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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본문
이번 주 라오스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아세안 정상회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는 아세안 회원국 국가 원수 또는 정부 수반으로 구성된 아세안의 최고 정책 결정 기관입니다. 1차 아세안 정상회의는 1976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됐고요. 2009년부터는 연 2회 개최하고 있습니다.
정상회의 시기와 일정, 주제 등은 해당연도 의장국이 다른 회원국들과 협의해 결정하고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는 10개 회원국 정상회의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주요 상대국들과의 정상회의도 함께 진행됩니다.
이번 44차 / 45차 정상회의 및 관련 정상회의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최됐는데요. 올해 표어는 “연결성과 복원력 향상(Enhancing Connectivity and Resilence)”이었습니다.
주요 대화상대국 가운데, 대선을 앞둔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참석했고요. 중국에서는 리창 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신해 참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이달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참석했습니다.
“아세안의 역사”
아세안은 1967년 8월 8일 출범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의 외무장관 5명이 태국 방콕에서 이른바 ‘아세안 선언’으로 불리는 문서에 서명하면서 공식 출범했는데요. 이들은 선언에서, 우정과 협력으로 단결하고, 공동의 노력과 희생을 통해 국민과 후손을 위해 평화와 자유, 번영의 축복을 확보하려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공동의 의지를 대표한다고 천명했습니다.
아세안이 기치로 삼고 있는 것은 “One Vision, One Identity, One Community”입니다. 즉 하나의 비전,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공동체라는 기치 아래 회원국의 전방위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아세안 규모”
처음 5개 회원국으로 출범한 아세안은 1990년대 말까지 회원국 수가 2배로 늘어 현재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984년에 당시 신생 독립국이었던 브루나이가 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고요. 1995년 개혁개방 정책의 물결 속에 베트남이 아세안의 7번째 회원국이 됐습니다. 그리고 1997년 라오스와 미얀마가 함께 가입했습니다. 당시 캄보디아도 이들 국가와 함께 가입을 신청했는데요. 하지만 쿠데타로 정국이 불안정해 합류하지 못했고요. 1999년에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해 오늘날의 아세안이 됐습니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상설 사무국을 두고 있고요. 의장국은 매년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맡습니다. 올해 의장국은 라오스입니다.
아세안은 또 주요 국가들을 대화상대국으로 삼아 영향력 확장을 모색해 왔습니다.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은 미국, 한국, 호주, 캐나다, 중국, 유럽연합(EU), 뉴질랜드, 러시아, 일본, 인도, 영국이고요.
부분대화상대국으로는 브라질과 모로코, 노르웨이,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칠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페루는 개발 파트너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민간 연구단체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인구를 다 합치면 약 6억6천200만 명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달하는데요. 전 세계 인구의 10분의 1 좀 안되는 사람이 아세안 10개 회원국에 속해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세안의 총면적은 약 440만 ㎢입니다. 미국 면적이 약 980만㎢니까 이들 10개국을 합친 것보다 미국 면적이 훨씬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들 아세안 회원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3조2천억 달러입니다.
“아세안의 경제 성장”
아세안은 출범 이래 경제 통합과 자유무역 분야에서 제법 진전을 이뤘습니다. 1992년 아세안 회원국들은 회원국 간 무역과 투자를 늘리는 한편으로 외국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도 만들었습니다.
2020년에는 중국이 주도적으로 이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출범시켰고요. RCEP에 참여하지 않은 인도를 비롯해 일부 국가와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는데요. 하지만 아세안의 교역은 기대보다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회원국의 정국 불안, 부정부패 같은 문제도 요인으로 꼽히고요. 또 약 3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은 제조 생산 비중이 높은 아세안의 경제 성장에 심각한 방해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아세안의 한계”
아세안은 상호 존중과 내정불간섭, 협의를 통한 갈등의 평화적 해결 등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세안의 이 같은 협의, 합의 문화는 출범 초기 이른바 지정학적인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사 결정 방식을 아세안의 단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특히 역내에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회원국 저마다 입장과 시각이 달라 대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한 예로,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에 대해서도 3년이 넘어가도록 어떠한 실제적인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세안은 경제적으로 회원국 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약 8만5천 달러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는데요. 반면 미얀마는 겨우 1천 200달러도 안 돼, 격차가 심각합니다.
또 회원국들의 정치 체제도 민주주의 국가,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 권위주의 국가, 혼합 정권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회원국 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세안의 도전 과제”
오늘날 아세안은 여러 도전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아세안 회원국들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얽혀 있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특히 최근에는 필리핀과 중국이 크게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 라오스 정상회의에서도 남중국해 갈등과 역내 안보 도전이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지만, 별다른 해법은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미얀마 문제 역시 이번 라오스 정상회의의 주요 안건이었는데요. 올해 정상회의에는 미얀마 군사정권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아세안은 지난 2021년 2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미얀마 군부 정권 대표의 참석을 허용하지 않았는데요. 약 3년 반 만에 미얀마 군부 정권 대표 참석을 허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세안은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미얀마 군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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