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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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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들

CIA bear 허관(許灌) 2022. 6. 4. 14:33

지난 20일 우크라 헤르손 인근을 순찰중인 러시아 군인들

러시아 인권변호사와 인권 활동가들은 일부 러시아 군인이 침공 초기 전선에서 겪은 경험 때문에 우크라이나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이러한 군인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서 5주간 전투를 치렀다는 세르게이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로 돌아온 세르게이는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법률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법률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군인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는 우크라이나에서 겪은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젊은 청년은 씁쓸한 목소리로 "나는 우리 러시아 군대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서 야간 투시경과 같은 기본 장비 없이 전투에 나갔다고 한다.

"우리는 눈먼 고양이와 같았습니다. 러시아군의 상태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병사들에게 장비를 지급하는 게 그렇게 비싸진 않을 텐데 왜 장비를 주지 않았을까요?"

세르게이는 징집병이었다. 18~27세 사이의 러시아 남성 대부분은 1년간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그러다 몇 달 후 세르게이는 2년간 직업 군인으로 복무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월급도 받게 됐다.

올해 1월 세르게이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으로 보내졌다. 세르게이는 자신이 군사훈련을 하러 간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다 한 달 후인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한 그날 국경을 넘어가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세르게이와 부대원은 자신들이 공격받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부대원들이 밤을 보내기 위해 버려진 어느 농장에 들어섰을 때 이들의 지휘관은 "지금쯤이면 다들 이해했겠지만, 이건 농담이 아니"라고 말했다.

돈바스로 향하는 러시안 군용 트럭들

세르게이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정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가? 정말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 건가?'였습니다."

낮에 이동할 때나 밤에 머무를 때를 가리지 않고 계속 포격 당했다고 한다. 부대원 50명 중 1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대부분 25세 미만 청년들이었다.

세르게이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은 경험이 부족했기에 "어떻게 총을 쏘는지 몰랐으며 포탄의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을 구별할 줄도 몰랐다"고 한다.

불과 4일 만에 이들이 건너려던 다리가 폭발해 앞서가던 동료 병사들이 사망하면서 우크라이나 북부를 지나던 호송대가 해체됐다고 한다.

세르게이는 앞서가다 불타는 차 안에 갇힌 동료들을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트라우마에 관해 얘기했다.

파괴된 러시아 군용 탱크 옆에 서 있는 우크라 주민들

"유탄발사기가 다른 원인으로 폭발했습니다.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불이 났고 그 안에 [러시아]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군용 차량을 몰고 주변을 돌면서 계속 총을 쏘았습니다. 뒤돌아보지 않았죠."

세르게이가 속한 부대는 우크라이나 교외 지역을 통해 이동했지만, 체계적인 전략은 없었다고 한다. 추가 병력은 도착하지 못했고 대도시를 장악하기엔 부대원들의 장비는 형편없었다.

"우리는 헬리콥터도 없었습니다. 그냥 일렬로, 마치 퍼레이드 행진처럼 걸어갔습니다."

세르게이에 따르면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주요 도시를 신속히 점령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측이 쉽게 항복하리라 계산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룻밤 짧게 머문 이후 그냥 돌진했습니다. 참호도 없었고 사전 정찰도 없었습니다. 후방에 남은 군인들도 없었으니 누군가 뒤에서 우리를 공격한다 해도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었던 셈이죠."

"제 생각에 (너무나 많은) 러시아군이 죽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천천히 움직였다면, 지뢰를 찾기 위해 도로를 먼저 조사했다면 인명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르게이가 털어놓은 장비 부족에 대한 불만은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이 러시아 군인과 가족 간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감청해 온라인에 게시한 파일에서도 드러났다.

4월 초가 되자 세르게이는 다시 국경 너머 러시아 진영으로 보내졌다.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은 동쪽 전선에 집중하기 위해 집결하는 듯 보였다.

같은 달 말 세르게이에게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는 지휘관에게 자신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건물에 러시아 군대를 상징하는 Z와 V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세르게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휘관은 내 선택이라고 말했다. 날 데려가기 위해 설득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렇게 거부한 사람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거절에 따른 부대의 반응 등 결과가 염려스러웠던 세르게이는 법률 조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한 변호사는 세르게이와 동료 군인 2명에게 무기를 반납하고 부대 본부로 돌아가 그곳에서 "정신적으로 지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계속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편지를 제출하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떠나버리면 탈영으로 몰려 2년 형을 받을 수도 있기에 일단 부대로 복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5월 7일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퍼레이드

러시아의 인권변호사 알렉세이 타발로프는 군 지휘관들이 계약직 군인을 겁박해 부대에 머물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러시아 군법은 군인들이 원치 않을 경우 전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강조했다.

인권 운동가 세르게이 크리벤코는 전선 복귀를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이 기소된 사건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그 어떠한 기소 조치도 없으리라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BBC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 북부의 한 사령관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부하 군인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군검찰이 이를 거부했다. "해당 군인의 군 복무에 끼친 피해 정도를 평가하지 않은 채 소를 제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같은 기소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비밀 인터뷰나 오픈소스 자료 등을 통해 러시아군을 분석하는 독립기구인 '분쟁정보팀'의 루슬란 레비에프 연구원은 세르게이처럼 전선 재복귀를 꺼리는 군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레비예프 연구원은 "러시아의 첫 침공 때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러시아 계약 군인 중 꽤 많은 인원이 전선 복귀를 거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독립 언론매체 또한 4월 초부터 우크라이나로의 재배치를 거부하는 군인 수백 명의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BBC가 인터뷰한 몇몇 변호사와 인권 운동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의 복귀를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조언을 해왔다고 했다. 한 사람당 사건 수십 건을 다뤘다는 이들은 자신들이 상담해준 군인들이 동료들과 조언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비록 세르게이는 전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피하고자 러시아에서 남은 군 복무를 마치길 원했다.

비록 전투 거부를 요청한 그의 편지는 받아들여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은 복무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로 다시 보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칠 때까지] 그 몇 달 사이에 정말 최악의 상황을 포함한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들 - BBC News 코리아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들 - BBC News 코리아

5주간의 전투 후 러시아로 돌아온 세르게이는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법률 조언을 구하고 있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