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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지진: 왜 여성과 어린이 사상자가 많을까? 본문

Guide Ear&Bird's Eye/아프가니스탄

아프간 지진: 왜 여성과 어린이 사상자가 많을까?

CIA bear 허관(許灌) 2023. 10. 22. 18:18

지진으로 인해 눈을 다쳤던 한 여성은 치료를 받기 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유엔(UN)은 10월 7일 아프가니스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중 90%가 여성 및 아동이라고 발표했다.

UN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약 1300명이 숨졌다.

BBC가 인터뷰한 의사, 목격자, 활동가들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탈레반의 금지령을 높은 여성 사망률의 원인으로 꼽았다.

헤라트 출신의 여성 의사 살마*는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을 방문해 부상당한 여성들을 응급처치했다. 이때 여성 사망자 비율이 압도적인 이유를 목격했다.

그는 "탈레반 대원들이 있는 마을을 방문했더니, 일부 남성들은 여성 부상자나 시신에 닿길 거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차별

헤라트에서 서쪽으로 40km 떨어진 젠다 얀 지역은 가장 파괴적이었던 첫 지진의 진원지였다. 지역 주민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외딴 산간마을 20곳의 모든 건물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 안에 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시골에서는 여성이 낮 동안 집에 있을 확률이 원래 높았다. 다만, 2021년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여성에게 대부분의 직업과 초등학교 이후의 학업을 금지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자, 대부분의 여성이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해야 했다.

살마는 "남성들은 밭에 나가거나 가축을 돌보거나 일을 하러 이란으로 이주했지만,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다가 잔해 속에 갇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마을 전체가 무너졌다

23세 활동가 마리암(가명)은 탈레반이 긴급 구조대원들에게 지진에 휩쓸린 여성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말한다.

그는 "현지 남성들은 여성들을 구조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무장한 일부 탈레반 대원들이 여성에 대한 남성의 접근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탈레반은 남녀가 한자리에 있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2~3일 동안은 여성들이 이 지역에 가지도 못하게 막았습니다."

구호요원 압둘(가명)은 탈레반이 남성은 여성의 시신조차 못 만지게 했다고 말한다.

목격자들은 숨진 여성 대부분이 무슬림의 장례 관습인 정화 목욕도 없이 같은 날 한꺼번에 매장됐다고 말했다. 이 작업은 여성이 맡아야 하는데, 많은 집에서 이를 수행할 여성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제한된 구호 활동

활동가들은 탈레반의 금지령이 부상자를 돕기 위한 의료 활동도 방해했다고 말한다.

탈레반 규칙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 친족을 동반하지 않고는 지역 이동이 불가하다.

21세 자원봉사자 파리바(가명)는 500병상 규모의 헤라트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히잡과 긴 코트를 착용하고 집을 나서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택시 기사들은 파리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르카로 가리지 않았고 남성과 동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까지의 운행을 거절했다.

그는 "택시 기사들은 날 태워주면 권선징악부 관리들이 차를 압수하고 1만 아프가니(약 18만원)의 무거운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 시간 동안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는 탈레반이 지진 발생 몇 주 전부터 혼자 있거나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 승객을 태울 경우 운전자를 처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BBC는 일부 탈레반 관리들이 주요 병원을 방문해 여성 의사들의 병원 복귀를 촉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상당한 여성들이 너무 많아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여성 의사들이 어떻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일부 남성은 여성 부상자나 시신에 닿길 거부했다'

지진 발생 후 병원에 있던 목격자들은 부상당한 여성이 많았지만 그들을 돌볼 수 있는 의료진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파리바 역시 이에 대해 탈레반을 비판했다.

그는 "탈레반은 남성 의사의 여성 환자 진료를 금지했다. 이로 인해 소수의 여성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많은 압박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살마 의사는 탈레반 때문에 사상자 한 명을 돕지 못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살마는 "머리가 정상 크기의 3배로 부어오른 한 여성을 봤는데, 10살짜리 아들과 함께였다. 의사들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머리 스캔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환자와 아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혼란이 가득했죠. 저는 병원에 있던 탈레반에게 내가 도울 수 있도록 들여보내 달라고 간청했지만 그들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탈레반의 반응

BBC는 탈레반에 의견을 요청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이 과도한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는 의혹을 부인했고, 이 상황은 탈레반이 부과한 규칙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적 규범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지진이 발생한 오전 11시경이면 남성은 직장에, 여성은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80~90%의 여성이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무자히드는 탈레반 구호팀이 몇 시간 안에 도착했고 일부는 헬리콥터까지 이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곤경에 빠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제공되진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번 지진은 분명 막대한 재난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 모든 사람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지원하기엔 아프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래도 이슬람 토후국(아프가니스탄)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여성 구호 요원을 파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없었다.

지진 피해 과정에서 의료진의 도움 없이 태어난 신생아

살마는 구호단체가 식량과 담요를 제공했지만, 아직 할 일이 산더미라고 말했다.

아프간 지진으로 부상을 입은 수많은 여성들이 2주 후인 지금까지도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살마는 "많은 임산부가 아기를 잃었고, 일부는 노천에서 출산해 출혈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어린 소녀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깨끗한 속옷이나 생리대도 없었습니다. 의료적 지원이 절실했습니다."

아프간 지진: 왜 여성과 어린이 사상자가 많을까? - BBC News 코리아

 

아프간 지진: 왜 여성과 어린이 사상자가 많을까? - BBC News 코리아

유엔은 최근 발생한 아프간 지진 사망자 중 90%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