금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애국법’ 311조의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애국법’은 설사 불법자금이라고 해도 정부기관이 받는 것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12개 연방은행의 하나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애국법’ 311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북측 요구에 못 미친 BDA자금의 대북송금 하지만 문제는 이를 중계할 외국은행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은 민간은행으로서는 불가능한 북한자금 이전을 국가(중앙은행) 간 거래로 성사시키고, 미 재무부는 민간은행이 BDA내 북한자금을 이체·중개해도 금융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서면보장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러시아의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인 달콤방크 내 북한계좌를 통해 북한에 송금하는 방안으로 결정되어 실행된 것이다. 그렇다면 2500만 달러의 송금으로 북한이 주장했던 대북 금융제재가 끝난 것인가? 북한은 힐 차관보의 방북 때 이번 조치를 받아들여 IAEA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하고 ‘2·13합의’를 완료하기로 동의했다. 하지만 그 동안 북한이 요구했던 국제금융시스템 완전 복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BDA자금의 대북 송금으로 이러한 금융적 제약이 모두 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조치는 일회성에 불과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인해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이 북한에 송금하는 것은 물론 북한 기업이 외국의 거래 기업에 송금하는 것조차 막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을 통해 “조·미 간 금융거래 분야 협력을 강화”를 요구했고, 미국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올해 초 베이징에서 열렸던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 간의 금융실무협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금융협의를 통해 북한당국이나 기업이 자유롭게 외환거래할 수 있도록 보장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BDA문제의 발단이었던 위폐문제는 미궁 속으로 BDA문제는 2005년 4차 2단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나온 다음 날인 9월 20일부터 시작되었다. 미 연방정부 관보에는 자국의 금융기관들에게 “BDA은행은 북한에 의해 위조지폐를 제작·유통시키는 불법거래 및 돈세탁에 이용된 혐의가 있으므로 함부로 거래하지 말라”는 미 재무부의 공고 조치가 고시되었다.
미 사법 당국은 가짜상표 담배와 마약거래, 위조지폐 등을 유통시킨 국제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면서, 이 국제범죄조직의 일부가 마카오의 BDA은행과 중국은행(Bank of China) 등을 이용했다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미 사법당국은 ‘슈퍼노트’라고 불리는 위조지폐의 제조에 북한이 관련됐다고 보았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87명을 기소하면서도 위조지폐의 출처는 기소장에 명시하지 않았고, 정부 관리들도 공식적으로는 출처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 정부 관리들 중 일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전제로 북한을 지목했을 뿐이었다. 같은 해 11월 7일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당시 조사가 진행 중이던 BDA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연루 사실을 확정적으로 언급했으며, 나아가 12월 23일에는 “위폐에 북한산이라고 쓰여 있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미국 정부가 감정 등을 통해 북한산으로 믿게끔 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미국 정부가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의 위폐 제조에 대해 조사해왔고 최근 북의 위폐 제조 및 유통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진 아일랜드공화국 군대를 기소했다”며 “북한이 현재도 위폐를 제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은 마카오 소재 BDA은행을 제재하면서 북한이 저질렀다는 달러위조 등 범죄행위를 핵심적인 이유로 내세웠다. 따라서 초기에는 달러위조용 잉크의 수입처와 동판 회수 문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위폐제조 문제로 뒤로 물러나고, 대북 금융제제의 화살이 중국내 은행으로까지 튀지 않을까 하는 대로 옮겨갔다. 이렇게 된 데는 미국의 ‘애국법’ 311조가 북한의 범죄행위가 입증되거나 기소되지 않아도 외국 금융기관이 미국 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여부에 대한 증거가 밝혀지기 전에라도 미국이 BDA를 제재할 수 있다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금융기관도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결국 북한이 국제금융질서에서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결국 북한은 BDA문제가 단순한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난산을 거듭한 BDA문제의 해법 부시 행정부는 “불법자금 거래 문제는 법무부와 재무부 소관이므로 국무부가 담당하는 6자회담과는 별개”라며 타협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 내 강경파는 “드디어 북한의 ‘약한 고리’를 찾았다”며 환호성을 올렸다. 이처럼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는 동안, 북한은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과 10월 9일에 각각 대포동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발사와 핵무기 실험을 단행하였다. 그리고는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폐지를 요구하였다. 이처럼 북·미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미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의 패배하여 다수당의 지위를 민주당에게 빼앗기면서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결국 미국은 BDA문제를 조기에 해결해 준다는 약속하에 ‘2·13합의’를 이끌어내었다. ‘2·13합의’ 직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우리는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관련된 금융제재 문제를 30일 내에 해결할 것이며 이를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에게 오늘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힐 차관보의 약속과 달리, 30일이 지난 3월 14일까지 BDA문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미국의 첫 번째 시도는 동결자금 2500만 달러를 BoC(Bank of China, 중국은행) 내 북한계좌로 송금하는 방안이었다. 2월 25일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 관리들과 중국 은행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계좌 개설 문제를 협의했다. BDA 자금을 받더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을 서면으로 보장하겠다고 미국 측이 약속했지만 BoC 측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두 번째 시도는 미 재무부와 마카오 행정청이 ‘북한관련 동결계좌의 해제’를 선언하여 북한이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북한이 돈을 찾아가는 것만 묵인하겠다는 것일 뿐 '불법금융기관에 있는 불법자금'이란 꼬리표는 그대로 붙여두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북한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세 번째 시도는 미국 와코비아 은행을 거쳐 북한자금을 제3국에 송금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민간은행인 와코비아 은행이 불법자금을 송금할 경우 ‘애국법’ 311조의 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미국 스스로 만들어놓은 법률 때문에 이 방안도 성사될 수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미국 정부가 BDA내 북한자금 중 일부 자금에 대해서만 불법자금으로 규정하고 나머지 합법자금을 풀어주는 방식을 취했다면, 적어도 북한 당국이나 기업이 국제금융질서에서 고립되는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애국법’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정부기관인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러시아 정부의 협조를 얻어 겨우 해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병행 발전을 ‘2·13합의’ 이후 BDA 문제의 해결 지연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외교적으로 상처를 주었다. ‘2·13합의’의 핵심이 구체적인 비핵화의 진전이라기보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신뢰회복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미국도 자국법에 발목이 잡혀 북한과의 약속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1일 힐 차관보가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힐 차관보는 방북을 통해 ‘2·13합의’의 조치단계 이행을 독려하고, 차기 6자회담의 시기와 함께 6자 외무장관 회담의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BDA문제의 해결 이후 국제금융 거래의 정상화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북·미 간 금융회담이 6자회담 내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와 함께 북·미 양자대화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켈리 전 동아태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인 내년까지 대사급 수교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고, 힐 차관보도 “잃어버린 시간을 메울 것을 희망한다”고 하여 북·미관계의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북·미관계는 6자 외무장관회담과 이를 전후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상의 고위급 대화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까지 이루어진다면,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이어 북·미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내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의 설치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북·미 관계의 정상화까지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북·미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와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등 당면한 비핵화 현안들이 풀려야 한다. 북·일관계도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이다. 지금이 북미관계·남북관계 발전시킬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 무엇보다 향후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서 관건은 남북관계의 발전이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한 한반도의 긴장완화 없이는 사실상 북·미 관계의 진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내세워 왔다. 하지만 북·미관계만 개선되면 다른 문제들이 저절로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제1차 북핵 위기 때 북한은 통미봉남 정책을 통해 우리 정부를 따돌리고 북·미관계 개선에만 매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모두 파탄 나고 북한을 ‘고난의 행군’으로 내몰았을 뿐이다. 이제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내년 봄이면 한국에 신정부가 들어서고, 후년 봄이면 미국에도 새로운 행정부가 등장하게 된다. 어떤 성격의 정부가 들어서건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신정부와 호흡을 맞추려면 또다시 몇 개월, 몇 년이 후딱 지나가버릴 지도 모른다. 북한이 핵문제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지금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기회란 자주 오지 않는 것이기에, 주어진 기회를 잡는 것도 지도자의 커다란 능력이다. | ||||||
조성렬 (joseon@riia.re.kr) | 등록일 : 2007.06.25 |
'Guide Ear&Bird's Eye13 > 통일부 정책모니터링조사 패널(수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대북 쌀 차관 40만t 30일부터 북송 (0) | 2007.06.27 |
---|---|
한반도 평화체제 우리가 주도해야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0) | 2007.06.27 |
IAEA 핵사찰 요원, 방북길에 올라 (E) (0) | 2007.06.25 |
남한, 북한에 고압전기 수송 (0) | 2007.06.21 |
힐 차관보 ‘영변 핵시설, 7월 중에 폐쇄 해야’ (0) | 2007.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