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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전쟁'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한 러시아 엄마의 투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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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전쟁'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한 러시아 엄마의 투쟁

CIA bear 허관(許灌) 2022. 5. 28. 20:51

마리나는 징집된 두 아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될 줄 몰랐다

러시아에 사는 마리나(가명)는 지난겨울 두 아들이 1년간의 군 복무를 위해 징집됐을 때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들에게 "가서 복무해라. 그것이 조국에 대한 너희들의 의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주 후, 마리나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들들이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접경지에 배치됐기 때문이었다.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렸다. 아들들과 연락도 끊어졌다.

마리나는 "내 시간은 그때 멈췄다.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면서 "같은 부대 내 다른 징집병들의 엄마들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엄마들 대부분이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징집병은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러시아 군인

그렇다면 마리나의 두 아들은 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

"차를 몰고 아들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전화해보니 한 지휘관이 이들이 야외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훈련하고 있다는 지역 근처 모든 곳을 차로 돌아다녔는데 거기에 없었다. 제발 거짓말하지 마라'라고 했더니 전화를 끊어 버리더군요."

"한번은 너무 절망스러워서 우크라이나로 운전해 가려고 했습니다. 물론 저를 통과시켜주지 않았죠. 검문소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더니 사상자가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친 이들도 죽은 이들도 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에 급히 육군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마리나의 아들들은 그곳에 없었지만, 마리나는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충격받을 수밖에 없었다.

"육군 병원에는 약이나 붕대가 충분치 않았습니다. 지역주민들이 모든 물자를 조달했습니다. 그곳 군인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었어요. 마음 따뜻한 주민들이 병원에 물과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있었습니다."

결국 부대의 어느 관계자는 마리나의 아들들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관계자가 제게 '당신의 아들들이 직업군인이 되기 위한 군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영웅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끔찍한 소식을 전해주더군요."

이에 마리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내 아들들은 그런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없었다"라고 맞받아쳤다.

"아들들은 고작 3개월 간 군에 있었을 뿐입니다. 총도 딱 한 번 잡아봤습니다. 사격장에도 한 번밖에 안 가봤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삽으로 눈을 치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 아들들이 그런 군 계약을 맺었을 리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확신했습니다. 다른 어머니들도 함께 편지를 썼습니다. 이들도 자기 자식에 대해 알고 있었거든요."

마리나와 두 아들의 사진. 신원 보호를 위해 편집됐다

러시아는 군 병력 증강을 위해 징병제에 의존하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은 12개월이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18~27세 사이 모든 러시아 남성은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지난 3월 5일 푸틴 대통령은 "오직 직업 군인과 장교, 계약 군인만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에 참여할 것이다. 징집병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이들을 데려갈 계획도 없고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장담했다.

그러나 불과 4일 후, 러시아 국방부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군인 중에 징집병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징집병들은 이제 대부분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군검찰에 어떻게 징집병이 우크라이나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조사를 명했다고 전했다.

마리나의 공식 항의는 받아들여졌다. 러시아 당국은 아들들이 군사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확인해줬다.

두 아들은 러시아로 되돌아왔다.

마리나는 "당국은 그날 작은아들을 데려가도 좋다고 했다"면서 "아들을 데려가는 길에 차 안에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게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엄마만 있으면 돼요'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만난 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엉망이었습니다. 거기 청년들 모두가 더러운 차림으로 야위고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의 옷은 다 찢어져 있었습니다."

"아들은 '엄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게 좋으실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게 중요한 것은 그저 아들이 살아 돌아왔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마리나는 화가 났다. "그들은 내 얼굴에 대고 거짓말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선 아들들이 우크라이나에 있지 않다고 거짓말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들이 군 계약에 서명했다고 거짓말했죠. 장교와 하사들 모두 거짓말을 했습니다. 후에 누군가 내게 말했습니다. 내게 진실을 말해주는 게 허락되지 않았다고.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법을 어기고 내 아들들을 (우크라이나로) 데려갈 수 있었지만, 엄마인 내게 자식들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는 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5일 처음으로 러시아 부상병들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

그러면서 "러시아의 대통령, 군 총사령관이 그저 이 모든 군의 혼란스러운 상태와 엉망진창인 사정을 몰랐던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 "이들에게 현실은 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말한 것과 다르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리나는 아들 둘이 모두 무사히 돌아와 안심되지만, 여전히 다른 징집병들과 이들의 가족이 걱정된다고 했다.

"너무나 많은 청년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끔찍합니다."

"다들 인류 발전의 정점에 도달했다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하고 전쟁을 벌이는 건가요? 왜 서로 싸우고 죽여야 합니까?"

"살아 돌아온 제 아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이들의 눈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아들들은 달라졌습니다.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아들들이 다시 밝은 미래, 평화, 사랑 같은 것들을 믿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것들을 믿지 않거든요."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전쟁'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한 러시아 엄마의 투쟁 - BBC News 코리아

 

'푸틴의 전쟁'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한 러시아 엄마의 투쟁 - BBC News 코리아

마리나는 두 아들이 징집될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될 줄 몰랐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