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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소행 밝혀낸 한국의 과학수사 Q/A 본문
한국은 과학수사로 해군 함정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이런 개가는 한국의 과학기술력, 조사원들의 집념과 천운(天運)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한국이 수사 결과를 내놓자 북한의 동맹국 중국을 제외한 국제 사회는 한국의 수사가 과학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사가 과학적이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우선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철저한 증거 수집,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 실험, 화학 성분의 최신 분석 등 동원이 가능한 모든 과학 기법을 통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입체적으로 규명했기 때문입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처음에는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수집한 증거를 하나씩 하나씩 연결해 가며 결국 북한의 소행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 참여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의 외국 전문가도 한국이 내놓은 수사 결과에 동의했습니다. 해양 강국이자 전통적 중립국 스웨덴의 동의는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일부에서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과학적으로 수미상관(首尾相關)하고 있어 이렇다할 반박이 없습니다. 한국의 과학기술력이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국이 북한의 소행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정적인 증거는 무엇이었습니까?
기자: 천안함 선체 곳곳과 사고 현장에서 건져올린 북한 어뢰의 부품에서 채취된 흰색 분말인 알루미늄 산화물이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15일 어뢰 부품을 건져냈습니다. 문제는 어뢰 프로펠러를 비롯한 부품이 북한 어뢰에서 나왔다는 점 이외에도 천안함을 격침한 어뢰에서 나왔다는 점을 함께 규명해야 했습니다. 조사단은 양쪽에서 나온 알루미늄 산화물의 분자식을 분석해 이를 알아냈습니다. 폭발 물질에 들어있는 알루미늄 파우더는 폭발하는 순간 산소와 결합해 알루미늄 산화물로 바뀝니다. 또 천안함 선체와 어뢰의 부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흑연 성분도 증거로 제시됐습니다. 폭발 물질에 있는 탄소 성분은 고온/고압 상태에서는 흑연으로 바뀝니다.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앵커: 이 같은 과학적 분석을 더욱 뒷받침한 사례는 북한의 소개책자였다면서요?
기자: 이 책자도 천안함 사건의 주범을 밝혀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이 무기 수출을 위해 만든 이 책자에는 천안함 공격에 사용된 어뢰가 신형 CHT-02D이라는 점과 이의 설계도와 제원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합동조사단이 수거한 어뢰 부품들을 설계도와 맞춰 보니 부품들은 설계도와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어뢰가 아니다’라는 일부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이 책자는 2008년 남미 국가에서 한국 정보기관의 요원이 습득했습니다. 한국이 이런 책자를 미리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천운에 가깝습니다.
앵커: 합동조사단은 침몰의 원인을 밝혀줄 화학 성분을 검출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습니까?
기자: 과학수사팀의 상당수가 거즈(붕대로 사용하는 가볍고 부드러운 무명베)를 들고서 함수와 연통, 절단면 전체를 닦아냈습니다. 거즈에 묻어서 나오는 화약 성분을 검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작업을 서두른 이유는 해저의 선체에 묻어있던 화약 성분이 인양과 함께 공기에 노출되면서 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폭발이 일어났던 해저에서 수거한 모래와 자갈에도 이러한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함수와 연통, 해저의 모래에서 화약 성분을 찾아냈습니다. 화약 성분은 어뢰 폭발이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됐습니다.
앵커: 이 같은 과학수사를 이끈 윤덕용 합동조사단장은 이번 수사를 어떻게 이야기하나요?
기자: 윤덕용 단장은 올해 70세로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의 명예교수로 있습니다. 윤 단장은 22일자 동아일보가 보도한 인터뷰에서 “과학자로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단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단장은 외국 전문가들이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사실에는 선을 그었고 그런 과정에서 오히려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윤 단장은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증거품을 찾아내고 사건의 원인을 규명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호주팀이 본국에 이를 보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쌍끌이 어선이 이번 수사의 결정적인 물증인 어뢰 부품들을 찾아내는 데에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합동조사단은 어떻게 쌍끌이 어선을 생각하게 됐습니까?
기자: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관련 증거를 찾는 방법이 외국 전문가나 일반인에게는 원시적으로 보였습니다. 천안함이 침몰한 수역은 수심이 깊고 물이 탁하며 유속이 빨라 금속 파편이나 화학 성분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군인이 상당수 들어간 합동조사단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공군이 2006년과 2007년 동해와 서해에서 추락한 전투기 잔해를 쌍끌이 어선으로 찾아낸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합조단은 부산에 있는 민간 업체의 사장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했고 이 업체는 그물코를 5밀리미터까지 촘촘히 만들어 작업한 끝에 어뢰 부품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합조단은 쌍끌이 어선을 동원한, 비과학적인 듯한 방법으로 과학적인 수사 결과를 낳게한 물품을 찾아냈습니다. 여기에도 천운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합조단은 어뢰 부품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에 맞는 수사 결과를 도출할 수가 있었습니다.
앵커: 중국은 아직까지 한국의 객관적인 과학수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아서 대국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중국이 그같이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한반도 안정을 희구하고 등거리 외교를 펴려는 중국의 국익 때문입니다.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방한하여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우 대표의 방한은 등거리 외교의 실례입니다. 중국은 북한과 남한에 “지금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25일 알려졌습니다. 이는 한반도 안정의 희구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두둔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여기에다 한반도 불안정은 국내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25일 제2차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마치고서 한반도의 안정 유지만을 강조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의 과학수사가 옳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북한을 계속 비호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중국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은 엄청난 일을 벌인 북한을 비호함으로써 체면에 손상이 갔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금까지 이룩한 지도력과 경제력에 걸맞게 행동하는,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한국의 천안함 수사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