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의 날: 치솟는 식품 가격, 이젠 익숙해져라?

유엔(UN)이 내놓은 ‘유례없는 재앙 수준의 식량 안보’ 경고와 세계 식량 가격의 폭등 공포 속에서, 인류는 지난 10월 6일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았다.

유엔은 성명에서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남수단, 예멘 내 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근과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라며 "최근 몇 달 동안 부르키나파소와 나이지리아의 취약 인구도 같은 상황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유엔은 기근에 처한 국가 내 4100만 명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영국 자선단체 ‘기아 프로젝트(Hunger Project)’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억9000만명의 사람들이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 중 60%는 여성이다.

또한 8억5000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빈곤의 위험에 처해 있다.

치솟은 식품 가격이 무엇을 의미하고, 날로 커지는 식량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식량 가격, 왜 상승하나?

코로나 사태 동안 여러 나라에서 작물부터 식물성 기름에 이르기까지 원자재 생산량이 감소했다

세계적인 식품 기업 크래프트 하인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상된 식품 가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라 재단의 설립자인 사리카 쿨카르니 박사는 높아진 식품 가격이 유지되리라는 미구엘 파트리시오크라프트 하인즈 사장인 의 견해에 동의했다.

그간 쿨카르니 박사와 라 재단은 인도 원주민 공동체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코로나 사태 동안 여러 나라에서 작물부터 식물성 기름에 이르기까지 원자재 생산량이 감소했다. 질병, 방역 조치 및 생산과 물류 제한이 그 원인이다.

최근 들어 이런 제품 공급이 재개됐지만, 많은 곳에서 수요 회복을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상승했다. 높아진 임금과 에너지 가격도 제조업체의 부담을 가중했다.

빈곤 완화 전문가인 쿨카르니 박사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다. 인구는 증가하고 식량에 대한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물 가용성, 토질 악화, 기후 변화 및 극단적 기후변화의 사례, 직업으로서의 농업에 관심이 없는 새로운 세대 등으로 인해 농작지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는 지속해서 인상되는 식품 가격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음식을 얻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 사람들'

여성과 소녀들은 빈곤 증가와 식량 가격 상승 문제에 특히 취약하다

유엔 인도주의 사무차장 마틴 그리피스는 "기근은 여타 위협과는 다른 방식으로 확산된다"고 말했다.

여성은 빈곤과 식량 가격 상승 문제에 특히 취약하다.

“얼마전 시리아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여성들은 가족에게 먹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음식과 성을 교환하고 조혼을 하는 등 절박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소재 비영리 단체 '팜 라디오 인터내셔널'의 프로그램 개발 수석 관리자 카렌 햄슨은 전 세계적으로 식량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소규모 농가라고 했다.

햄슨은 "현재의 식량 가격 상승은 그들에게는 양날의 검"이라며 "농가는 직접 재배할 수 없는 식량 구입 지출이 증가하고, 식량 접근성은 떨어져 기아와 영양실조를 겪는다"라고 BBC에 말했다.

"이론적으론 식품 가격 상승은 농가가 제품을 판매하고 더 높은 수입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식품 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농민, 특히 아프리카의 소규모 영농인의 소득이 늘어나진 않는 듯 보입니다."

쿨카르니 박사가 지적했듯이 빈곤과 물건 가격은 정비례한다.

빈곤이 증가할 수록 불행히도 가격은 그들이 가진 적은 예산을 무너뜨리며 상승하고 있다.

"식품 가격 상승은 가난한 지역 사회에 영양 결핍, 기아 및 기타 여러 건강 관련 문제를 일으켜요. 또 지역 사회를 기아, 건강 악화 및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합니다."

디벨롭먼트 이니셔티브는 빈곤 종식과 불평등 감소 및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국제 조직이다. 이 단체의 최고경영자인 하핀더 콜라콧은 쿨카르니 박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특히 극도의 빈곤은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소득을 기준으로 선정되며, 식량이 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는 "식량의 가격이 오르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해 극빈층이나 더 깊은 아래로 추락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식량 빈곤은 개발 도상국의 농가들이 좋은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선진국 국민들은 사치품을 줄이거나 해외 휴가를 줄이고 예산을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식을 구하려고 성매매를 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있는 일부 저개발국가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엔의 지역 기구 및 각 정부는 식량 가격 인상이라는 과제를 두고 빈곤 해결을 위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 전 세계의 많은 자선 단체는 혁신적인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취동위 사무총장은 "식량과 생계 지원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농식품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생존을 넘어 회복의 길을 제시하고 회복력을 높인다…낭비할 시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콜라콧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식량 빈곤이 자금을 쏟아붓는 일 만으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사람들을 빈곤에 빠뜨리는 시스템과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정부, 기관, 기업 및 NGO를 아우르는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해요.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의 중심에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낙오자가 없는 전 지구적 차원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쿨카르니 박사는 기후 스마트 농업의 도입, 빗물 수확 저장 용량을 개선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 시설의 개선, 종자 및 기타 농업 관련 원자재 가격 인하, 농부들이 자가소비를 위해 충분한 식량을 유지하도록 장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라 재단은 지난 7년간 3만 명 이상의 부족 원주민이 연중 내내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105개 마을의 물 안보 수준을 높여왔다.

쿨카르니 박사는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전업 농부가 되도록 장려하고자 필요한 포상을 제공하고, 더 나은 소득과 수확량으로 이어지는 집중 농업을 보장하는 농업 통로를 만들어왔다"라고 말했다.

햄슨에 따르면 식량 빈곤은 개발 도상국의 농가들이 좋은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농가들은 여러 다른 시장과의 가격 차를 알지 못해 유통업자와의 협상이 어렵다. 이 외에도 개선된 영농법이나 지역 날씨 정보도 부족하다.

햄슨의 팜 라디오 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있는 소규모 농부에게 대화형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농가 라디오 프로그램은 농산물을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 및 기타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 문제를 개선했어요. 탄자니아의 날씨 제공 프로그램 청취자 가운데 58%는 날씨 정보를 영농에 이용하는 지식이 늘었고, 73%는 제초 관행이 개선됐다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

활동가들은 세계가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를 취한다면 위기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식량 가격 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고심하는 가운데, 활동가들은 세계가 신속하고 정확한 조처를 한다면 위기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햄슨은 "개인적으로는 항상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필요조건을 제시했다.

"우리는 여성, 남성, 젊은 농부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그들이 고충을 듣고 정책 마련 대화에 포함해야 하며, 협동조합, 농경, 여성 단체를 통해 그들을 지원해야 해요. 기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특히 소외된 그룹을 지원하고 시장 거래 신용 거래, 정보 접근의 평등 등 그들의 요구에 대응해야 합니다."

쿨카르니 박사도 비슷한 방안을 말했다.

그는 "우리가 격차를 파악했고 해결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기에 희망이 있다"면서도 "계속 무시하면 문제가 생기고 희망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식량의 날: 치솟는 식품 가격, 이젠 익숙해져라? - BBC News 코리아

치솟는 식품 가격, 이젠 익숙해져라? - BBC News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