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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 UN이 비난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개선 방안은? 본문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가자 지구 분쟁 초기부터 인도주의적 휴전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주에도 이 같은 요구를 되풀이하며, 교전 당사자들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두 국가 해결론(양국론)'을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속적인 평화를 끌어낼 과정"을 바란다고 했다.
지난달엔 취임 이후 최초로 ‘UN 헌장 99조’를 발동하기도 했다. 해당 헌장은 사무총장에게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간주하는 문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주위를 환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패할 때까지 공세를 이어 나가겠다며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건국 구상안을 또 한 번 일축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지구의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공격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세로 가자 지구 내 사망자는 최소 2만5000명에 달한다.
한편 가자 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안보리는 아직도 휴전 결의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안보리는 가자 지구에 대한 추가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긴 했으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데 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휴전을 촉구한 두 결의안은 모두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는 미국의 거부로 부결됐다.
비록 앞서 UN 총회에서 무려 2차례나 압도적인 지지로(마지막 휴전 요구 결의안에선 회원국 193개국 중 무려 153개국이 지지했다)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으나, 실제 휴전을 위한 조치는 그 어떠한 것도 취해지지 않았다. UN 총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다.
‘현재 UN은 혼수상태에 빠진 꼴’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 정치경제대학 교수는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금의 가자 지구 전쟁은 UN 안보리는 “마비되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UN 총회는 “집행 기관이라기보단 상징적인 기관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게르게스 교수는 안보리 내 교착상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대 미국과 유럽이 대립하는 강대국 간 경쟁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으로 봤다.
“UN을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는 혼수상태에 빠진 꼴”이라는 게르게스 교수는 “지금이 냉전 시대보다 더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안보리는 총 15개국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10개국은 임기가 있는 비상임이사국이며, 5개국이 상임이사국이다.
보통 ‘P5’라고도 불리는 상임이사국의 지위는 영구적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이에 해당한다. 상임이사국은 다른 모든 회원국이 결의안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결의안의 통과를 막을 권한이 있다.
미국은 앞서 2차례 채택된 가자 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2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적인 비영리 기구 ‘휴먼라이츠워치’의 UN 담당자인 루이 샤르보노는 “UN에선 이중 잣대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신들이 일반적으로 국제법을 준수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러시아에 대해선 좋은 말을 하지 않고, 이스라엘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무척 공허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중 잣대를 지닌 건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잔학 행위를 저지르는 러시아가 가자 지구의 민간인을 보호하자고 말하는 걸 듣긴 어렵죠.”
‘지나간 구시대’
싱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시난 울겐 수석연구원은 안보리의 구성은 지나간 구시대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80년 전 일어난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자 쪽이었던 이들 5개국은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도 지닌다. 그 외엔 그 어떤 나라도 이렇게 특별한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임이사국 중엔 아프리카 국가가 없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만다는 인도도 속하지 못합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도 없어요. 그리고 상임이사국엔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국가도 없습니다.”
“즉 안보리의 현 구성은 현재 국제 질서의 요구에 더 이상 부응하지 못합니다.”
울겐 수석연구원은 UN의 현대화에 도움이 될 만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 유럽 국가는 유럽연합(EU)의 이름으로 상임이사국 1석을 지닌다
-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에 추가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 상임이사국 1개국이 거부해도 총회에서 압도적 다수결이 나온다면 앞설 수 있다
또한 울겐 수석연구원은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이라는 제3 지위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안보리가 지금보단 더욱더 포괄적이고 국제 사회의 대표성이 짙어지겠지만, 단 한 국가의 거부에 (가자 지구의 경우 미국의 거부권) 안보리가 “인질로 잡혀 있는”, 안보리가 직면한 도전을 모두 제거할 순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UN 헌장 개정을 위해선 UN 회원국의 3분의 2, 상임이사국의 전원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구호 제공자
‘국제위기감시기구’의 리처드 고완 연구원은 가자 지구 전쟁 이전부터 UN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안보리는 수단 내전, 니제르의 쿠데타 사태에 대응하고자 고군분투했으며, 러시아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시종일관 옥신각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완 연구원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안보리가 여전히 미국, 중국, 러시아가 한자리에 앉아 거래를 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봤다.
고완 연구원은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UN은 남아 있었다. UN 기관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 학교를 운영하는 한편 수백만 명에게 긴급 구호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곳에서 UN이 남아 탈레반과 대화하지 않았다면, 아프가니스탄 전체가 엄청난 기근으로 붕괴했을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자 지구, 시리아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건 여전히 UN 구호단체들입니다.”
UN의 시스템은 수많은 기금, 프로그램, 전문 기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기관은 고유한 업무 분야와 조직도, 예산을 지닌다.
여기엔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식량계획(WFP), 국제통화기금(IMF),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 경제 성장, 무역, 보건, 기후변화, 안보, 평화 구축, 혁신, 인도적 지원 등 여러 분야에 초점을 맞춘 수많은 기관들이 포함된다.
샤르보노는 “종종 사람들은 안보리에만 초점을 맞춰 UN 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있는지 잊어버리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가자 지구 분쟁에선 UN 구호단체 직원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78년에 달하는 UN 역사상 단일 분쟁 중 최대 규모다.
아울러 샤르보노는 UN은 시스템상 조사 착수를 위한 메커니즘이 마련돼 있으며, 중대 범죄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자 국가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으며, 평화 유지 임무를 승인하기도 하고, 분쟁 후 인권 유린 행위는 없는지 감시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샤르보노 또한 안보리가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엔 동의했다.
“결국 UN은 193개국으로 구성된 기구이기에, 회원국들에 따라 결정되는 게 UN이라는” 게 샤르보노의 설명이다.
“러시아가 시리아를 보호하는 것이든,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행동에 대해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이든, 미국이 이스라엘을 국제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든, 중국이 북한을 보호하려 드는 것이든, 혹은 위구르족에 저지르는 반인도적인 범죄에 대한 비판을 조용히 시키려고 하는 것이든 말이죠 …”
“완벽한 헌장이 있는 완벽한 조직을 꾸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회원국이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건 전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긴 투쟁’
오는 9월, UN은 ‘미래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혁하고 신뢰를 다시 쌓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
고완 연구원은 비록 이 자리가 UN 개혁 가능성을 논의할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도 있지만, 해당 회의가 미국 대선이 2달도 채 남지 않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에 개혁을 위한 매우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가자고 국가들을 설득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게르게스 교수는 미국이 안보리 내에서 자국의 역할을 약화할 수도 있는 그 어떠한 종류의 개혁도 받아들이라는 기대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게르게스 교수는 “(UN의 개혁은) 긴 투쟁”이라면서 “10년 정도가 아닌 수십 년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 세계엔 여전히 U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UN이 없다면 혼돈이 찾아올 것이다. 말 그대로 약육강식의 세계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중동의 가자 지구 분쟁, 러시아-우크라 전쟁…유엔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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