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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과 후티 반군 본문
중동 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미국은 직접 예멘 본토를 공습하고 있습니다.
“모카 커피와 예멘”
우선 홍해 입구에 자리한 예멘이란 국가가 다소 낯설기 때문에 친근한 것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설령 커피 애호가는 아니더라도 ‘모카 커피’,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도 한데요. 이 모카 커피가 예멘과 관계가 있다면 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모카’는 예멘의 남서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 이름입니다. 이 일대에서 생산된 커피가 모카로 모여 유럽 등지로 수출됐기 때문에 모카 커피로 유명해졌습니다.
예멘의 수도는 ‘사나’인데요. 하지만 ‘아덴’이란 남부 항구도시도 특히 한국 분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입니다.
지난 2011년에 한국의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화물선,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해 낼 때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익숙해진 도시입니다.
예멘은 한 때 남예멘과 북예멘으로 갈라져 한국과 함께 유이한 분단국가이기도 했습니다. 남예멘과 북예멘은 실제 지리적으로 보면, 동쪽과 서쪽으로 구분돼 있는데요. 그런데 왜 동예멘, 서예멘이 아니라 ‘남북예멘’인지 그 연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더구나 위도상 다소 북쪽에 위치한 곳이 남예멘이어서 더 어색합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 충청도의 경우도 남북으로 구분되기보다 동서로 분리돼 있는데, 행정구역 명칭상으로는 충청남북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산유국인데 북한보다 가난한 나라”
로마제국 시절에는 한때 풍요롭고 행복한 땅이라는 의미에서 펠릭스(Felix)라고도 불렸지만, 현재 예멘은 아랍국가들 중 최빈국입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생산은 되는데, 정유 기술이 부족한데다 내전이 워낙 잦고 부족장들이 이익을 독점해서, 국민 대부분이 매우 가난합니다.
예멘의 1인당 GDP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 기준, 2023년 573달러입니다. 심지어 콩고민주공화국이나 북한보다 가난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소녀를 돈을 받고 강제로 결혼시키는 조혼이 잦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예멘은 ‘까트’라는 환각 식물로도 골치 아픈 나라입니다. 주민들이 입 안 가득 까트를 씹는 장면이 간혹 외신에 등장하는데요. 까트에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어서 씹으면 환각 작용을 일으킵니다.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어 국민 상당수가 농업에 종사하는데, 식량이나 과수 농업이 아니라, 까트가 주요 작물입니다.
까트는 예멘 전체 GDP의 30%를 차지할 만큼 주요한 경제 작물이라, 현실적으로 경작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환각제일 뿐만 아니라 생장 과정에 물을 많이 소비하는 작물이어서, 물이 귀한 예멘에는 부적절합니다.
“세계 3대 종교를 모두 거친 나라, 그리고 내전”
예멘은 지배 종교가 여러 번 바뀌기도 했습니다. 기원전부터 서기 6세기까지 힘야르 왕국 시절에는 유대교가 국교였는데요. 이후 악숨 왕국의 지배를 받았을 때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즉 기독교 국가였고요. 9세기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시기,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왕조의 지배를 받으면서 개종됐고, 1517년 이후 오스만제국의 지배 하에 있었습니다.
근현대사도 매우 복잡합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 북예멘은 예멘왕국으로 독립합니다. 그리고 1962년, 쿠데타를 계기로 공화국이 됐습니다. 이후 8년간 왕당파와 공화파의 내전을 거쳐 1970년 북예멘공화국이 출범하고, 그나마 개방된 사회가 유지됩니다.
한편 부족 연맹체였던 남예멘은 영국의 지배 아래 있다가 1967년 소련이 개입하고 공산화가 진행돼 사회주의 국가가 됩니다.
1990년 무혈 통일이 됐지만 곧바로 또 내전이 시작되는데요. 부족 간 정체성이 저마다 확고한 탓이었습니다. 여기에 1994년 군사력이 우위에 있던 북예멘이 남예멘의 수도 아덴을 점령합니다. 그러나 2013년 아랍의 봄 이후 대통령이 축출되고 또 내전이 발생합니다.
현재 북예멘은 시아파 후티 반군이 장악했고, 남예멘은 수니파 정부군이 지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저마다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남부 지역은 남예멘 분리주의자들이 과도위원회를 결성해 현재 나라가 3조각난 상황입니다.
“후티 반군의 정체성, 반미∙반이스라엘”
북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조직입니다. 목표는 정교일체 이슬람국가 건설이고, 자체적으로는 ‘안사르알라’라고 칭하는데, 후티는 초대 지도자의 이름에서 연유합니다.
후티 반군의 슬로건을 보면 이들의 정체성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이들의 슬로건은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에게 저주를, 이슬람의 승리’라고 쓰여 있습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당시 예멘 정부가 미국 편을 들자, 후티 반군은 노골적으로 예멘 정부와 반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 가운데에서도 ‘5이맘파’라고도 분류되는 자이드파입니다. 자이드파는 시아파이면서도 교리적으로는 특이하게 수니파와 가까운데, 극단적인 수니파 무장 조직 ‘알카에다’나 ‘IS’와는 적대적입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12이맘파’로, 같은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이 이끄는 이른바 ‘저항의 축’ 가운데 한 세력입니다.
“미국 중동 정책의 걸림돌”
후티 반군은 스스로를 정규군이라고 주장합니다. 통상 ‘후티 반군’이라고 부르지만, 이들은 북예멘 전체를 통제하고 있으며 사실상 예멘의 집권 세력입니다. 예멘의 합법 정부를 자처하는 만큼 국기와 국장 등 기존의 국가 상징물도 그대로 사용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의 핵심 구상은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병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입니다. 이 같은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사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의 합의가 필요한데, 현재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후티 반군마저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 삼아 가세하면서, 중동 정세는 미국의 바람과는 달리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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