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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일성 사위 김광섭 오스트리아 대사 교체…“‘백두혈통 곁가지’ 정리 수순” 본문

Guide Ear&Bird's Eye/북한[PRK]

북, 김일성 사위 김광섭 오스트리아 대사 교체…“‘백두혈통 곁가지’ 정리 수순”

CIA Bear 허관(許灌) 2020. 3. 16. 22:19


최강일 전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부인 김평일 체코 대사와 고모부인 김광섭 오스트리아 대사를 교체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로열 패밀리'인 이른바 백두혈통의 ‘곁가지’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북 세력과의 결탁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으로 불러들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14일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로 최강일을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사위로 27년 간 오스트리아 대사를 맡았던 김광섭을 교체한 겁니다.

체코 대사 등을 거쳐 지난 1993년 4월 오스트리아 대사로 부임했던 김광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경진의 남편입니다.

북한 외무성은 또 2015년부터 체코 대사를 맡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 김평일의 후임으로 외무성 ‘유럽통’인 주원철을 임명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김광섭과 김평일이 북한에 동반 소환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들이 대사직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이들의 대사직 상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의 로열 패밀리를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 내부의 ‘곁가지’들을 정리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북한 당국이 백두산 정신을 강조하고 북한 내에서 백두산 행군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력 강화 차원에서 선대의 백두산 정신을 체제 결속의 구심점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시에 곁가지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김정일 시대엔 북한 내부의 이른바 불순세력과의 결탁을 막기 위해 ‘곁가지’들을 외국으로 사실상 ‘유배’를 보냈지만 지금은 탈북자 증가와 인터넷 확산 등으로 이들의 해외 체류가 반북단체들과의 연계 가능성을 높이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반북단체 `자유조선'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했고, 외교관들의 망명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이 단체는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직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마카오를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지금은 세계화 시대가 됐고 오히려 김정남을 옹립한다든지 자유조선 같은 단체처럼 바깥에서 안을 위협할 수 있는 그런 세력들이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탈북자들도 굉장히 많아졌고. 그러니까 김평일 등 곁가지를 바깥에 놔두면 그들한테 이용당할 수 있는거죠.”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선대 지도자들과 다른 길을 가고자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체제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김평일이나 김광섭의 아내 김경진은 이미 북한 내에선 정치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인물이지만 `자유조선'의 움직임이나 태영호 영국 주재 공사의 한국 망명 등이 자극이 돼 외부의 반김정은 세력 거점화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취한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내부의 권력 강화,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위기에 처한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적으론 선대의 백두산 정신에 의존하고 본인이 백두혈통의 본류라는 걸 보여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외부 위협요소인 백두혈통의 곁가지를 제거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김경진과 김평일을 불러들였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김광섭의 후임으로 최강일이 오스트리아 대사에 임명된 점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강일은 북한 외무성 내 손꼽히는 ‘미국통’으로, 미-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최선희 부상을 보좌해 주요 실무를 담당한 인물입니다.

그는 한반도 정세가 급격한 변화의 기류를 보이던 2018년 2월 김영철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가차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후 최 부상이 판문점과 싱가포르 등에서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 대사와 만날 때마다 동행하며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적인 뒷받침을 했습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도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과 함께 의제 협의에 나섰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해 말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 정면 돌파를 선언하며 미국과 협상이 필요없다고 밝혔던  입장이 대미 협상통인 최강일의 오스트리아 대사 임명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작년에 이용호 최선희가 중심이 됐던 대미 협상 라인이 이용호의 해임, 그리고 이번에 최강일의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 임명을 통해서 대미 외교라인의 해체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겠고요.”

정 센터장은 북한이 오스트리아와 체코 이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폴란드 대사들을 한꺼번에 교체한 데 대해 대남통이었던 리선권이 새 외무상으로 임명된 데 따른 새 외교라인 구축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