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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오르한 파묵’은 누구? 본문

흑해 주변국/튀르키예(터키)

노벨문학상 ‘오르한 파묵’은 누구?

CIA bear 허관(許灌) 2006. 10. 13. 15:53
노벨문학상 ‘오르한 파묵’은 누구?
‘동서양문화 충돌·융합’ 포착 탁월
대표작 ‘하얀성’ ‘내이름은 빨강’
‘루시디’ 옹호·‘이민족 학살’ 비판
한겨레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4)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테도 몇 해 째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파묵은 <하얀 성> <새로운 인생> <내 이름은 빨강> <눈> 등 국내에도 번역된 소설들을 통해 동양과 서양이 만나 충돌하고 섞이는 양상을 포착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서구와 비서구가 날카롭게 맞서 대립하는 21세기 초의 상황을 두고 문학적 응전을 적극적으로 해 온 셈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로 “고향의 우울한 영혼에 대한 탐구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들이 충돌하고 섞이는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6월 7일 이스탄불의 부유한 기술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파묵은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이스탄불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했으며, 1985~88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방문 교수 자격으로 머물렀다.

파묵은 82년에 토마스 만과 비슷한 분위기로 삼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첫 소설 <제브뎃씨와 아들들>을 발표했으며, 이듬해에 두 번째 소설 <고요한 집>을 내놓았다.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것은 85년에 나온 <하얀 성>이었다. 17세기 이스탄불을 무대로 한 이 작품에서 파묵은 항해 중 포로로 끌려와 노예가 된 베네치아인 학자와 터키인 주인이 토론과 논쟁을 통해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동화되는 과정을 그렸다. 2000년에 나온 <내 이름은 빨강>은 파묵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중세 이슬람 세밀화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에서도 파묵은 동·서 회화의 관점 차이와 그에 투영된 세계관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를 넘어서려는 화합의 시도를 추리적 기법에 담아 보여주었다.

2002년에 나온 최근작 <눈>은 90년대 터키 동부 국경 마을 카르스를 배경으로 한다. 독일에 거주하는 터키 출신 작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작품에서 작가는 서구화를 추종하는 세력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사이의 충돌 위에 자살·테러·종교·권력·시·사랑·혁명이 어우러지는 장대한 파노라마를 엮어 나간다.

파묵은 이슬람권 작가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샐먼 루시디에 대한 살해 위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사회 현안을 두고도 적극적으로 발언해 왔다. 최근에는 스위스 신문과의 회견에서 터키가 3만명의 쿠르드인과 100만명의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한 사실을 언급하는 바람에 사법당국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