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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최장 일본 총리’ 신기록…아베 총리의 지난 2799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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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최장 일본 총리’ 신기록…아베 총리의 지난 2799일

CIA Bear 허관(許灌) 2020. 8. 24. 16:00

지난해 6월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부로 '최장 일본 총리'가 됐다.

지난해 11월에 '전체 재임일수 최장 총리'에 오른 뒤, 이제는 '연속 재임일수 최장수 총리' 기록도 갈아치우게 됐다. 기존 기록은 외삼촌 사토 에이사쿠(1901∼1975) 전 총리의 2798일이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까지(1차 집권기) 366일간 재임하다 사임했고, 2012년 12월 26일 취임 후 연임에 성공하면서 현재까지(2차 집권기)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추락과 건강 악화설 등으로 임기 전 퇴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 기간 아베 총리의 정치적 향방과 한일 관계를 정리했다.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과감한 경기부양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1년 일본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 및 쓰나미로 피해 지역은 폐허가 됐다

그가 다시 집권했을 당시 일본은 엔고 현상과 경기 침체로 오래된 경기 불황을 겪고 있었다. 2011년 쓰나미와 원전 사고 등으로 인적·물적 피해가 큰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은 경제적 극복을 염원했다.

아베 총리는 여기에 금융완화·재정 확대·구조개혁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세웠다.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기업들이 큰 수익을 거두면, 이것이 다시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본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할 당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85엔이었다. 하지만 엔화 가치는 3년 만에 50% 급락하며 125.8엔을 기록했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물가 상승률도 2018년 6월 0.8%까지 올랐다.

2012년 4.3%였던 일본 실업률도 2019년 9월 기준 2.4%로 내려갔다. 당시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1.57이었는데, 이는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가 157개라는 뜻이다. 물론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긴 했지만, 일본은 완전 고용 수준까지 이르면서 다시 호황을 누리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일본 경제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사상 최악인 -27.8%를 기록하며 다시 뒷걸음쳤다. 제조업 강국 일본을 떠받치는 수출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급감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수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국운 도약의 목표로 삼았던 2020년 도쿄 올림픽도 연기되면서 일본 경제는 다시 주춤하고 있다.

'친미'와 평화헌법

아베 정부의 외교정책은 한마디로 '미국 중심'으로 표현할 수 있다. 원래 일본은 전통적으로 외교에서 미국을 우선시했지만, 아베 정권 때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도널드', '신조'라며 이름을 부를 정도로 '브로맨스'(bromance, 남자들 간의 돈독한 우정)를 공유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일본에서 골프회동을 하고 있는 트럼프와 아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 자리에서는 라운딩 도중 직접 카트를 운전했고,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의 생일까지도 챙겼다. 일본 내부에조차 '굴욕외교', '아베는 여행 가이드' 등의 비판이 쏟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전쟁 가능한 국가'의 전환을 꾀하는 아베에게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은 평화헌법인 헌법 9조에 따라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이런 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헌법 9조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미국과 협력해 '미·일 vs 중국' 구도를 만들면 목표인 군사력 증강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북한 견제도 가능하다.

헌법 9조 개정은 일본 내에서도 찬반의 목소리가 갈린다. 지난 2016년 '평화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일본 십대들의 집회 모습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본과의 관계를 이용해 경제적인 실리도 많이 챙겼다.

지난해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퍼주기 논란'까지 일었을 정도였다. 일본은 미국에 관세를 대폭 낮춰주는 등 농축산물 시장의 문을 대폭 열어줬다. 하지만 막상 일본이 주장하던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 방안은 협정에서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협상과 별개로 미국산 옥수수 250만t을 추가로 수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최악의 냉각기' 한일 관계

그렇다면 아베 총리 취임 이후로 한일 관계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그가 처음 2006년 총리직에 올랐을 때, 그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전직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경색된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목적이었다.

취임 2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같은 해 나온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아베는 한국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한·일 양국은 지금 하루 1만 명 이상이 왕래하는 중요한 관계다. 일본은 오랜 기간 한국에서 문화를 흡수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 붐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나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낙관주의다."

지난 2016년 1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대회 참가자

하지만 이후 실제로 보인 행보는 보수강경책이었다.

총리직에 다시 오른 지 얼마 안된 시점인 2013년 4월,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가장 민감한 영역인 역사 인식 문제에 분노한 한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확대를 발표했다.

이때가 도쿄의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기 직전이어서 일본은 발표 시기에 불만을 제기했고,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다.

그러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한일관계에 큰 파장을 가져오는 일이 생긴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 간 협의 과정에 피해 당사자들이 배제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 양측의 대립은 거세졌고 그 뒤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비행과 한국해군 구축함의 레이더 갈등으로 이어졌다.

2018년에는 한국인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더불어 해당 기업(일본제철)의 한국 자산 압류 등의 조치 등이 거론됐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국가 간 신뢰 손상'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도 빼버렸다

2019년 한국에서는 일본 보이콧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꺼냈다.

현재 지소미아는 조건부로 유예된 상황인데, 이날(8월 24일)은 한일 양국의 지소미아 연장 통보기한 만료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정부는 수출 당국자 간 협의 재개를 통해 일 측이 하루속히 수출규제 조치를 원상 복귀 시킬 것을 계속 촉구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 상태를 인내심을 가지고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2016년 11월 발표된 이 협정은 종료일 90일전까지 상대국에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으면 1년 자동 연장된다.

'건강 이상설'…남은 임기 어떻게 채워질까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로 이제 일 년 정도 남았다.

지난 8월 15일 일본 패전일 연설에서 그는 "전후 75년간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했다"며 "적극적 평화주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지금 이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최대 목표였던 일본의 경제 부상과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기 위한 헌법 개정은 쉽지 않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아베 총리가 입원한 것으로 알려진 도쿄 게이오대병원 앞에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다

우선 경제 부흥의 완성으로 꼽던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로 내년 개최도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아베노 마스크' 논란 등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대책도 비판을 받으면서 내각 지지율이기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인 30% 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까지 돌고 있다. 17일 아베 총리가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7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피를 토했다는 소문까지도 나왔다. '재임 신기록'에 맞춰 축하 파티가 예정돼 있었지만, 일정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일본 정치권이 더욱 술렁이고 있다.

그는 '최장 총리' 기록을 세우는 24일에도 다시 병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앞서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6월 20일까지 147일 연속으로 근무했다면서 "그만큼 쉬지 않았다는 건 보통이라면 몸이 이상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베 신조는 누구?

1954년에 태어나 올해 한국 나이로 67세가 된 아베 총리는 유력 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으로 투옥됐다가 석방된 뒤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도쿄도 세이케이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유학했다. 귀국 후 고베제강에 취업했지만 아버지가 외무장관에 취임한 뒤 아버지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3년에 처음으로 야마구치현 중의원에 당선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관방장관까지 올랐으며, 2006년 53세의 나이로 태평양전쟁 이후 최연소 일본 총리에 당선됐다.

그는 당내 분열과 건강을 이유로 1년 만에 총리직을 그만뒀지만, 2012년 다시 도전해 지금까지 정권을 잡고 있다[BBC 뉴스 코리아]

아베 수상, 연속 재임 일수 최장 기록

아베 일본 수상은 8년 전인 중의원선거에서 정권을 탈환해 2차 집권에 성공한 이래, 연속 재임 일수가 24일로 2,799일을 맞았습니다.

연속 재임 일수로서는 사토 에이사쿠 전 수상의 2,798일을 제치고 역대 최장 기록입니다.

1차 집권 기간을 합친 통산 재임 기간은 이미 작년 단계에서 최장 기록을 달성했고 24일로 3,165일을 맞았습니다.

아베 수상은 ‘경제재생’을 최우선 과제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베노믹스’를 추진해, 1만 엔을 밑돌던 닛케이평균주가가 2만 엔 선으로 회복됐고 유효구인배율도 1.0배를 넘는 수준으로까지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개인소비가 감소돼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국내총생산, GDP가 리먼 사태 이후보다 침체되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아베 수상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 말까지로, 이제 약 1년 남은 상황입니다.

향후 정권 운영면에서, 코로나19감염 확산을 억제하면서 경제를 재건하고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등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불안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건강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중의원의원의 임기 만료가 내년 10월인 만큼, 재임 중에 중의원을 해산시킬지가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