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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교관 리일규 첫 외신 인터뷰... ‘김정은은 트럼프 재집권 원해’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탈북 외교관 리일규 첫 외신 인터뷰... ‘김정은은 트럼프 재집권 원해’

CIA bear 허관(許灌) 2024. 8. 3. 03:55

김정은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2500만 북한 주민도 다 죽일 수 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북한 입장에선 “천재일우와 같은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이후 가장 고위급 탈북자인 리 전 참사는 김정은과 7차례 직접 대면한 적도 있어 특수한 위치에 있다.

지난해 11월 쿠바에서 근무 당시 가족을 데리고 한국으로 넘어온 리 전 참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긴장으로 몸이 떨렸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만나면서 김 위원장이 “잘 웃고 기분이 좋다”는 걸 알게 됐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은 자주 사람들을 칭찬하고 웃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2500만 북한 주민 전부를 죽일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확신했다.

“김정은은 좋은 사람이자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신이 됐기에 괴물 같은 존재가 됐죠.”

리 전 참사는 BBC와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은밀하고 억압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북한 당국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좀처럼 듣기 힘든 분석을 내놨다.

리 전 참사는 비록 지난 2019년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김정은 간 정상회담은 실패로 끝났으나, 북한은 여전히 트럼프야말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상대로 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이전에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자랑한 바 있다. 트럼프는 서한을 주고받으면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에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 생각엔 그가 날 그리워하는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자신의 백악관 복귀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또한 트럼프와의 이 가까운 개인적 관계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는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지난달 북한 당국의 공식 성명과는 모순된다.

아울러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제재 해제를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협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절대 북한은 선의로 협상에 나서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리 전 참사는 핵 프로그램 동결에 동의하는 건 “분명히 술책일 것 100% 속임수”라면서, 그렇기에 이는 “북한을 강화하기만” 할 “위험한 접근법”이라고 덧붙였다.

‘생사를 건 도박’

탈북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리 전 참사는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경호 경찰관 1명, 정보요원 2명을 대동하고 나타난 그는 북한 정부를 등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수년간 부정부패, 뇌물수수,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지쳐있던 그는 목디스크 수술을 위해 멕시코로 가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하면서 마침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저는 북한에서 상위 1%의 삶을 살았지만, 한국의 중산층보다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쿠바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그의 한 달 수입은 고작 500달러(약 68만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쿠바산 시가를 중국에 몰래 넘기며 가족들의 생활비를 충당했다.

처음 탈북하고 싶다는 얘길 꺼냈을 때, 아내는 너무 놀라 심장 문제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 한다. 그 후엔 자신의 계획을 비밀에 부쳤고, 비행기가 출발하기 6시간 전에야 아내와 아이에게 탈북 계획을 털어놨다.

리 전 참사는 “생사를 건 도박”이었다고 묘사했다. 탈북하다 붙잡힌 일반 북한 주민들의 경우 몇 달간 고문당한 뒤 풀려나지만, “우리 같은 엘리트의 경우 2가지 경우뿐이다. 평생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총살당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려움과 공포가 날 뒤덮었다”는 리 전 참사는 “나 하나 죽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가족들이 정치범 강제 노동 수용소로 끌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참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을 믿지 않음에도 한밤중 공항 게이트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알려진 고위급 탈북 사례는 2016년 한국에 입국한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당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였던 태 전 의원은 최근 그는 최근 한국에서 대통령 통일 자문 기관의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 또한 러시아와의 관계는 일시적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최근 가까워지고 있는 북한-러시아 관계에 대해 리 전 참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엔 뜻밖의 행운이었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이 식량, 연료, 심지어 군사 기술을 받는 대가로 탄약 수백만 발을 수출하며 러시아의 침공을 돕고 있다고 추정한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와의 이 같은 협상을 통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으로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강경한 대북 제재에 “허점”을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북한은 “미국에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별다르게 호소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 또한 러시아와의 이러한 관계는 일시적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다시 관계를 단절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김 위원장은 미국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 침략받을 위협을 제거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유일한 길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임을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가 북한에 일시적으로나마 경제적 고통으로부터 숨돌릴 기회를 줬을진 모르지만,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북한과의 국경을 전면 폐쇄해 “북한 경제 및 주민들의 생활을 크게 황폐화시켰다”고 했다.

지난해 다시 국경이 개방되고, 외교관들도 다시 귀국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고향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북한엔 아무것도 없으니 쓰던 칫솔은 물론 갖고 있는 모든 걸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전적인 충성을 요구하며, 조금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투옥될 수 있다. 그러나 리 전 참사는 수년간 이어진 고통으로 사람들의 충성심도 약화했으며, 이제 “최고 지도자” 김정은으로부터 무언가 받을 수 있다 기대하는 이는 없다고 했다.

“북한 정권이나 김정은에 대한 진정한 충성심이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는 “강요된 충성이다. 충성하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사악한 짓’

최근 포착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북한으로 밀반입돼 주민들이 몰래 보고 듣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을 꼽을 수 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건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저 단조롭고 암울한 삶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때우고 싶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제 북한 주민들은 “우리는 이렇게 가난한데, 한국 사람들은 일류 국가의 삶을 사는지”묻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산 콘텐츠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건 맞지만, 북한의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에 정권 붕괴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도 주민들의 충성심이 약화하는 걸 안다. 사람들은 진화하고 있고, 그렇기에 더욱더 공포 정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당국은 한국산 콘텐츠를 소비하고 유포하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하는 법을 도입했다. BBC가 지난해 만나본 한 탈북자는 한국산 음악과 TV 프로그램을 공유했다가 처형당한 사례를 목격했다고 했다.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이 수십 년간 이어온, 궁극적으로 한국과의 통일을 지향한다는 정책을 저버린 것에 대해 리 전 참사는 주민들을 한국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북한 당국의 추가적인 시도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김 위원장의 “가장 사악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왜냐하면 모든 북한 주민들이 통일을 염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의 과거 지도자들은 “주민들의 자유, 돈, 인권을 빼앗았다면, 김정은은 마지막 남아있던 희망마저 앗아갔다”고 했다.

한편 북한 외부에선 김 위원장의 건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조기에 사망할 경우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주 초 한국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의 몸무게가 140kg으로 심혈관 고위험군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의 사망이 현 독재 정권을 위협하기엔 감시와 통제 시스템이 너무나도 철저히 구축돼 있다고 본다.

“그저 또 다른 사악한 지도자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4년간 김정은을 3차례 만났다

한편 리 전 참사는 김 위원장이 ‘김주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자신의 어린 딸을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는 추측에 대해 이를 일축했다.

주애가 북한 지도자가 되기엔 정당성도 인기도 부족하며, 특히 김씨 일가가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고자 이용하는 신성한 백두 혈통은 대대로 김씨 일가 남성들에게만 흐르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주민들도 처음엔 주애에게 매료됐으나, 더는 아니라고 했다. 왜 주애가 학교에 가는 대신 미사일 발사 시험에 참석하며, 다른 북한 어린이들과는 달리 고급 디자이너 옷을 걸치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하길 기다리기보단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동맹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힘을 합쳐 “북한이 변화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는 게 리 전 참사의 생각이다.

“이것만이 북한 독재 정권을 끝낼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한편 리 전 참사는 자신의 탈북이 두고 온 동료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단순히 이들도 탈북하라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투표할 수 있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길 바란다는 둥 그렇게 큰 야망을 품고 있지 않다. 그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충분히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현재 리 전 참사는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에 가족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아이가 한국 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돕는 데 가장 집중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내가 여러분에게 성공하면 크게 벌 수 있지만, 실패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모험을 제안한다고 생각해 봐라”면서 말을 꺼냈다.

“동의하지 않을 것 아니냐, 그렇지 않냐”는 리 전 참사는 “그게 바로 내가 우리 가족에게 강요한 선택이었다. 가족들은 묵묵히 동의해 날 따라와 줬다”고 덧붙였다.

 

탈북 외교관 리일규 첫 외신 인터뷰... ‘김정은은 트럼프 재집권 원해’ - BBC News 코리아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좀처럼 듣기 힘든 북한 김정은의 속내와 북한 사회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www.bbc.com

 

'김정은, 민심 떠난 것 잘 알고 있어'... 탈북 외교관 리일규 영상 인터뷰

 

민심이 자기를 떠나간 걸 김정은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를 BBC가 인터뷰했다. 리 전 참사는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 이후 탈북한 최고위급 인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7차례 만난 그는 김 위원장을 분명 평범한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사람이자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손에 쥐어진 무소불위의 권력이 그를 잔인한 괴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원하는 이유, 북한이 최근 통제를 강화하는 이유 등 북한 정권에 대한 특별한 통찰을 진 맥켄지 BBC 서울 특파원에게 전했다.

'김정은, 북한 주민 민심 떠난 것 잘 알고 있어'...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참사관 영상 인터뷰 - BBC News 코리아

 

'김정은, 북한 주민 민심 떠난 것 잘 알고 있어'...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참사관 영상 인터뷰 - BB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를 BBC가 외신 최초로 인터뷰했다. 리 전 참사는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 이후 탈북한 최고위급 인물이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