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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세장 텅비게 한 케이팝 팬들…한국에서는 왜 볼 수 없을까?
CIA Bear 허관(許灌) 2020. 6. 23. 12:55
케이팝 팬들이 다시 미국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일 대선 유세는 틱톡 사용자와 케이팝 팬들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본부는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를 앞두고 100만 명 이상이 참가를 신청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지역 소방당국에 따르면 실제로 유세에 참가한 사람들은 6000명 가량이었다. 해당 유세장은 1만 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NS 틱톡을 사용하는 10대들과 케이팝 팬들이 유세장을 비게 할 목적으로 가짜로 대규모 참가 신청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선본은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를 부인하면서 유세 참가 신청은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재확인되며 가짜 번호들은 주기적으로 삭제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트위터에 케이팝 팬들에게 "정의를 위한 싸움에 기여한 데 감사를 표한다"고 썼다
이전에도 케이팝 팬들이 정치에 참여한 경우가 있나?
케이팝 팬들의 온라인 정치 참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는 경찰진압과정 중 숨진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며 다시 점화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에 적극 참여한 바 있다.
BLM 운동에 반대하는 이들이 온라인에서 '백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나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 등의 해시태그를 사용하자 케이팝 팬들은 6월초 같은 해시태그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이나 영상을 대량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케이팝 그룹 BTS는 지난 6일 BLM 운동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BTS의 팬들은 이후 그룹과 같은 금액을 모금해서 기부하자는 운동을 벌였고 24시간만에 81만7000달러가 모금됐다.
지난 5월에는 댈러스 경찰에서 불법시위 영상을 제보하는 앱을 공개하자 케이팝 팬들이 경찰의 추적을 교란하기 위해 앱을 통해 케이팝 그룹 영상을 대량으로 올려 서비스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한국 안과 밖의 온도차
한편 케이팝 팬들의 최근 정치 참여 운동에서 한국 팬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케이팝 팬들이 오래 전부터 사회 공헌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해 BTS의 한국 공연이 취소되자 팬들이 공연 티켓 환불액을 코로나19 구호 성금으로 기부한 것은 그런 사례 중 하나.
글로벌 팬들과 한국 팬들의 정치 참여에 입장에는 뚜렷한 온도 차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는 BBC 코리아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BLM 운동 자체가 한국 팬들의 지지를 크게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미국 흑인들이 동아시아계 인종차별하는 사례들이 많았는데 이럴 때 동아시아계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지도 않았으면서 왜 우리한테는 자기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하는가?" 라고 반문하는 정서가 한국 내 팬들의 심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리고 케이팝 아이돌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우려하는 것 또한 정치 참여에 미온적인 원인이라고 이규탁 교수는 밝혔다.
"한국의 정치 지형상 케이팝 아이돌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그것이 상대편에게 꼬투리를 잡히고 안티를 끌어모으며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수,기획사 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도 아이돌들이 정치적인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려합니다."
"가령 박근혜 탄핵 촛불 시위 때 분명하게 탄핵 지지표명을 했던 (케이팝 아이돌) 가수는 아무도 없었죠."
한국 팬과 외국 팬 사이의 갈등
같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팬이라고 해도 한국 팬과 외국 팬 사이의 갈등도 종종 드러난다.
국내 팬덤 사이에서 통용되는 혐오적 표현인 '외퀴'가 대표적이다. '외국인'과 '바퀴벌레'의 합성어인 이 표현은 처음에는 극성 해외팬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됐다가 이후 해외 팬 전체를 이르는 표현으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인종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접근권이 부족한 데 대한 국내 팬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희아 케이팝 전문기자는 BBC 코리아에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의) 기획사가 해외 팬들만 대우해준다는 불만도 많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많은 케이팝 기획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위해 해외에 프로모션을 집중하면서 한국 팬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해외 팬들에 대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
"(아티스트가) 국내에서 콘서트를 한 번 하면 해외에서는 서너 번쯤 하는 게 최근의 경향이거든요." 박 기자는 말했다.
"심지어 (케이팝 아티스트를 두고) '내한 가수'냐고 농담할 정도니까요. 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어쨌든 (해외에 안나가고) 한국에 있으니까 오히려 반길 정도예요."
케이팝이 세계적인 트렌드이자 산업이 되면서 기획사의 마케팅 타겟이나 활동무대의 포커스가 한국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케이팝 아티스트에 대한 '접근권'을 둘러싼 국내 팬과 해외 팬들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박 기자는 덧붙였다.[BBC 뉴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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