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는 북한 선적 유조선이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화물을 몰래 옮겨 싣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인 북한 유조선이 지난 20일 도미니카 선적 유조선에서 화물을 환적하는 것을 해상자위대가 포착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북한이 대북제재 회피 행위를 저지르는 증거를 보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과 도미니카 유조선은 20일 이른 아침 상하이 해역에서 정박한 상태로 화물을 옮겨 싣는 모습을 경계 감시 중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발견했다.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해상자위대 군함 등은 작년 말부터 한반도 서쪽에 있는 서해와 동해 공해상에서 경계 감시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환적 화물이 석유제품일 가능성이 크다며 도미니카 유조선이 중국기업과 연관 있을 공산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피하고자 해상에서 화물을 바꿔싣는 밀매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제재결의를 위반하는 이런 행위가 '구멍'이 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서 지난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북한 관련 각국 외무장관 회의는 선박 검사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앞서 일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16일 자위대가 북한 석유제품 밀수를 막기 위해 서해 등의 공해상까지 진출해 경계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해상보안청이 평소 시행하는 초계 활동의 일환으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노데라 방위상은 해상보안청이 관련 정보를 취득한 경우 유관 부서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결의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해상자위대 함정이 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선박에 화물 넘기던 선박은 싱가포르 회사 소유
지난 20일 북한 선적의 유조선 례성강 1호가 동중국해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선적 유조선으로부터 화물을 옮기는 장면을 포착했다며,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사진.
최근 바다 한 가운데에서 북한 선박에게 화물을 옮기던 선박은 싱가포르 회사가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과거 싱가포르는 러시아 원유를 북한으로 수출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곳입니다
지난 20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게 화물을 넘겨주던 유조선 ‘역텅’ 호의 실소유주가 확인됐습니다.
‘VOA’가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선박 회사 자료를 살펴본 결과 ‘역텅’ 호는 싱가포르에 주소지를 둔 ‘역텅 에너지(Yuk Tung Energy Pte Ltd)’가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역텅 에너지’는 회사 등록지와 운영지를 모두 싱가포르로 기재했으며, 우편번호 ‘048624’와 함께 싱가포르 내 세부주소까지 공개했습니다. 다만 전화번호나 이메일, 웹사이트를 표시하는 공간은 빈 칸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에서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항만국통제위원회는 검사 대상 선박이 제출한 등록자료를 토대로 실제 소유회사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북한 유조선 ‘례성강 1’ 호가 동중국해 해상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선적 유조선과 맞댄 상태에서 화물을 옮기는 장면을 포착해 사진을 공개했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설명대로 ‘역텅’ 호는 도미니카공화국 깃발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사가 실제 소유주로 드러나면서, ‘역텅’ 호는 등록국가와 운영국가를 달리 하는 ‘편의치적’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들 두 선박 모두 유조선인 만큼 유류제품을 옮겨 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싱가포르 회사들이 대북 유류제품 공급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과거에도 제기됐었습니다.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지냈던 탈북자 리정호 씨는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아시아 석유 거래의 중심지이자 많은 중계회사를 갖고 있어 북한이 이 회사들을 통해 러시아와 거래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 북한으로 석유를 판매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개인과 기관 등을 제재했는데 여기에는 싱가포르 기업들도 포함됐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해 11월 북한과의 모든 교역 관계를 단절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도 지난해 10월 미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싱가포르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넘어선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역텅’ 호로부터 물품을 건네 받은 ‘례성강 1’ 호는 과거에도 선박 간 환적을 하는 모습이 적발됐던 선박입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례성강 1’ 호가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호와 공해상에서 맞댄 상태에서 유류로 추정되는 제품을 옮겨 싣는 모습을 공개했었습니다.
현재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호는 또 다른 유조선 ‘코티’ 호와 함께 한국 정부에 억류된 상태입니다.
‘VOA’는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호와 ‘코티’ 호가 각각 홍콩과 파나마 깃발을 달았지만, 항만국통제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이들 역시 실제 회사는 중국 본토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해 9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공해상에서 선박간 환적을 금지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채택한 2397호에선 북한 선박의 불법활동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선박간 환적 문제를 거듭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