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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줌' 영상통화 뒤에 몰려오는 피곤… 전문가가 말해준다 본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화면이 멈췄다. 이상한 소리가 메아리친다. 십여 명의 얼굴이 당신을 응시하고 있다. 업무와 일대일 미팅, 일과 이후 친구나 가족과 어울릴 때도 이런 상황이 나타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대체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게 무엇일까? BBC가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직장 내 지속할 수 있는 학습과 발전을 연구하는 지안피에로 페트리글리리 부교수와 직장 내 웰빙 및 팀워크 효과를 연구하는 미국 클렘슨대학의 마리사 셔플러 부교수를 만났다.
영상통화가 더 피곤한 이유
페트리글리리는 영상통화가 대면 대화보다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정, 목소리 톤과 음색, 몸짓 언어 같은 비언어적 단서를 이해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것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에너지도 그만큼 많이 소비된다. 그는 "몸으로 하는 일에 마음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도 마음은 육체 활동과 함께하고 있다"며 "상반된 감정을 유발하는 이 불일치로 인해서 지치게 된다"고 말했다. "자연히 대화가 불편해지는 겁니다."
그는 침묵도 또 다른 과제라고 말했다. "면대면 대화에서는 침묵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영상통화를 하다가 침묵의 순간이 오면,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되죠." 이 또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 2014년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화나 화상회의 시스템에서 생겨난 지연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만들어 낸다. 심지어 1.2초 정도의 지연조차도 상대방이 덜 친절하다거나 집중을 덜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셔플러는 카메라에 찍힐 때는 감시받는 듯 의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회의를 하면 모두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죠. 무대에 선 것처럼, 사회적 압력을 느끼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연기하는 것은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죠."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얼굴을 보지 않거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지 않는 것 또한 대단히 힘든 일이다.
상황적 요소도 있다
폐쇄, 격리, 재택근무 등 우리의 현 상황도 '줌 피로'에 영향을 미친다
2014년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화나 화상 회의 시스템에서 생겨난 지연은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패트리글리리는 우리가 이러한 통화를 강요받는다는 느낌도 피로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통화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이들을 떠올리게 해준다"며 "직장 동료를 볼 때마다 일터에서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지쳤어요.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팬데믹 동안 우리는 친숙했던 맥락이 파괴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일, 친구, 가족 등 과거에는 서로 분리돼 있던 것들이 지금은 같은 공간으로 모인다. 페트리글리리는 '자기복합성 이론'에 대해 말했다. 개인은 사회적 역할과 관계, 활동, 목표 측면에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다양함을 건강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우리가 부정적 감정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설명이다.
페트리글리리는 "우리의 사회적 역할 대부분은 다른 장소에서 생겨나는데, 지금은 그 맥락이 붕괴했다"고 했다. "같은 술집에서 교수와 이야기를 하고, 부모를 만나고, 데이트한다고 생각해봐요. 이상하지 않아요? 이게 지금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불안감을 유발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공간에 갇혀 있습니다. 상호작용을 위한 유일한 공간은 컴퓨터 화면뿐이죠."
셔플러는 직장과 가정의 업무를 끝낸 뒤 여가 시간이 부족한 것도 우리의 피로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중에는 경제와 일시적 해고, 실직 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자신에게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식도 고조되고 있어요. 우리 중 일부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과도한 성과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친구들과의 영상통화는?
우리 중 상당수가 대규모 그룹의 영상통화를 처음 경험하고 있다. 그중에는 부활절 만찬 준비, 학교 수업, 친구 생일 파티 같은 것들도 있다. 만약 이러한 통화가 재미있다면, 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일까?
코로나19 사태로 화상 전화를 이용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상의 일부가 됐다
셔플러는 이러한 영상통화 중에는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도 있고, 의무감에서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의무감이 동기라면 영상통화에 접속해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휴식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친구들과 적절한 영상통화를 나누면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고 '줌 피로'도 덜할 것이다.
페트리글리리는 대규모 집단이 함께하는 영상통화가 특히 피로감이 크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할 수 있어 텔레비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규모 집단이 참여하는 영상통화의 경우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 듯, 텔레비전도 그들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대규모 영상통화가 비인격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힘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포장하든, 대규모 영상통화는 여가 활동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러분이 대규모 영상통화를 '가상의 행복'이라 부르든 부르지 않든, 그것은 회의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주로 업무용으로 쓰기 때문이죠."
어떻게 줌 피로를 줄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영상통화를 필요한 통화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카메라를 켜는 것은 선택사항이 돼야 한다. 모든 회의 내내 카메라가 항상 켜져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페트리글리리는 스크린을 바로 앞이 아닌 옆에 두는 것은 특히 단체 회의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옆방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피로감이 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영상통화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셔플러는 업무에서는 명확한 텍스트 기록이 있는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 정보 과부하를 방지하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하기 전에 예열 시간을 가질 것도 제안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를 세상과 다시 연결해주고, 신뢰를 유지하며 피로와 걱정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영상통화 사이에 휴식기를 갖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음료를 마시거나 가벼운 운동을 해보라는 것이다. 업무와 개인의 삶처럼 인간이 하나의 정체성에서 다른 정체성으로 넘어갈 때는 완충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페트리글리리의 말처럼, 다른 사람과 연락할 때는 구식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줌으로 회의를 하는 대신에 편지를 써보세요. 당신이 정말로 그들을 아끼고 있다고 그들에게 말해보세요."[BBC 뉴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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