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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러시아 점령' 헤르손에 일어난 변화 본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역 중, 특히 남부의 헤르손에 러시아 루블화와 미디어, 인터넷 서비스 등을 들여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헤르손에서 주민 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주장한다.
즉 러시아가 헤르손을 친러 성향의 '독립 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벌일 계획인데, 이를 불법 날조할 거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헤르손에 집중하는 이유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일주일만인 지난 3월 초 남부 도시 헤르손을 점령했다.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침공 전 헤르손은 인구 29만명을 자랑하던 도시였지만, 주민의 약 40%가 도시를 떠났다는 게 전 헤르손 시장의 설명이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점령해 이미 합병한 크림반도와 육지로 연결하려 든다면, 흑해 연안 도시이자 드네프르강 하구에 있는 헤르손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요충지이다.
러시아 점령 후 헤르손에 일어난 변화는?
우선 러시아 군은 이호르 콜리카이예프 헤르손 시장을 해임했다. 콜리카이예프 시장이 점령군에 "협조하지 않았다"라는 게 러시아 국영 통신인 '리아 노보스티'의 설명이다.
대신 헤르손과 인근 지역에는 친러정권이 들어섰다.
이뿐만이 아니라 헤르손에서는 우크라이나 텔레비전 채널을 시청할 수 없으며,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도 러시아 기업으로 대체됐다.
헤르손 주민들은 친러 성향의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러시아의 조처 뒤에는 "거짓 프로파간다를 마치 논쟁의 여지 없는 정확한 정보 출처인 것처럼 만들려는" 목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롭게 들어선 친러 지방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통화인 흐리우냐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러시아 루블화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월 1일부터 4개월간 루블화와 우크라이나 흐리우냐를 병행하는 과도기를 거쳐 완전히 루블화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4개월간 해당 지역의 은행은 흐리우냐를 받을 수 없다.
헤르손 주민들은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 당국이 사람들의 연금을 루블화로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러시아군에게 받은 루블화를 다시 흐리우냐로 교환하는 등 러시아군에 대항할 여러 방법들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주민 투표를 실시할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소위 주민 투표"를 실시해 헤르손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떼어낸 후 "독립 공화국"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당국에 여권 번호 등 그 어떠한 개인 데이터도 넘겨주지 말라고 충고했다. 투표 조작을 위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4월 주민 투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콜리카이예프 전 헤르손 시장은 헤르손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영토이기에 이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주민 투표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가짜 공화국"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키려는 러시아의 계획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점령지에서 변화된 삶의 모습은?
러시아는 크리미아(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때와 비슷한 패턴을 헤르손에서도 따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러시아 합병 여부에 대한 주민 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투표에 대해 유엔(UN) 총회는 무효를 선언했다.
당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러시아 남부 지역과 연결되는 다리를 건설했다. 이후 무기, 루블화 등을 들여오는 한편, 흐리우냐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그리고 크림반도 내 미디어는 친러 성향 일색이다.
그러나 헤르손의 상황은 크림반도보다는 크림반도 합병 직후 친러 성향 분리주의 반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두 지역의 상황과 훨씬 더 유사하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꼭두각시 반군 지도자들은 이 지역에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을 선포하고 루블화 사용을 요구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배포했다.
이 지역의 연금과 공무원 봉급은 모두 러시아가 지급하며, 학교들은 러시아어로 수업한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부 지역의 "러시아화"라며 러시아에 항의했다.
헤르손을 단지 '공화국'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러시아와 아예 합병할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지난 2014년 5월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에서도 독립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으나, 조작된 불법 선거라며 반감이 컸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 두 지역을 아예 병합하기 위한 추가적인 주민 투표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조작된 모든 투표는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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