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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북한 외교관들은 공관을 떠나나? 본문
북한 외교관은 평양의 최고 엘리트들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공관을 떠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주쿠바 북한 대사관에서 일한 고위 외교관이 탈북해 11월 한국에 왔다고 16일 BBC에 밝혔다.
다만 이날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프랑스 주재 외교관 탈북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교관·해외주재원·유학생 등 엘리트 계층 탈북민은 10명 내외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연이은 재외공관 폐쇄
지난해 외교관 탈북자 증가와 더불어 주목되는 것은 북한 재외공관의 연이은 폐쇄다.
외교부는 올해 2월 기준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재외공관이 총 44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상주대사관이 39곳, 총영사관이 2곳, 대표부가 3곳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북한 재외공관은 모두 53곳이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네팔·스페인·앙골라·우간다·홍콩·리비아 등지에서 공관을 철수한 것으로 파악돼 숫자가 크게 줄었다.
앞서 통일부는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북한 재외공관의 외화벌이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더 이상 공관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져 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재외공관 철수 결정이 실리를 따진 구조조정에 가깝다고 봤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최근 폐쇄된 공관들은 60~70년대 남북한이 유엔(UN)에서 남북한이 표 대결을 할 때 만들어졌던 곳”이라며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반미 성향을 가진 나라들로 파고들어 돈을 벌고 UN 대북제재를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외공관의 경우 평양에서 돈을 다 주지 않고, 50%는 (외교관들이) 벌어서 운영하도록 한다”라며 “그런데 유엔 대북제재로 외화벌이가 잘되지 않고 국제적 환경이 외교관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북한에서 송환하겠다는 압박이 심해지면서 외교관의 탈북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봤다.
북한 외교관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도 탈북 후기 등을 통해 잘 알려졌다. 이번에 탈북한 쿠바 외교관 출신 리일규 씨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북한 외무성 근무자들을 “넥타이를 맨 꽃제비(거지)”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엘리트인 외교관들조차 노동 대비 턱없이 부족한 월급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
외교관의 재정 상황은 악화하는 반면 급변하는 외교 환경 속에서 책임은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30년간 국가정보원에서 북한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김정은이 지난해 말부터 두 개의 한국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간부들에 대한 기강 점검 및 실태조사가 외교를 포함한 각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간부들의 문제점 같은 것들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가족의 미래를 생각해 탈북이 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초 북한의 오랜 우방국이었던 쿠바가 65년 만에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이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에서 북한공사로 지내다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위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리일규 전 쿠바 주재 외교관과의 친분을 밝히면서 이렇게 썼다.
“그가 대사관에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한국과 쿠바 사이의 수교 저지 활동이었다. 평양의 지시를 집행해 보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쿠바의 마음은 이미 한국에 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2019년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에 관여한 외교관들이 추방, 처형 등의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지난해 초 국정원은 ‘미국통’ 리용호 전 외무상의 숙청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잇단 '외교관 탈북', 파장은?
북한 외교관의 탈북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곽 대표는 199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 1호 외교관’으로 알려진 고영환 통일교육원장 등 앞서 탈북한 외교관들의 소식이 나머지 외교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태영호 전 위원이 외교관 탈북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북한 외교관이라면 (태 전 위원의 사례를) 다 접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가 (탈북을 했어도) 대한민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국회의원, 또 당내 최고위원까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이걸 보면서 외교관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곽 대표는 “북한 외교관의 경우 생활 터전이 외국이기 때문에 북한에 있는 자녀나 가족에 대한 압박감만 벗어나면 일반 주민보다는 탈북하기에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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