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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CIA Bear 허관(許灌) 2020. 5. 6. 20:4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위법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삼성 그룹 내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에서 이 부회장은 또한 자신의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이 부회장은 말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의한 것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선'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실질적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생겨났다.

준법감시위원회는 당시 삼성 그룹의 경영권 승계, '무노조 경영', 시민사회 소통의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답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은 그룹 경영권을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 부회장에게 안정적으로 승계시키기 위해 부당한 방식으로 에버랜드(2014년 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 후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와 삼성SDS의 주식을 이 부회장에게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사실상 삼성 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들면서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 당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합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삼성은 조직적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등 법으로 보장되는 노동삼권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BBC 뉴스 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사과문 전문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리기도 했습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 드립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리겠습니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 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습니다.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노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중단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2∼3개월 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그의 감옥행을 좌우할 수 있는 까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대국민 사과와 준법감시위원회가 '재벌 봐주기' 재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최순실에 대한 뇌물 제공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받게 될 처벌의 수위가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준법감시위원회란 무엇인가?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발적으로 관련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통상적으로 '컴플라이언스'라고 부른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런 목적으로 지난 1월 초 출범했다.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작년 10월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었다.

재판장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는 당시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효적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설립 계획을 발표했고 재벌개혁에 적극적인 진보 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위촉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논란이 되는 까닭은?

준법감시위원회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이 부회장에 대한 처벌을 결정(양형)하는 기준으로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1월 17일 정준영 재판장은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 기준에 핵심적 내용"이라면서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부회장을 기소한 박영수 특검팀은 이에 반대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윈회의 활동과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처벌 기준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뇌물 제공 등에 대해 처벌을 할 때 컴플라이언스 운영 여부가 처벌의 수위를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한국의 법 체계에는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없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컴플라이언스 운영 여부는 '기업'에 대한 양형기준이며 이재용 부회장 개인에 대한 양형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박영수 특검팀은 2월 말 "재판부가 편향적으로 재판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특검팀은 이를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이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여겨진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재판에 얼마나 중요한가?

이 부회장의 양형에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참작할 것이냐는 이 부회장의 감옥행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징역 3년 이상의 처벌이 내려질 경우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등의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됐다. 삼성 그룹 역사상 총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었다.

2017년 8월,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한국 형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대해서만 집행유예를 허용한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1년 가까이를 구치소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 부회장이 구치소를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인정했던 것보다 적은 부분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에 상고한 후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뇌물로 제공했다고 판단하는 금액을 되려 원심보다 크게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

대법원 판단을 따르면 징역 5년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다시 구치소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는 형량을 줄여줄 수 있는 참작 사유가 필요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국회의원들은 지난 2월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어떠한 법적 권한과 책임도 없는 외부 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돼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BBC 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