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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원받는 후티는 미국과 동맹국을 ‘이길 수 없는’ 역내 전쟁으로 끌고 갈까 본문
이란 지원받는 후티는 미국과 동맹국을 ‘이길 수 없는’ 역내 전쟁으로 끌고 갈까
CIA Bear 허관(許灌) 2024. 1. 27. 06:02
홍해에서 상선들을 위협해온 예멘 후티 세력을 막겠다는 미국,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 등의 국제 연합군에게 쉬운 승리란 없다.
이란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후티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홍해를 지나는 국제선과 상선을 상대로 30여 차례 공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2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홍해 지역과 국제 무역로의 안정과 안보를 보장하고자 위협을 무력화하거나 공격에 맞서기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해에서의 공격으로 전 세계 해상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의 불씨가 번지며 중동 지역 전체를 불안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거의 10년간 싸워왔다. 과연 미국은 이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눈에 띄는 점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홍해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으며, 현재 후티와 사우디 간 평화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영국과 미국이 예멘을 공격하는 이유는?
국제 연합군의 공세에 앞서 홍해 갈등을 후티와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거절당했다. 미 행정부가 임명한 팀 렌더킹 예멘 특사는 “이런 상황에 이르게 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예멘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후티는 자신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정권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을 겨냥하며 선원들과 화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싱크탱크 ‘미국 대서양 위원회’의 윌 웩슬러 선임디렉터는 미국과 영국엔 무력 보복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봤다.
“국제 해상 무역로엔 주요 8가지 급소(chokepoint)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이 중동 지역에 있는데, 또한 에너지 공급에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웩슬러 디렉터는 “후티는 현재 이러한 급소 중 한 곳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데, 이는 무척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전 세계의 경제 성장에 관심이 있다면, 이러한 주요 급소의 보호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후티 세력의 저항 능력은?
후티는 주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군대에 자신들이 맞설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증명했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다지 볼품없는 반란군에서 헬리콥터와 같은 최신 군사 장비를 갖춘, 잘 훈련된 전투 집단으로 진화했다
웩슬러 디렉터는 “저항 능력을 평가할 땐 2가지를 봐야 한다. 바로 의지와 능력”이라면서 “그 누구도 자신들이 (후티의) 의지를 꺾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능력은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티가 자신보다 훨씬 더 막강한 적에 맞서 잘 싸우긴 했어도, 미국과 국제 연합군을 상대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들의 힘과 전략, 경험은 사우디의 그것을 다 합친 것 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집중하고 있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 소속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를 연구하는 스티븐 A. 쿡 수석 연구원은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힘이 세다. 그리고 이 힘을 어느 정도 분별력 있게 휘두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 예멘을 침공하고, 그들의 정권을 갈아치우고, 과거에 우리가 했던 그런 행동들을 다시 하자는 게 아닙니다.”
"”저는 최근 다수의 아랍 국가 관료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은 ‘당신도 알다시피 그저 후티를 한번 쿡 찌를 생각이라면, 후티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후티가 아라비아만에서 선박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행위를 아예 막진 못하더라도 어렵게 할 수 있는 종류의 군사적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이 긴 역내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퇴역한 미 해군 장성으로 현재 ‘해양 전략 센터’에서 활동하는 제임스 포고 3세 제독은 “이란의 악의적인 영향력에 대항하는 더 큰 작전으로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리고 미 행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 나는 행정부가 이 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리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포고 제독은 미 해군의 유럽과 아프리카 사령부 사령관도 역임한 바 있다.
포고 제독은 최근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1980~1988년까지 아라비아만에서 발생한 유조선 전쟁을 상기시켰다. 과거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하자 미국이 이란 해군을 공격한 사건이다.
그러면서 포고 제독은 이를 ‘USS 콜’호 사건과 비교했다. 2000년 10월, 미 해군 소속 구축함이 공격받아 미국 승조원 17명이 숨진 바 있다.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지목됐으나, 알카에다에 대한 미국 측의 군사적 대응은 없었다.
이에 대해 포고 제독은 “그리고 "1년 뒤 무슨 일이 벌어졌나. [미국에 맞서] 9/11 테러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군사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쿡 선임연구원 또한 “항행의 자유는 미국의 핵심 이익이다. 이러한 세력이 해당 지역에서 이 정도의 힘을 갖도록 허용하는 건 너무 지나친 위험을 감수하는 꼴”이라며 이에 동의했다.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과 이란 간 관련성은?
이란은 후티에 무기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후티가 이란 당국에 직접적으로 조종되는 건 아니다.
‘미국외교협회’의 레이 타케이 중동문제 수석연구원은 “후티는 … 스스로 반미·반이스라엘 정책까지 왔다”면서 “이란에 의해 이런 노선을 타게 된 게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란이 이들을 만들어냈다고 볼 순 없다. 일종의 생각이 비슷한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 사우디에 피해를 주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후티가 이란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후티 덕에 이란은 미국을 통해 이스라엘을 더욱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타케이 연구원은 이란은 국제 사회와 미국이 이스라엘에 모종의 합의를 강요할 정도로 이번 분쟁이 확대되는 상황을 두려워하길 바란다고도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선 국제 사회와 미국이 이스라엘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게 핵심 가정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현재 매우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주권 국가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은 큰 충격을 받은 상태죠.”
‘이길 수 없는 전쟁’일까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예멘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후티 세력 약화를 그 목표로 하고 있지만, 후티의 주요 지원 세력인 이란에 직접적으로 맞서거나 후티 자체를 궤멸하는 덴 훨씬 못 미친다고 본다.
제한된 범위에서의 군사적 공격과 제재를 혼합한 미 행정부의 전략은 후티를 벌하는 동시에 더 광범위한 중동 분쟁으로 퍼질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브라이언 카터 연구원도 “이번 임무가 반드시 후티를 궤멸하거나 혹은 (후티로 인해 망명한) 예멘 정부를 재집권시키기 위함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홍해에서의 임무는) 후티의 해상 능력과 군사적 능력을 저해하는 동시에 이들이 전 세계 해상 운송을 방해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봅니다.”
“군사 능력 저해는 승산이 없는 목표가 아닙니다. 매우 달성가능한 군사적 목표죠.”
렌더킹 예멘 특사 또한 이번 작전이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대립”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저 후티의 선박 공격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미 국방부는 미국이 예멘 내 후티 군사 기지를 폭격하기 시작한 지난 11일 이후 미사일 발사 및 관련 시설 25개 이상, 미사일 20개 이상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기 저장고와 드론, 해안 레이더, 항공 감시 능력도 폭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갈등이 후티를 더욱 부추길까?
한편 렌더킹 예멘 특사는 후티는 이번 전쟁에 휘말리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렌더킹 특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후티는 이번 일을 예멘 대중들에게 자신들이 단순히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서방에 맞서고 있음을 보여줄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랭크 가드너 BBC의 안보 전문기자는 후티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소위 ‘저항의 축’의 일환으로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기에 현재 아랍 세계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포세이돈 궁수 작전’이라는 새로운 이름 아래 미국 주도 연합군은 후티의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해 여러 차례 선제 타격을 가했으며, 또 추가로 새로운 목표물을 폭파하고 있다.
그리고 미 국방부는 후티가 무기 발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서방 정보 당국은 후티 미사일 재고의 최소 30%가 파괴되거나 손상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후티는 홍해 상에서 이스라엘, 미국, 영국과 관련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을 계속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예멘인들이 후티의 잔혹한 통치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이러한 공격 행위를 통해 예멘 내 후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가드너 기자의 분석이다.
‘유럽평화연구소’ 소속 히샴 알-오메이시 예맨 담당 수석고문은 X(구 ‘트위터’)에 많은 이들이 가자 지구에 대한 지지 외에 후티에겐 자신들만의 목표가 또 따로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번 미국 주도 연합군과의 갈등은 후티가 지난 수십 년간 주장해온, 미국에 맞서는 집단이라는 정당성을 더욱 강화한다.
알-오메이시 고문은 후티는 “그저 시민들의 마음을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위 ‘약속된 정복과 성전의 전투’를 위한 대규모 대원 모집에도 성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갈등을) 현재 반미, 반영국 정서가 날뛰는 이곳 지역의 사회-정치적 영향과 파급, 지역 내 반응을 살피지 않고 순수하게 군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건 근시안적입니다.”
이번 기사를 위해 지난 24일 싱크탱크 ‘미국 대서양 위원회’의 윌 웩슬러와 ‘미국기업연구소’의 브라이언 카터를 인터뷰했습니다. 미 행정부가 임명한 팀 렌더킹 예멘 특사는 지난 23일 BBC ‘월드 투나잇’과 인터뷰했습니다. 스티븐 A. 쿡, 제임스 포고 3세, 레이 타케이는 지난 18일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의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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