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한반도 위기때 해결사역…또한번 ‘온기’ 불어넣나 본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994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북한 핵 동결에 합의한 뒤 함께 서해갑문을 둘러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5일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석방을 위해 북한을 찾는 카터 전 대통령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카터 전 대통령이 16년 전처럼 한반도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최근 곰즈 석방에 속도를 낸 것은 지난달 자살을 기도하는 등 그가 8개월간의 억류생활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곧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으로선 추가 제재 이전에 곰즈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억류 여기자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사례와 같은 고위급 방북 카드를 놓고 북한 쪽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급 인사로 북한 문제에 관심이 깊은 카터 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고려됐고, 북한은 카터 전 대통령이 올 경우 곰즈를 석방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월 방북한 민간인사를 통한 독자 채널로 방북 의사를 북한 당국에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4일(현지시각)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간접적으로 알리면서 “이번 방북은 순전히 곰즈의 석방을 위한 개인적이고 인도주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 특사 후보로 거론됐던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을 택하지 않고, 방북단에 행정부 인사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 조처 발표 전에 곰즈를 구출하겠다는 의도”라며 “한반도 정세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터의 방북은 한반도를 둘러싼 경색국면에서 뜻밖의 기회를 줄 가능성도 있다. 94년 제1차 북핵위기 당시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한반도 상황을 극적으로 되돌렸던 카터가 또다시 닥친 한반도 위기에 북한 땅을 밟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대단하다.
대북 외교와 평화에 관심이 많은 카터 전 대통령의 개인적 캐릭터도 변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러했듯 카터 전 대통령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부친인 김일성 주석과의 대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비핵화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방한했을 때 한 강연에서 일방적 대북제재는 역효과를 낳으며, 미국과 한국이 먼저 북한에 관계정상화 노력을 제의해야 한다는 대북 외교관을 피력한 바 있다. 1년 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때도 여기자 석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이어진 바 있다.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부분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곰즈 석방과 상관없이 미국의 정책은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우선 인도적 식량지원의 활성화부터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 > 한국 언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관심은 온통 '오자와가 총리가 되면' (0) | 2010.09.03 |
---|---|
김태호-박연차 2006년 2월 사진 논란 (0) | 2010.08.28 |
낯뜨거운 ‘죄송 청문회’ (0) | 2010.08.25 |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과 해명 (0) | 2010.08.20 |
`金유용·로비설'…증폭되는 국새 의혹 (0) | 201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