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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영화 속 북한 모습은 어떻게 변화했나 본문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한국 영화는 남북 관계의 부침을 반영하며 북한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이 정치적 변화를 겪는 동안, 전후 영화의 반공 묘사는 동정론적인 묘사로 대체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묘사는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가장 최근에는 남북 교류와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인기 속에 보다 대중화된 방식을 띄게 된다.
최근 남북 관계에 있어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관객들은 정치색을 띈 흑백론보다는 양국의 관계를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에 대한 검열은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 들어 더욱 강화됐다. 1962년 제정된 영화법에 따라, 당시 정부는 관련 규제를 신설했고 북한을 동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만희 감독은 1965년 영화 '7인의 여포로'에서 빨치산을 인간적으로 묘사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이후 영화를 재편집하는 데 동의하며 풀려났다.
이 시기의 영화들은 전형적으로 한국 군인의 영웅적 면모를 드러내는 동시에 반공 메시지를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1963년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해병들의 전우애를 그리고 있다.
1978년 제작된 만화영화 '똘이장군-제3땅굴편'은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화에서 악당은 돼지로, 그의 부하들은 여우나 늑대, 박쥐로 묘사된다. 특권층에 의해 착취당하는 인민과 아편 밀수를 하는 북한의 엘리트층을 묘사한 것이다
1980년대에는 정치 사회적인 변화와 민주화 물결 속에 영화 속 북한에 대한 묘사는 줄어들었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중요한 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서울올림픽 개최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 사람들이 이제는 북한을 '도와줘야 하는 동생'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북에 대한 뉘앙스의 변화
한국 영화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 당선 이후, 90년대 남북 교류가 점차 늘어나면서 몇가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영상 산업의 잠재력을 보고 수십년 간 지속되어 온 규제를 풀기 시작했으며 투자를 장려했다.
1996년, 영화 사전 검열은 위헌으로 결정났고, 1999년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설립됐다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1999년 영화 '쉬리'는 북한 묘사에 대한 틀을 깬 작품으로 간주된다.
영화는 남북한 특수요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적대적인 두 나라 사이에서 주인공들의 사적인 관계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인간적인 묘사는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더욱 확장된다. 이 영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있고 나서 몇달 후 개봉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DMZ에서 발생한 남북 간 총격 사건 조사에 대한 이야기로, 양국 군인들 간의 긴장과 인간적인 관계를 모두 다루고 있다.
숭실사이버대학 제이슨 베셔베이스 교수는 이 영화가 "양국의 불안정한 관계를 양면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슨 교수는 "한편으로는 남북한이 형제 자매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이념으로 인해 과연 이러한 관계가 가능한지 매우 경계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간적인 묘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계속 이어졌다.
잇따른 정권에서의 변화
그러나 2008년에서 2017년 보수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가 생겼다. 남과 북은 다시 냉랭해졌고 특히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로는 남북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영화 속 북한은 또다시 적대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 영화 '연평해전'은 2002년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무자비한 공격 시도를 그리며, 햇볕정책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이전 시대와는 다르게 일부 영화는 계속해서 북한을 세심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에 대한 인간적인 면을 그리는 영화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이어지던 시기에 개봉한 2017년 작품 '강철비'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구하려는 북한 요원이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다.
2018년 영화 '공작'은 북한의 고위층에 침투한 남한 공작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양국의 정치적 복잡성과 함께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강조하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영화평론가인 김소영 교수는 두 영화 모두 분단 영화에 있어 변환점이 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들 영화는 반공을 넘어 북한과의 결연, 연대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인식의 변화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갖는 등 남북 교류가 늘면서 더욱 가속화 됐다.
향후 북한에 대한 묘사는 어떻게 될까
지난 6월 16일 북한의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비난 담화로 최근의 남북 관계는 다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남북 합의를 계속 이행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북 간 긴장 고조는 향후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전영선 교수는 "이제 북한 이야기를 정극으로 접근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남북 관계나 통일을 의무감으로 바라보던 시기는 지났다"면서 "8~90년대에 통하던 '북한의 실상은 이렇다', '북한은 야만적이다', '북한은 야수다' 하는 표현이 먹히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제이슨 베셔베이스 교수는 "한국 관객들은 더이상 통일을 현실적인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대신 화해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슨 교수는 앞으로의 북한 소재 영화에 관해 "조심스러운 관계가 이어지는 것을 볼 것이며 영화제작자들도 양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화해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매우 의심스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교수는 올해 오스카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의 성공에 힘입어 추후 한국의 영화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보다 세련된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지금의 긴장 국면이 영화에 당장 반영되진 않겠지만 향후 북한 관련 영화들은 좀 더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하거나 '공작'이나 '강철비'처럼 보다 대중화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BBC 뉴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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