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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사임 이유는?... '워킹맘 총리'의 고충 본문

오세아니아 지역/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사임 이유는?... '워킹맘 총리'의 고충

CIA bear 허관(許灌) 2023. 1. 22. 05:27

보기 드물게 워킹맘이면서 국가 수반인 저신다 아던 총리

저신다 아던(42) 현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히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일부 여성들은 더욱 관심을 보이며 아던 총리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

친절함을 바탕으로 한 매력과 리더십 철학이 특징인 아던 총리는 두루 사랑받는 인물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이들 여성 팬들은 아던 총리를 롤모델로 삼아 처음 총리직에 오를 때부터 워킹맘이 될 때까지의 그 여정을 열심히 뒤따랐다.

아던 총리는 사임의 이유로 번아웃을 들었는데, 사실 최근 몇 년만 해도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 애슐리 바티, 크리켓 선수 비라트 콜리, 기업인 제임스 패커 등 여러 유명 인사가 마찬가지로 번아웃으로 인한 깜짝 은퇴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던 총리는 한 나라의 지도자이면서도 워킹맘이라는 보기 드문 지위를 지닌 인물이다. 게다가 재임 중 출산하면서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재임 도중 출산한 국가 지도자이기도 했다.

즉 여러모로 아던 총리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극단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던 총리의 사임에는 분명 정치적인 요소 또한 작용한다. 뉴질랜드 내 생활비와 범죄율이 증가하면서 총리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현재 정치 상황이 아던 총리에게 불리한 형국이다.

한편 정상의 자리에 있다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아던 총리는 재임 중 특히 여러 위기 상황을 겪었다.

아던 총리는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끔찍한 국내 테러 공격, 화산 폭발 등 굵직한 사건, 사고 속에서 뉴질랜드를 이끌었다. 아던 총리 또한 사임 연설을 통해 "엄중한 결정의 연속"이라고 말하며 이를 강조했다.

또한 취임 후 불과 몇 달 만에 임신 사실을 발표할 때부터 6주간 출산 휴가를 다녀오기로 결정할 때까지 재임 내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리고 이는 법정 출산 휴가 기간이 너무 짧다는 사회적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한동안 아던 총리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로 한 듯 보였다.

당시 아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딸 네브]가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나 또한 육아와 내 책임 사이에 여러 힘든 상황이 있으리라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여러 지원과 지지를 받기에 자신 있다. 나는 우리가 반드시 이를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던 총리는 딸을 위한 완벽한 생일 케이크를 굽는 게 얼마나 힘든지, 온종일 회의에서 입은 재킷에서 기저귀 크림 얼룩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등 SNS에 종종 양육의 고충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사임 연설 중 아던 총리가 가장 많이 감정을 드러내며 언급한 부분은 고위공직자인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였다.

4살 난 딸 네브를 둔 아던 총리는 종종 워킹맘의 고충을 얘기한 바 있다

아던 총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정치인도 인간"이라면서 "할 수 있는 정말 모든 것을 하고 나면 (떠날) 때가 된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제겐 지금이 그때입니다 … 저는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더 이상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중 가장 많은 것을 희생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언급했다. 아던 총리는 딸이 입학할 때 딸 곁에 "있어 주고 싶다"면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우리 드디어 결혼하자"고 말했다.

아던 총리가 계속 길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보길 원했던 많은 이들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발표에 실망하겠지만, 분명 아던 총리의 어려운 상황에 연민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사임 결정에 정치적 계산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긴 어렵다.

아던 총리는 "저신다-마니아" 열풍을 일으키며 급부상했으나, 고물가 및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비판과 함께 지지율 하락세를 맛봐야만 했다.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 역시 하락하면서 불과 몇 주 전 총리의 지지율은 당선되기 직전인 2017년 8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물론 아던 총리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과 사임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다가올 총선에서 집권당을 구하고 현직 총리로서 개인적인 패배와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한 약삭빠른 결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심지어 이번 사임을 환영하는 측에선 아던 총리가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정치적 명성을 회복하고자 번아웃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사임의 원인이 번아웃이든 까다로운 정치적 상황으로부터의 회피이든, 혹은 둘 다이든 간에 이번 일로 아던 총리는 적어도 일부 사람들에겐 일과 가정의 경계 설정 및 개인의 한계와 상황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게 될 것이다.

다음은 아던 총리가 지난 2018년 직접 발언한 내용이다.

"저 이전에도 분명 (출산과 일을 성공적으로) 멀티태스킹하는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정치계에 몸담은 여성으로서의 제 모습을 보고 '그래, 나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길을 개척해나간 많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영상캡션: 아던 현 뉴질랜드 총리가 총리직을 이어가기 위한 에너지 "탱크가 가득 차 있지 않다"는 말과 함께 다음 달 사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